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컨텐츠는 [유료컨텐츠]로 미결제시 [미리보기]만 제공됩니다.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61회 아벨의 후예 Ch 10. 계약 성립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4.16 | 회차평점 0 0

 

 

 

 

 

 

 

Chapter 10. 계약 성립

 

 

 

 

 

 

 

   리온 마흐무드는 골방에 앉았다. 그는 조용히 말씀을 묵상하며 최근 자신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던 고민과 염려들을 내려놓았다. 하나님의 충실한 종인 그는 세속적, 물질적 가치관에 염려의 무게중심을 두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염려의 대상은 어찌 하여야 그분의 나라와 뜻을 실현하느냐에 관한 것뿐이었다.

   그는 그 올바른 고민마저도 혼자서 전전긍긍 앓지 않고 주님과 더불어 상의하는 것이 일반이었다. 이러한 태도가 어려서부터 습관화된 그였기에 어떤 종류의 소명이 주어져도 늘 준비된 자세를 보여줄 수 있었다.

   최근 그의 머리를 아프게끔 한 문제는 다름 아닌 우주 인류의 초청이었다. 지구 교회는 10월달부터 리온을 정식 목회자로 안수하였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중대한 책무를 맡겼다. 바로 Upol의 교회들에서 온 편지에 응답하여 대대적인 종교개혁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힘을 보태주는 것이었다.

   우주 전역의 교회들을 지도하고 돕는 구원 투수. 처음에는 그 무게감 때문에 망설여졌지만 리온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긴 소중한 임무를 충성하는 자세로 받아들였다.

   다만, 걸림돌도 있었다. 리온 자신의 행적을 얼마나 드러내느냐의 문제를 놓고 마음속에서 씨름이 생겨났다. 늘 겸손한 태도를 일관하려 노력하던 리온이었지만, 사실 지식이나 영적인 성숙도, 그리고 쌓아온 위업들을 자랑하려면 얼마든지 할 것들은 넘쳐났다. 실제로 그는 우주 인류의 복음화라는 역사적 순간의 선두에 서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하나님의 영광만이 드러나기를 바랐기에 어떤 경우에도 자기 자신의 영광이 노출되어 그분의 몫을 부지 중에 도둑질하게 되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반대 방향의 고민도 들었다. 만일 자신에게 허락된 네임벨류를 십분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전면에 나서기는 싫으나 때로는 용감하게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진리를 변호함에 있어서 유리한 것도 사실이었다.

   ‘교만함에 물들지 않으면서도 내게 주어진 여건을 사용할 수 있을까?’

   물질적으로 탐할 것이 별로 없는 입장인 그에게 있어서 늘 가장 커다란 시험은 교만, 그것도 영적인 교만이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겉으로만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여기겠지만, 리온은 도리어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눈 앞에서 티끌만큼이라도 우쭐대는 모습이 마음속에 드러날까 봐 두려워하였다. 그는 매우 희미하게 일어나는 교만의 잔파에도 떨만큼 영이 극도로 민감했다.

   ‘난 내가 겪어온 지난 몇 년의 경험들을 간증하고도 온전한 겸손을 유지할 자세가 갖춰져 있을까. 만약에 그렇지 못하다면 재고해봐야 할지도?’

   우주 전역의 교회들 앞에서 지난날의 역사를 간증하고 공개한다면 확실히 리온이 전하고자 하는 개혁의 목소리가 이단들을 대적하여 힘을 얻긴 할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리온은 신중에 또 신중을 기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서 올바른 균형점을 찾기 위해 주님께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며칠을 보냈다.

   지구 교회의 원로 목회자인 바넷, 에프레임, 파크, 아임즈는 새내기 목사인 리온을 전면에 드러내서라도 우주 인류를 일깨울 작정이었다. 사실상 우주 선교의 아버지 격이나 마찬가지인 리온의 행적, 그의 탁월한 지혜와 말씀에 대한 이해력, 그리고 신실하고 경건한 삶의 태도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고자 했다. 한 마디로 Upol의 교회들을 개혁할 지도자로 그를 내세우려 하였다. 그들은 리온이라면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밀알이 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마냥 움츠리고 있는 것은 겸손이 아닌 태만일 수도 있다네.”

   “자네에게 허락된 여건 내에서 최선을 다하게. 그러려면 동원할 수 있는 카드는 남김없이 사용해야 하네. 간증도 그에 포함될 수 있다네. 우주 인류는 거대한 부흥을 이루긴 했지만 그만큼 타락도 빠를 가능성이 크네. 회복과 개혁을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네.”

