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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31회 아벨의 후예 Ch 4. 이레귤러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2.24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윤혁은 경악하였다.

   “네? 네자릿수요?”

   “공개하신 것만 말입니다.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치면 몇 배는 되겠죠.”

   “세상에!”

   “참고로 그분은 2차 각성을 이루시기 이전 기준으로도 이미 153개를 소유했습니다. 다른 넷과 경쟁하던 시절에도 이미 그들을 압도하셨던 것이죠. 현재는 공식적으로 5천 개 이상으로 드러났고 숨겨두신 것들을 더하면 만에서 십만 단위는 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이 맞긴 하는가요?” 

   동생인 자신조차도 위화감이 들 지경이었다.

   “아, 혹시나 오해할까 봐 말씀드리지만, 이 모든 고유 재능은 양자 두뇌나 메이저급 초지능체의 도움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본인 역량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말씀드린 건 그분께서 ‘학습의 괴물’로서 타인에게서 복제한 것을 제외한, 본인만의 오리지널 재능만을 계수한 겁니다.”

   “타 초인들에게서 흡수한 재능까지 합치면 더 많겠군요.”

   “네. 사실 다 합쳐도 그분의 원래 것이 더 많긴 하지만요.”

   어째서 사람들과 초인들이 카이젤을 두고 초인들의 초인이라고 부르는지 다시금 뼈저리게 이해가 되었다. 윤혁은 혀를 내둘렀다. 그런 엄청난 고유 재능을 가진 자나 되어야 반지 속의 이능(異能)을 온전히 다룰 수 있겠구나.

   “그 반지를 버리길 잘했네요.”

   “탐나지 않습니까? 갖고 계셨으면 꽤 큰 힘이 되었을 텐데요?”

   “아니요, 제가 감당할만한 물건이 아니에요.”

   과욕은 도리어 해가 되는 법. 윤혁은 이제 더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그런 무리한 힘에 마음에 의존할 생각이 없었다. 비록 지난번 여행 도중에는 반지가 여러 번 도움을 주었던 것이 엄연한 사실이지만 이는 어리석었던 그의 치기를 불쌍히 여기셨던 주님의 섭리 덕택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리어 하나님을 의존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데는 방해만 되었었지.’ 

   반지 생각을 마음속에서 깔끔히 털어내 버린 윤혁. 그는 진과 더불어 산책을 하면서 오래간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었다. 중요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소소한 담화까지도.

   “진, 그나저나 이제는 아예 지구에 살기로 하신 겁니까?”

   “네, 아버지께서 저하고 제6 철인왕은 당분간 제로원에 거주하도록 지정해주셨거든요.”

   진은 최근 들어 아엘브론에 거하는 중이었다. 카이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연구를 실컷 하는 중이란다. 진 같은 인물에게는 호기심과 지식욕을 충족시키며 지내는 유유자적한 삶이 나름대로 최고의 환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무 환경은 괜찮고요?”

   “네, 드넓은 우주도 그 나름의 이점이 있지만 역시나 제게도 귀소본능이 있는지라 지구가 좋긴 좋죠. 환경도 깨끗하고 문화적으로도 우수하고, 무엇보다도 인류연합의 수도라서 그런지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는데도 아주 편리하죠.”

   “하긴 형도 이곳에 살고 있으니까요.”

   “강윤혁 씨가 그분께 배운다길래 저도 좀 과외를 거들어주겠다고 나섰더니 그분께 크게 혼났습니다. 동생한테 함부로 눈독 들이지 말라면서 눈치를 주시더라고요. 팔불출이 따로 없습니다.”

   “하하.”

   윤혁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 그리 알고 싶지 않은 정보였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무슨 목적으로 오셨습니까?”

   대화가 무르익자마자 윤혁은 곧바로 진에게 본론을 던졌다.

   “성미 급한 건 여전하군요.”

   “어서 대답이나 해주시죠.”

   “흠, 나름 좋은 소식을 들려주려고 왔는데 너무하군요.”

   ‘좋은 소식?’ 

   자주 당해봐서 그런지 좋은 소식이라 해도 느낌이 영 심상치 않았다.

