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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41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52. 크로스솔져 II (5)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6.10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카이젤과 크로스솔져들의 상호작용, 그 일이 현실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만약에 벌어진다면 과연 순작용을 일으킬지 역작용을 일으킬지가 관건이었다. 성운의 두뇌로도 좀처럼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성운은 일부러 자신의 망설임과 불신을 속에 감춰두었다.

   “강성한 씨에게 차라리 맡겨두는 편도 나쁘지 않습니다. 녀석들은 이제 우리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성한 씨에게는 태도부터가 다르잖습니까.”

   “하긴 형씨라면 믿음직스럽긴 하지.”

   “게다가 히어로즈는 우리 소유가 아닙니다. 최종 통솔권자는 보스입니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보스의 제어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됩니다. 크로스솔져들도 강성한 씨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결코 보스와 척지지 않을 겁니다.”

   “흠, 그게 네가 나를 발굴해서 굳이 형씨와 엮은 이유인가?”

   “처음부터 그런 결론을 상정했던 것은 아닙니다. 제게도 신앙심이 돈독한 형제가 하나 있는데 그 아이에게서 영감을 받아 잠깐 변덕을 부렸을 뿐입니다.”

   “아무튼, 네 녀석답게 철저히 네 주인을 위하는 마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군. 충신이라 불러야 할지 간신이라 불러야 할지 참으로 애매해.”

   “칭찬으로 해석하겠습니다.”

   성운은 당분간 계속 지켜보면서 현재의 노선을 유지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장 크로스솔져를 조종하거나 해산하자니 그들은 너무도 큰 유익이 되었다. 일라이저의 사병 세력을 약화시키고 신수의 데이터를 획득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둘째치고 히어로들에게 도덕적인 본보기가 됨으로써 굳건한 히어로 정신을 확립하는데 막대한 이바지를 하고 있었다.

   ‘훗날 내 손에서 벗어나는 것은 기정사실이겠지만….’

   미래의 일은 어차피 그때 가서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당장 성급한 행동을 취한다고 유익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보장은 없다.’   

   성운은 손을 뻗어 거대 규모의 기술 염동력을 발동했다. 초능력과 결합된 기술 염동력. 그는 최상위 초인답게 새로운 초능력과의 적합도가 높았다. 그 덕분에 기존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력한 힘이 발산되었다.

   수억의 거대 몬스터들과 신수들의 시신이 일제히 허공에서 해부되었다. 성운은 사물의 구성 및 작동 원리를 단번에 파악하는 자신의 재능에 초능력을 적절히 조합하여 적 시체에 깃든 공학 기술을 진공 청소기로 흡수하듯 하나도 남김없이 빨아들였다. 그 후, 성운은 잔해와 그 주변 물질의 배열을 분자 단위로 재조립했다. 일라이저가 남긴 기술력에 성운의 기술력이 섞이자 시너지 효과가 일어났다.

   “역시 너도 스물넷 중 하나인지라 굉장하군.”

   크리슈나도 내심 감탄하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보스께 빌려 쓰는 힘에 지나지 않죠.”

   성운은 자신이 낳은 경이로운 광경조차 심드렁하게 보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

 

 

 

 

   1개월 후.

   -실망이야.

   쌍둥이 신수, 시혼과 옥.

   놈들은 오늘도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영웅들을 정신 고문하는 중이었다.

   -지금껏 그 많은 영웅이 거쳐왔는데도 우리의 시험을 통과한 자가 없다니.

   -태생적으로 어리석으니까. 자신들의 가치 판단 기준이 지극히 상대적이고 불완전한 줄도 모르면서 그저 자기 생각만 옳다고 믿으며 날뛸 뿐이지. 우린 단지 저들의 어리석음에 합당한 패배감을 가르쳐주면 돼. 놈들의 가치 판단 체계의 허구성을 증명해주면 그만이지.

   바로 그때 공간의 틈새가 벌어지면서 전신 슈트로 무장한 세 명의 영웅이 난입했다. 스페너, 프랑케, 그리고 크로스비였다. 세 여성은 냉병기를 몸에 두르고 슈트에 내장된 각종 특수 능력과 병기들을 발동했다.

   -인간 여성은 신체 능력이 뒤떨어진다고 들었는데?

