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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30회 아벨의 후예 Ch 4. 이레귤러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2.24 | 회차평점 0 0

 

 

 

 

 

Chapter 4. 이레귤러

 

 

 

 

 

 

 

 

   며칠 전의 일로 윤혁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모처럼 형제들과 풀장까지 왔는데 수영할 기분이 좀처럼 들지 않았다. 재혁과 만나고 오면 늘 이렇게 기분이 뒤숭숭했다. 그의 어긋난 행로가 영 불편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그의 복잡한 심경과 상황을 잘 이해해주지 않고 무심하게 대한 것 같기도 해서 찜찜했다. 애증이란 이렇듯 복잡했다. 영적으로는 위협적인 존재이나 사적으로는 유대감과 피를 같이 나눈 형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표식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표정이 일그러졌어.’

   그 주제가 재혁에게는 나름 역린이었을까. 차라리 사정을 후련하게 털어놓아 주면 이해라도 할 텐데. 숨기는 게 저렇게 많으니 다가갈 방도를 모르겠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될 텐데.’

   강재혁이라는 존재는 지금도 날마다 인간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나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지능의 한계를 넘어 초월적인 지혜를 얻더니,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연구와 단련을 반복해서 초자연적 지성(Supernatural intelligence)마저 획득했다. 인류의 시스템들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경지에 이르더니 이제는 기계와 이종족을 포함한 모든 인공지성체 위에서 신적 존재처럼 군림하게 되었다.

   그러더니 얼마 전에는 인조 권능까지 자기 손으로 직접 발명해냈다. 더욱이 그의 지각 능력은 점점 더 높은 상위 차원에 닿고 있다. 또 가뜩이나 강했던 초인의 신체에 더해 노화, 질병, 부상을 모두 정복하여 불로불사를 이룩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 결국…….’

   어르신께 경고 들은 최악의 우려가 현실이 될까 두려웠다. 형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 요소가 가족이나 친구, 연인의 결핍 같은 외적 요인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그런 것들은 윤혁이 채우도록 도와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영혼의 깊은 공허는 주님께서 직접 그 자리를 정복하시지 않는 한 채워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윤혁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에 갑갑하기 그지없었다.

   ‘억제자이면서도 이 몸은 무력하구나.’

   에드레이 씨는 아벨의 후예를 찾으라는 부탁을 유언으로 남겼다. 혹시 그들이라면 이 버거운 소명을 조금이라도 거들어줄 수 있을까? 하지만 정확히 아벨의 후예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떤 무리를 지칭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존 인류는 오로지 노아의 후손, 다시 말해 셋의 후손들뿐이다. 노아의 홍수 당시 인류는 단 여덟 명의 식구들을 제외하고 전멸했었다. 이후 세대는 하나도 예외 없이 그들의 후손이다. 그렇기에 카인의 후손이나 아벨의 후손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문자적 의미 그대로의 후손이라면.

   ‘영적인 의미의 후손일까?’

   혹시 그리스도인들을 빗대어서 표현하셨을까? 하지만 에드레이의 뉘앙스를 되새겨보니 마냥 그런 단순한 해석 같지는 않았다. 유언의 문맥상 억제자의 소명을 돕는 이들을 지칭하셨을 테니 그리스도인을 뜻하셨을 가능성이 크겠지만 그보다는 조금 특별하게 구별된 존재를 지목하는 것 같았다. 이를테면 사도, 선지자, 제사장 같은 특수 직책처럼.

   “휴우, 잘 모르겠다.”

   윤혁은 한숨 쉬며 몸을 일으켜 수영장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그때 탄탄한 촉감이 목덜미에 닿았다. 짓궂은 형님들이 또 거리감도 없이 다가왔구나.

   “윤혁아!”

   “형들이랑 놀자.”

   “아니, 왜 이렇게 풀이 죽어 있어?”

   아도니람, 폴리캅, 웨슬리. 이 세 명은 오늘 막내의 기분전환을 도와주겠다는 핑계로 동생을 반강제로 물놀이터에 끌고 왔다. 크로스솔져들은 하나같이 붙임성이 좋았다. 휴먼 솔져 때부터 그런 성격이었는지 아니면 지구에서 성한을 만나면서부터 성격이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다. 윤혁도 이들의 그런 싹싹한 태도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터놓고 친형과 친누나처럼 대해주기에는 아직 어려운 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으윽, 근육으로 누르시면 아파요.”