   “어차피 그대가 맡을 임무는 희생이네.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잘 알겠지만, 그곳에 자네가 취할 영광 같은 건 없다네. 오히려 세계 단일정부의 맹렬한 핍박과 감시가 기다릴지도 모르고 그걸 차치하더라도 이단들의 맹렬한 표적이 될걸세.”

   “늘 그랬지만, 오늘날의 세계도 기독교에 우호적이지 않아. 우리는 오히려 자네더러 최전방에서 총알받이가 되라고 등을 떠미는 것일세.”

   “우리는 당신이 하나님께 충성해왔음을 잘 압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얼마나 용맹하게 적과 맞서 싸워왔는지도 압니다. 그렇기에 믿고 맡기는 것입니다.”

   이들의 간곡한 설득에 결국 리온도 우주 교회들로의 파견 임무를 수락하였다. 다만, 여전히 자신을 얼마나 드러낼 것인가의 문제는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성이 있었다. 필요하다면 간증을 적극적으로 동원해야겠지만 시기와 장소를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하늘도시들을 순회하던 지난 여행 때보다도 더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는 이 소식을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도 전하여 논의를 청하였다.

   “일이 그렇게 되었어. 조만간, 어쩌면 내년 초에 Upol로 파견될지도.”

   “우와! 정말이야? 경비 같은 문제는 잘 해결되었고?”

   “어차피 요새는 우주 이동에 경제적인 부담이 없잖아. 우주선 개수가 인류 인구수를 압도하는 판국인걸. 굳이 골치 아픈 부분을 들자면 성계와 은하를 오가는 과정에서 받게 될 검역과 감시겠지. 인류연합이 교통과 통신을 철두철미하게 지배하고 있잖아. 부디 우리의 움직임을 탄압하지 말아야 할 텐데.”

   “잘 풀릴 거야.”

   윤혁은 통화기 건너편의 리온을 격려하며 힘을 보태주었다.

   “잠시만! 그러면 같이 갈 동료가 필요한 거 아니야?”

   “그렇지 않아도 지구 교회 측에서 파견할 전도자들을 모집하고 있어. 나를 구심점으로 팀을 하나 꾸려서 파견할 예정이야.”

   “괜찮다면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괜찮을까?”

   순간 리온은 머뭇거렸다. 윤혁은 명실상부 최고의 동료였다. 신앙심은 말할 것도 없고, 지혜와 행동력도 출중하다. 용감한데다 신의가 넘치며 이웃과 형제를 사랑하는 훌륭한 사람이다. 지난 여행도 사실상 윤혁이 시직하고 끝맺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칭찬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아닌 저 친구이리라. 하지만.

   “미안해, 윤혁. 이번에는 다른 사람과 가겠어.”

   뜻밖의 거절이 되돌아오자 윤혁은 아주 조금 당황했다.

   “혹시 내가 마땅치 않아서 그래? 만약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런 이유가 아니야.”

   믿음직스러운 점만 따진다면 윤혁만 한 사람이 또 있으랴. 하지만 이번에는 그를 데려가서는 안 된다. 윤혁에게는 다른 임무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리온이 맡은 사명과는 상성이 좋지 않은 성질을 띤 임무가.

   장차 감당할 종교개혁은 어쩌면 피 흘리기까지 겨루는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 선교 여행 때보다 더 극심한 핍박을 맞이하리라. 필시 초인들, 자칫하면 인류연합까지 개입할 것이다. 저쪽과 대화할 유일한 가능성이자 중재자인 윤혁을 그런 난장판에 끌어들이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너와 강재혁 대표님은 아직 대립해선 안 돼.”

   “설마 우리 형 때문에 반대한 거였어?”

   “그래, 그분을 아슬아슬하게나마 붙들어 매주고 있는 희망이 바로 너야. 나야 미움받을 각오가 되어 있으니 언제든 장렬히 산화할 수 있지만, 네가 그렇게 했다가 그 사람이 겉잡을 수 없이 엇나가면 어떻게 되겠어? 지금도 이미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나 마찬가지인데.”

   “하지만!”