   시혼이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방심하지 마. 히어로들의 강함은 본신의 신체 능력과는 별개야.

   옥은 히어로들의 능력을 잘 간파하고 있었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저들이 입고 있는 슈트는 생체와 기계가 융화되어있기에 인간 근력의 수만 배 이상은 손쉽게 휘둘러. 그리고 물리력 상쇄와 물리력 증폭 기능이 비대칭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특수 소자가 슈트에 코팅되어 있어. 놈들에게 가해지는 타격은 한없이 최소화되고 바깥으로 발산되는 타격은 한없이 증폭되지.

   괴물은 감찰의 능력과 데이터베이스로 빠르게 분석하였다.

   “썩 기분 좋지 않은걸. 신수들도 인간의 가치를 테크놀로지로 재단할 줄이야.”

   스페너가 불쾌하다는 얼굴을 지었다.

   “그게 바로 오늘날의 기술만능주의, 아니 물질만능주의 아니겠어.”

   프랑케는 이젠 별로 신기하지도 않다는 투로 말했다.

   “하긴, 히어로들도 반성 좀 해야 해. 물질만능주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은 자신의 가치도 이능력이나 무기, 무장, 뇌에 주입하는 전투 프로그램 같은 것들로 규정할 수밖에 없잖아.”

   크로스비는 이 말을 끝으로 실전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시혼과 옥의 뒤편으로 텔레포트 했다. 기습 공격에 당황한 쌍둥이 신수는 전신에서 빔을 분출하였다. 곧이어 스페너와 프랑케가 열 개씩 인형을 소환해 조종했다. 본체와 인형을 동시다발적으로 운용하면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조차 없었다. 신수들은 당황했다.

   -초인도 아닌 녀석들이 최상위 버전의 인형들을 동시 운용한다?

   -방심하지 마라. 저 녀석들은 단순히 전투력만 강한게 아니야. 실전의 베테랑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집념과 의지력의 수준이 어마어마해.

   세 여전사의 위험성을 본능적으로 간파한 옥이 시혼에게 경고했다. 양측은 자율전투 병기들을 여럿 소환해서 현란한 전쟁을 벌였다. 허공을 비행하며 사방으로 순간이동 하는 포격 병기와 냉병기들이 시공간의 기반을 뒤흔들어 놓았다. 에너지 포격은 사방으로 산란하고 꺽이며 유려한 곡선을 그렸고 마법 같은 특수한 작용까지도 일으켰다.

   질량 탄두들은 관성의 법칙과 상대성 이론마저 무시하며 괴랄한 힘을 발휘하였다. 특수물질 탄두들은 순간이동을 통해 가속되어 상대측을 가격했고 그때마다 피격자는 예지에 가까운 예측력으로 공간을 휘어 대응했다.

   전투 끝에 시혼과 옥이 크로스솔져들의 탁월한 협응력에 밀려나자 새로운 신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수, 발락이 거대 본체를 이끌고 시뮬레이션 우주의 내부로 진입해 들어왔다.

   -한심하군. 고작 인간 셋에 애먹다니.

   발락은 별 쓰레기 같은 놈들을 다 본다는 시선으로 시혼과 옥을 질책했다. 지휘 계통상 하위에 속하는 시혼과 옥은 개처럼 고개를 숙이고 깨갱 엎드렸다. 발락은 거들먹거리며 포효하였다.

   -칭찬해주지, 인간들이여.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시험이다.

   발락은 자신이 받은 특수 코드를 발동시킴으로써 시뮬레이션 우주의 실체화 비율을 높였다. 동시에 그곳 내부 구조도 변형하였다. 거대한 포탈처럼 생긴 문들이 활짝 열렸다.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하늘도시 내부의 특정 지역에 맞닿아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문의 개수는 수백 개를 가뿐히 넘겼다.

   -흐음, 생각보다 당황하지 않는군. 분명히 환상계를 현실과 분간하지 못하게 만드는 ‘환상의 표식’이 있을 터인데? 제아무리 시민권을 얻었다지만, 표식의 영향력이 완전히 오프되지는 않았을 텐데.

   발락은 상대가 의외로 너무 침착하자 의문스러웠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우리는 좀 특별해서 말이지. 표식의 영향력에서 훨씬 더 자유로워.”