   장난스럽게 눈살을 찌푸리며 윤혁이 엄살을 부렸다.

   “허어, 우리 막내 체력 좀 키워야겠네.”

   “어이, 솔져들 피지컬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거지 일반인 기준으로 윤혁이 정도면 튼튼한 편이거든. 게다가 패기나 깡이나 활약으로는 우린 막내한테 어림도 없어.”

   아도니람이 웨슬리에게 호된 핀잔을 주었다.

   “음, 그건 그래. 윤혁이가 대단하긴 하지. 여러 면으로.”

   “어떤 의미에선 우리가 윤혁이를 형님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복합적인 의미가 묘하게 뒤섞인 짓궂은 놀림. 윤혁은 얄궂은 형들을 노려보면서 가볍게 혼내주는 뜻으로 한 대씩 등짝에 손자국을 남겨주었다. 물론 워낙 단단한지라 자기 손만 아팠다. 하여간 무쇠 같아서는. 윤혁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

 

 

 

 

   물놀이를 마친 그들은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처음에는 가벼운 발걸음이었건만 이는 오래 가지 못했다. 집과 조금 떨어진 곳에 이르렀을 때 윤혁 일행은 오랜만에 낯익은 얼굴을 마주했다. 윤혁에게는 좋은 의미와 좋지 않은 의미로 익숙한 인물이었다. 크로스솔져들은 즉각 긴장 태세를 갖추고 윤혁과 그 인물 사이를 가로막았다. 하지만 상대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오랜만입니다, 삼촌.”

   철인왕 진. 그는 크로스솔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투명인간 취급을 하더니 윤혁을 향해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했다. 뻔뻔스러운 웃음을 보니 참으로 대단한 철면피구나 싶었다.

   “진, 당신이야말로 오랜만이네요.”

   이번에는 인형도, 분신도, 홀로그램도, 아바타도 아닌 본체였다. 금발의 화려한 미남은 밝은 미소로 화사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그러나 윤혁은 웃음기 하나 없이 냉랭했다. 크로스솔져들은 한 층 더 표정이 험악해졌다.

   “저것들 치워도 될까요?”

   진은 마치 난간에 떨어진 쓰레기를 대하는 듯 윤혁의 동료들을 가리켰다.

   “바로 근방으로 워프시킬 수도 있는데요.”

   그리고는 손에서 희미하게 힘을 방출해 보였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치워버릴 기세였다. 초능력의 위력을 체험적으로 잘 아는 세 용사는 긴장 태세를 더욱 바짝 조였다. 이용자는 최상위 초인에 초능력 버전은 최신판. 분명 과거에 맞서왔던 적들의 능력과는 궤를 달리하리라.

   “형들, 잠시만 둘이서 이야기할게요. 저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크로스솔져들이 더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윤혁이 만류했다.

   “……알았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

   그들로서도 초인이라는 존재가 썩 탐탁지 않았지만,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셋은 자리를 비켜 윤혁을 떠나 근방으로 이동했다. 그 대신 유사시에 곧바로 달려올 수 있도록 거리를 과도하게 벌리지는 않은 채 바짝 긴장하였다.

   “두 차례의 여행으로 당신께 큰 신세를 졌습니다.”

   윤혁은 냉소적인 어조로 형식적으로나마 답례 인사를 하였다.

   “별말씀을요.”

   철면피답게 진은 태연히 웃으며 대꾸하였다.

   “마지막에 버려진 것만 제외하면 말이죠.”

   “이런, 미안하게 됐군요.”

   “애초에 우리 신뢰가 그 정도밖에 안 되었으니 딱히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계약도 해제되었으니 각자 얼굴 붉힐 일 없어서 좋네요.”

   솔직히 말하면 진에게 다시는 손 빌릴 일이 없으니 몹시 후련했다. 진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과거 전적을 무마해보려 시도했다.

   “궁색한 변명이겠지만 저로서도 방책이 없었습니다. 칼리드는 작정하고 사전부터 철저히 계획했거든요. 그의 수작이 수포가 된 것은 참 놀라웠지만요. 아무튼 당시의 저는 셀레스티언들을 제어하는 데 참여하느라 바빴답니다.”