   “첫 번째 이레귤러, 그의 거주지가 정해졌습니다. 강윤혁 씨가 사는 곳 근처에 특수 생활시설을 마련했습니다. 주기적으로 감시는 받겠지만요.”

   첫 번째 이레귤러?

   “설마…, 스테판 씨 말씀입니까?”

   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윤혁의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스테판이 지구로 호송된 이후로 내내 깜깜무소식이었던지라 내심 말은 안 해도 전전긍긍하고 있던 차였다. 부디 인류연합 측에서 가혹하고 비인도적인 처분만 안 내리기를 기도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험한 일을 당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몸은 멀쩡하시나요?”

   “우리도 인권은 존중합니다. 이렇게 신뢰가 없었을 줄이야.”

   “그게……, 전적이 전적이다 보니 좀…….”

   “영 걱정되면 직접 가서 보시죠.”

   “하하, 감사합니다.”

   그때 윤혁의 머릿속에 한가지 미심쩍음이 스쳐 지나갔다.

   “그나저나 첫 번째라는 말은……, 다른 이레귤러도 있다는 뜻입니까?”

   “늦게도 물어보시는군요. 저 같았으면 그것부터 캐물었을 텐데.”

   의외였다. 스테판 말고도 이레귤러가 또 있었단 말인가?

   “스테판 이후로도 그녀, 크레센트의 선지자에게 개조당한 자가 있었나요?”

   “반대입니다, 삼촌.”

   “……반대라니요?”

   진에게서 나온 다음 답변은 조금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스테판은 최초의 이레귤러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최후의 이레귤러입니다. 반역자였던 그 여자는 스테판 이전에도 이미 여러 명의 식민지 인간을 몰래 탈취해왔습니다. 목적은 표식을 개조하고 변경해서 자신 마음대로 제어하는 것이었죠. 한 마디로 우주 인류를 아버지에게서 탈취할 단서를 찾으려 시도했습니다.”

   이어지는 설명도 놀라웠다. 우주 인류의 일곱 표식이 지금처럼 고성능 버전으로 확립되기 이전, 표식에도 원시 단계에서 고위 단계로 넘어가던 과도기가 있었단다. 이 과도기 때 표식 기술은 일대 혁신의 업데이트를 거쳤다. 그 업데이트만 완료되면 대대손손 유전되는 완벽한 재현성, 클라우드 방식의 편리한 자동 업그레이드 기능, 부작용 없는 완전한 성능, 자가 보수 기능까지 확충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취약한 시기에 여러 개체가 그녀의 손에 빼돌려졌죠. 다행히 그녀의 실력으로는 아버지와 그분의 조수인 ‘삼형제’가 완성한 기술을 흐트러뜨리기 어려웠죠. 애초에 세력도 기반도 없었던 그녀인지라 많은 표본을 빼앗을 여력은 없었습니다. 결국, 백여 명의 실패작만이 남겨졌죠.”

   그 실패작들 이후 최후에 이르러 성공작이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가 바로 당신이 애지중지하는 그 동료입니다.”

   “하아.”

   사실 진은 스테판더러 성공작이라고 표현했지만, 스테판과 같이 지내면서 개인적인 담화를 나누었던 윤혁은 더 구체적인 진상을 하나 알았다. 스테판이 소위 이레귤러로서 온전히 각성할 수 있었던 것은 크레센트 선지자가 가한 조작에다 ‘영적인 각성’까지 더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를 믿고 회심하기 이전에는 스테판의 표식의 변형도 불완전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윤혁은 악한 조작과 선한 영향력이 하나님의 주권 안에서 빚어져 하나의 섭리를 자아낸 것이라고 여겼다.

   “지난번 칼리드가 ‘거짓 휴거 프로젝트’를 벌였을 때 하늘도시 지상부에서는 어마어마한 종교 부흥이 일어났었죠. 기억나십니까.”

   “네, 그야 물론이죠. 어찌 잊겠습니까? 그런데 그건 왜?”  

   윤혁은 뜬금없이 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지상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하에서는 한층 더 심각한 초자연적 판데믹 현상이 크게 지펴졌죠. 아마 그 시점에 지하에 있던 나머지 110명의 불완전한 이레귤러들도 스테판에 근접한 완성작으로 각성한 것 같습니다.”