   과연 스페너의 말대로 크로스솔져들은 다른 휴먼 솔져 출신 히어로들과 비교했을 때 표식의 잔재가 주는 부작용으로부터 정신적으로 자유로웠다.

   -그래, 그 소문은 나도 들었다. 왜 그럴까? 참 신기해.

   “난 너처럼 호기심을 표현하는 인공생명체야말로 신기한걸.”

   -크큭, 이렇게 된 거 서로를 해부해보는 것이 좋겠군.

   신수와 크로스솔져 사이에서 살벌한 농담이 오갔다.

   -그런데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걸? 이번 시험은 조금 다르거든. 이전에는 시뮬레이션 우주 내부로 소환한 건 식민지 인간들의 정신체가 전부였지. 그래서 그것이 죽어도 어차피 하룻밤 생생한 악몽과 별 차이가 없었어.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도 너희 측의 기술을 조금 응용했다. 확률왕의 전술을 말이야.

   “……무슨 말이지?”

   크로스비가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말 그대로야. 지금부터 끌려올 주민들은 정신체가 아닌 진짜 몸이라고.

   신수는 의기양양해하며 자신의 추악한 계획을 낱낱이 자백했다.

   -정확히는 저 사람들의 확률 파동을 복제해왔지. 너희가 여기서 시험을 잘 통과한다면 실제 식민지에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아. 하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여기에서 이뤄지는 피해가 어떤 형태로든 현실에 반영될 수도 있지. 비록 확률은 낮겠지만 0은 아닐테다.

   분노한 영웅들은 이를 부득 갈았다. 정말로 저 신수가 사람의 생명을 두고 내기를 하려는 속셈인가? 아니면 그저 진지하게 내기에 임하게 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걸까? 본래 인류연합에게 복속된 신수는 인간을 해치지 못한다. 하지만 혹시라도 악마가 저 신수를 사로잡았다면? 그렇다면 인간의 고삐가 통제해주지 못할 터.

   애초에 신수가 하는 말도 해석하기가 참 모호했다. 정말로 복제된 확률 파동에 가해진 현상이 원본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여러 신학적, 도덕적, 과학적 의문이 솟구치는 바람에 머리가 터질 듯 했다.

   “녀석의 진위를 잘 모르니 최악을 상정하고 대응하는 게 낫겠어.”

   스페너의 말에 나머지 둘도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알면서도 속아줄 수 밖에 없는 판이군. 불가피한 손해야.”

   “어차피 우리가 갈 길은 손해를 참아내야만 하는 길이잖아.”

   이윽고 시험이 재개되었다. 각각의 포탈 쪽으로 거대한 빔이 분출되었다. 통상 공간과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기에 빔이 목적지에 닿는 데는 긴 시간이 걸렸다. 솔져들의 힘으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빔이긴 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순차적으로 하나하나 막아야 했다.

   어느 쪽의 빔의 진격을 얼마나 빨리 차단하느냐에 따라 확률 파동 상태로 몸이 끌려온 사람들에게 가격될 피해량이 극적으로 달라진다. 자연히 이 과제는 집단들을 저울에 올려 목숨의 경중을 판단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발락은 사악하게도 히어로들의 고뇌를 더욱 가중했다. 그자는 각 인구 집단의 정보를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판단의 도마 위에 두고 계산할 수 있도록. 그리고 더 사악하게도 피격당할 장소에 있는 개개인의 감정까지도 데이터화하여 크로스솔져들의 뇌리에 텔레파시로 전송해 생생히 공감케 해주었다.

   -너희들은 과연 도덕적 딜레마 앞에서 얼마나 굴욕을 당할지 궁금하군.

   발락은 여태껏 이러한 방식으로 수많은 히어로들의 정신을 무너뜨려 왔다. 물론 지금까지는 시험 안에서 벌어진 일이 실제 식민지 세계의 피해로 이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히어로에게 굴욕과 트라우마를 심겨주기는 충분했다. 제아무리 신을 믿는다고 설쳐대는 맹랑한 크로스솔져들이라 해도 막상 딜레마 앞에서는 별수 없이 허약한 민낯을 드러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결국, 저들도 일개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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