   “어련하시겠어요.”

   윤혁은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듯 무감정하게 답했다.

   “그나저나 반지는 잘 갖고 계신 것 맞죠?”

   “네.”

   “당신 연구에 제법 도움이 많이 되겠네요.”

   계약대로 윤혁의 반지는 진에게 회수되었다. 비록 소유권은 여전히 윤혁에게 귀속되었으나 그 소유권자가 직접 진에게 이용권을 양도해준 덕에 진도 애로사항 없이 수월하게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강윤혁 씨가 계약이행을 안 하실 줄 알고 내심 걱정했답니다.”

   “저는 누구와는 달라서요.”

   “뒤끝이 좀 있으시군요, 삼촌.”

   진은 난처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됐고요. 뭐, 그래서 반지의 내부 구조와 기능은 분석해보셨나요? 칼리드가 했던 일을 보니 단 한 가지 성분의 기능조차도 엄청난 효력을 담고 있는 것 같던데요? 진 당신이라면 뭐라도 좀 알아낼 줄로 기대했건만.”

   “그게……, 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답니다.”

   진은 쭈뼛거리며 답하기를 망설였다. 그는 그간 집중적인 분석을 통해서 반지를 구축하는 핵심 기술의 실마리를 찾아내었다. 그러나 너무도 복잡한 고난도의 테크놀로지였기에 진으로서도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이해하는 게 전부였다.

   “커버넌트(COVENANT)라는 언터쳐블 기술이 담겨있더군요.”

   “커버넌트? 뭐죠? 웬 ‘계약’인가요?”

   “고유명사로서의 용어입니다. 커버넌트란 아버지가 본인만의 재능을 통해 빚어낸 기술인데, 그 근원이나 비법이나 재료 자원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일종의 무형 계약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공수표나 마찬가지인 일반적인 사회 계약과는 달리, 그 자체만으로도 특수한 힘이 담긴 물리적 실체이죠.”

   순간적으로 판타지 영화에나 종종 등장하는 ‘계약 마법’ 같은 게 떠올랐다. 카이젤 이자는 도대체 공상과학 속의 요소들을 어느 단계까지 현실화시켜낸 것이란 말인가. 기가 찼다.

   “원리를 말해주셔도 저 같은 일반인은 이해를 못 하겠네요.”

   “솔직히 저조차도 태반도 이해 못 합니다.”

   “그 정도입니까?”

   “아무래도 발명 과정에서 아버지의 고유 재능까지 쓰였을 테니까요.”

   “고유 재능이라니요?”

   “초인만의 재능입니다. 일반인에게는 그런 개념 자체가 없죠.”

   진의 말에 의하면 최상위급 이상 초인은 언어나 수학이나 예술처럼 일반인과 공유하는 카테고리의 재능이 아닌, 배타적이고 특수한 고유 재능을 소유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하였다. 대표적인 예시가 성운의 양자 확률 관련 재능이었다. 모든 이가 해당 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나 최상위 초인 정도면 보통 한 개에서 세 개 사이의 특수 재능을 지닌다고 한다.

   “최상위 이상 레벨의 초인들은요?”

   “흠, 제가 알기로 에녹 아담즈 부대표님은 다섯 개라고 들었습니다. 물론 그분이 소유한 불완전한 형태의 ‘학습의 괴물’ 능력은 차치하고서도 말이죠.”

   “카가미 씨도 무시무시한 분이셨네요.”

   에녹 이상이라면 카테고리 분류 불가의 초인들인데 참고로 이들에게는 1인당 수십 개 정도의 특수 재능이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티아라가 지닌 교육자로서의 특수 재능은 그녀의 카드 패에 감춰진 수많은 고유 재능 중에서도 가장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반인으로서는 감이 안 잡혔다.

   “그러면 GOAT(Greatest of all time) 클래스……, 위버멘쉬는요?”

   “아버지 말입니까?”

   진은 잠깐 뜸을 들이며 고민한 뒤 대답했다.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감추고 계신 게 많아서요. 일단 대외적으로 공개하셔서 알려진 것들만 고려하자면……, 일단 최소 5천 개 정도일까요?”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되었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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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커버넌트 .... 이 작품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테크놀로지 중 하나가 오늘 정체가 드러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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