   윤혁은 아쉬운 목소리로 몇 차례 더 간곡히 부탁했지만 리온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도 윤혁의 열정이 얼마나 강렬하고 순수한지를 잘 알았기에 내심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그리스도인이라 해도 하나님이 인류에게 주신 일 전부를 한번에 짊어질 수는 없는 법이다. 여건은 한정되어 있으니 각자 은사에 맞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내가 맡아야 할 소명이 있는가하면 네가 맡아야 할 일도 있어.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 부탁할게. 너는 너만이 해낼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줬으면 해.”

   이렇게까지 성의껏 거절하는 마당에 윤혁으로서도 밀어붙일 수는 없었다.

   “잘 알겠어. 네 말 다 이해해. 괜히 고집부려서 미안해.”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하지.”

   그래도 윤혁은 내심 아쉬움이 조금 남았는지 한마디 덧붙였다.

   “아, 잠시만! 그러면 너를 도울 좋은 동료들을 선발하는 일이라도 내가 좀 힘을 보태면 안될까? 혼자서만 고르려면 제한점이 많잖아. 같이 머리 맞대고 고민하면 좀 더 좋은 팀이 구성될지도 모르지.”

   이에 리온은 환히 미소지으며 답했다.

   “그런 도움이야 얼마든 환영이지.”

 

 

 

 

 

 

 

 

*

 

 

 

 

 

   친구가 혈혈단신으로 종교개혁이라는 거대한 싸움에 뛰어들려 한다. 과연 무엇이 가장 절실한 필요일까? 윤혁은 지난 선교 여행의 경험들을 거울삼아 생각해보았다. 사역이란 모름지기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양한 성향과 재능을 지닌 동료들이 힘을 보태줘야만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 특히 우주처럼 위험천만한 요소들이 가득한 곳이라면.

   ‘저번 여행 당시에도 우리는 온갖 위협과 마주쳤지. 폭도, 움직이는 우상, 성녀, 초인 납치범, 생체병기, 이종족, 인공지능 군단, 초능력, 칼리드까지…….’

   당장 떠오르는 큼직큼직한 위협들만으로도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였다.

   ‘그나마 그때는 무대가 하늘도시 안쪽이라 인류연합과 직접 충돌하는 일은 없었지. 어디까지 간접적인 개입만 있었어.’

   하지만 지금처럼 하늘도시들의 전면개방이 완료된 상태라면 방패막이가 훤히 치워지는 격이다. 리온이 어디서 활약을 벌이건 온 우주가 실시간으로 즉각 알게 된다. 그의 사역, 설교, 주장, 영향력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감시의 도마에 오른다. 자칫하면 철인왕이나 그와 동급의 존재가 나타나 훼방하거나 도전할지도 모른다.

   ‘그자들의 힘이라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안 돼.’

   작년에 칼리드가 벌였던 기행은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압도적인 기술력과 권능을 앞세워 전 우주의 기독교인 모두를 일거에 쓸어버릴 계획을 세웠던 칼리드. 도대체 얼마나 정신이 나가야 그런 기획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엊그제의 일처럼 느껴져 소름이 돋았다.

그런 능력자가 최소 스물네 명 이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더욱이 요새 우주에 이단 종교들도 한창 창궐하는 중이라던데. 초인들이 초능력과 같은 초월적 기술력을 이단들에게 선물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야말로 통제 불능의 사태가 확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당장 리온의 신변을 보호하는 게 최우선일 텐데.’

   문득 지구의 고전 문학 작품인 ‘서유기’가 떠올랐다. 어느 법사를 위험천만한 천축 길에 내보낼 때 붙여진 경호원들. 이름이 뭐였더라. 워낙 오래 전에 읽어 가물가물하긴 한데, 아마도 원숭이와 꼴뚜기와 돼지가 한 팀이 되었다고 했던가.

   ‘아서라. 쓸데없는 생각도 원. 미신 이교도 설화 따위 내가 알 바 아니지.’

   윤혁은 한심한 생각이나 떠올린 자신을 책망하며 고개를 저었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찜하기 첫회 책갈피 목록보기

작가의 말

복음 전파의 사명을 받은 목사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전투원들을 모집합니다
이전회

460회 아벨의 후예 Ch 9. 전략 회의 (6)
등록일 2025-04-14 | 조회수 26

이전회

이전회가 없습니다

다음회

462회 아벨의 후예 Ch 10. 계약 성립 (2)
등록일 2025-04-18 | 조회수 27

다음회

다음회가 없습니다

회차평점 (0) 점수와 평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단, 광고및도배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