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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84회 [2부] 5화. 이안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1.22 | 회차평점 0 0

 

 

 

 

 

 

한 해가 전환되는 자정.

 

 

그 시간은 모두가 숨을 죽여 고대하는 뜻 깊은 순간이다.

 

 

시민들은 저마다 자기들 문화권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그 시간을 축하한다.

 

 

올해도 무사히 견뎌내었으니 내년은 희망찬 미래로 다가오길.

 

 

각자 그런 꿈을 품고 내일을 향한 다짐을 굳게 다진다.

 

 

 

 

 

참고로 이 ‘전환 시간’이 언제냐는 계산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브리튼의 영토는 지구권 전체이다보니 지역별로 시간은 다 다르기 때문이었다.

 

 

하필 가장 중요한 축하의 타이밍에 엇박자가 생긴 셈이다.

 

 

 

 

 

지방에서 이웃들끼리만 즐거워하는 기쁨이라면 모를까.

 

 

브리튼이라는 국가적 울타리 안에서 시민들이 기쁨을 공유하려면 이 애로사항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새해맞이의 순간을 두 번으로 설정하면 된다.

 

 

한 번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기준으로, 다른 한 번은 ‘표준 도시’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 표준 도시란 신대륙 내륙에 위치한 제국의 수도(首都)를 말하는 것.

 

 

 

 

 

이 방법은 꽤나 유용했다.

 

 

오프라인 행사나 가족, 지역사회 단위의 축제는 전자의 기준을 따르면 된다.

 

 

반대로 성대한 범 지구 차원의 행사 및 볼거리를 즐길 때는 후자의 시간이 요긴히 쓰인다.

 

 

특히나 전 지구 단위 동시 방송으로 실시간으로 축제를 하는 경우라면.

 

 

 

 

 

이를테면 연예인들을 시상하는 방송 행사가 그 대표적인 예시였다.

 

 

 

 

 

 

 

 

 

 

 

*

 

 

 

 

 

현 시대는 과거 어떤 때보다도 연예인들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뛰어난 배우들, 탁월한 가수들과 음악가들, 재치있는 MC들과 희극인들.

 

 

매스미디어가 고도로 발달한 세계 속에서 이들이 몸값과 이름값은 막대했다.

 

 

 

 

 

본래 인간이란 보는 것에 취약한 존재 아니던가.

 

 

그리고 자신을 화려하게 보이는 일에 유혹을 받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다.

 

 

고도화된 통신 기술력은 이런 욕망 위에 더욱 부채질을 해주었다.

 

 

남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강력한 수단들의 등장이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치열한 줄다리기를 가속화하였고 결국 이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사람의 이미지는 상품화되었고 이를 소비하는 풍습은 확대재생산되었다.

 

 

 

 

 

사실 그 정도가 어찌나 지나쳤던지 우상화와 숭배에 가까운 열광이 흥행하던 것이 엊그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최근에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모든 통신 기기의 의의를 뛰어넘는 혁신적 발명품인 ‘마인드 퓨리파이어’의 정화 작용으로 매스미디어 중독이 어느 정도는 완화된 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첨단 미디어 기술은 버젓이 남아있었다.

 

 

그 마당에 연예인들의 인기가 근본적으로 사그라들 리는 없었다.

 

 

 

 

 

그들의 대중에 대한 영향력은 기회인 동시에 위기, 곧 양날의 검과도 같았다.

 

 

선한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으나 잘못된 방향으로 계도할 수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에 실린 무거운 여파를 두려운 마음으로 인지할 필요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사고가 깊고 인품이 출중한 이는 드물었다.

 

 

 

 

 

유명한 영화 배우, 뮤지컬 배우, 가수, 인플루언서, 희극인 중 진정 올곧은 신념을 갖고 자신과 세상을 성찰하는 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대부분은 그저 자신을 ‘만들어진 영웅’으로 포장하여 소비를 장려할 뿐이었다.