   “그, 그랬습니까?”

   그때 벌어진 사건의 여파가 생각보다 훨씬 컸던 모양이다. 윤혁은 자신과 동료들이 올려드렸던 중보 기도가 이렇게까지 걷잡을 수 없는 나비 효과를 낳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영혼을 살려내는 임무가 얼마나 막중한 책무인지 한 번 더 실감이 났다. 그렇게 속으로 찬탄하던 중 진이 방금 꺼낸 이야기 중 놓친 중요한 부분이 들어있음을 뒤늦게서야 발견하고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라면 설마……, 죽은, 아니 가사 상태로 동면 중인 사람들인가요?”

   “정확한 용어로는 하데스 챔버(Hades-Chamber). 당신 말대로 하늘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늙거나 병들거나 다쳐서 죽기 직전에 이르렀을 때 ‘생사의 표식’을 매개체 삼아 강제로 워프되는 장소입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피코머신과 의료장비를 통해 치료를 받습니다. 신체장애, 불치병, 감염, 외상은 물론이고 노화마저도 치료되죠. 젊고 완전한 상태로 회복됩니다.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서 하긴 하지만요.”

   듣고 보니 처음 찾아갔던 선교 여행지였던 칼티엔뉴르에서 망자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 들은 증언과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윤혁은 문득 호기심이 도졌다. 왜 굳이 주민들을 죽지 못하도록 오래오래 남겨두는 것일까?

   “무슨 목적이 있길래 그렇게 오래 살려두는 거죠?”

   딱히 비난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그저 궁금했다.

   “예전 같았으면 기밀이라 감췄겠지만, 지금은 어차피 이미 프로젝트가 개시되어 한참 진행되는 중일 테니 의미 없겠군요. 그냥 설명해드리죠.”

   진의 일장 연설이 이어졌다. 하늘도시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몇 가지 주된 목적을 담은 계획이었는데 그중 두 가지는 ‘단기간 내 초거대 규모 인구 양성’과 ‘표식 시스템의 확립’이었다. 이 부분까지는 윤혁도 이미 잘 알았다. 그런데 진은 조금 더 나가 하늘도시 프로젝트란 것도 결국 더 포괄적인 ‘우주 인류 프로젝트’의 첫 단추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우주 인류 프로젝트라는 것은 4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단계가 바로 하늘도시의 구축입니다. 2단계는 테라포밍 행성에 인류를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참고로 그 이후인 3단계와 4단계는 아직 개시되지도, 공개되지도 않았기에 저로서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진은 계획의 큰 틀 정도는 넌지시 알려주었다. 네 개의 단계 중 홀수 번째인 1단계와 3단계는 ‘인구의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계획으로 초인들 사이에서는 1단계 프로젝트 곧 하늘도시 프로젝트를 ‘일차적 우주 인류 형성’이라고 부르며 3단계 프로젝트는 이와 대조하여 ‘이차적 우주 인류 형성’이라고 부른단다. 반면 이들 사이에 낀 2단계와 4단계 프로젝트는 인구 증식이 아닌 ‘인구 정착’과 관련된 단계였다.

   ‘내가 알아야 할 부분은 2단계로군.’

   윤혁은 집중력을 극대화하여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흠, 2단계는 테라포밍된 행성에 인구 집단을 정착시키는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에 쓰이는 씨앗들이 바로 하데스 챔버에 갇혀있던 인간들입니다. 죽기 직전에 지하로 소환되어 동면 되었다가 피코머신 치료를 통해 회춘한 사람들 말입니다.”

   “씨앗이요?”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씨앗 인구. 왜 그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러고 보니 하늘도시라는 우주 정착 식민지들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씨앗 인구가 필요했을 텐데 어찌 마련했을까? 만일 개인의 거주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주었다면 누가 정들고 편한 지구를 떠나 선뜻 자진하여 하늘도시 같은 낯선 콜로니로 이주했겠는가?

   ‘이건 첫 단계부터 의문투성이인 프로젝트였군.’

   이미 과거의 베일에 싸여 알 수 없게 된 첫 단계의 수수께끼의 답을 유추하려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두 번째 단계가 이뤄지는 방식에 비춰 역으로 추측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듯했다.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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