 

 

아름다움과 재능은 그들의 무기였으며 동시에 가장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소모품이기도 했다.

 

 

그들의 ‘계도자로서의 자질’은 턱없이 부족하거늘 시대는 그들에게 과분한 권한과 과도한 책무를 씌웠다.

 

 

 

 

 

연예계는 지구 상의 모든 업계 중 가장 ‘대중 선동’에 특화된 곳이었다.

 

 

그곳에 종사하는 스타들과 히든카드들은 건전한 윤리관을 사랑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도덕적인 체, 남들 보기에는 깨끗한 체 했으나 모두 위선으로 가리워진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위선으로 포장하기라도 한다면 다행이리라.

 

 

어느 순간부터 연예계는 보편적인 윤리 질서의 기준 자체를 서서히 허물어뜨리는 데 선봉장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오컬트 문화와 성적 음란이 그들의 몸과 입술을 통해 홍보되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노골적으로, 어떤 때는 은밀하게 자행되었다.

 

 

때로는 행동을 통해서, 몸짓을 통해서, 말을 통해서,

 

 

그들은 교묘하게 세뇌의 힘을 사용하였다.

 

 

 

 

 

창작자들까지 여기에 합류하여 그 행태를 정당화하는 시류를 생성하였다.

 

 

극 작품, 드라마, 영화, 예능 방송 등을 통하여 은밀한 윤리 파괴의 독극물이 세상 전반에 주입되기 시작했다.

 

 

스타들은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기획자들의 아젠다 아래 꼭두각시로서 자기 몸과 이미지를 내어주었다.

 

 

연예인들은 우상으로 삼는 일반인들이 받을 영향을 생각한다면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되리라.

 

 

세상의 직종들이 다 그러하듯이 본연의 의무에 충실한 소수는 있기 마련이다.

 

 

또 본연의 의무를 넘어 더욱 탁월한 책무를 소화해내는 걸출한 자도 존재한다.

 

 

그러니 다수의 부정직함과 미련함을 핑계 삼아 한 직종 그 자체를 매도하는 판단을 조심해야 한다.

 

 

 

 

 

 

 

 

 

 

 

*

 

 

 

 

 

 

 

 

한 해의 마지막 자정 겸 첫 해의 새벽.

 

 

제도 기준으로 이 시간에 개최되는 연예인 시상식은 사실상의 세계 행사였다.

 

 

민간 차원에서 개최되었다지만 공공의 프로그램이나 다름 없었다.

 

 

실제로 그것은 전 세계 시민들에게 방송되었고 동시간 대의 모든 타 채널을 능가하는 압도적 인기를 자랑했다.

 

 

세계 전체 인구의 30%가 볼 정도니 더 보탤 말이 있겠는가.

 

 

 

 

 

안타깝게도 최근 가속화된 연예계의 부패와 우상화와 이념적 경도는 이러한 연간 국민 축제에도 시나브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시상식에서 은밀히 ‘반국가적 이념’의 망언을 늘여놓는 이들이 있지 않나.

 

 

그것을 통쾌해하며 환호하는 이들이 늘어나질 않나.

 

 

성혁명, 탈 윤리화, 영적 방종, 부패의 심벌을 전시하는 자들이 용감하다는 이름으로 찬미를 받지 않나.

 

 

 

 

 

깊은 사고를 해보지 않은 대중의 눈과 귀는 쉽게 현혹되기에 더 큰 문제였다.

 

 

깨어있는 이들은 이런 이유로 연예계를 경멸하긴 했으나 그들 몇몇이서 그런다고 매혹에 빠진 자들이 덫에서 나올 리는 없었다.

 

 

 

 

 

사실 연예계의 노선이 유독 반 전통적, 반 브리튼적 가치관에 경도되기 쉬운 이유는 간단했다.

 

 

예술을 삶의 방식으로 삼은 자들은 본래 혁명적 마음, 감정적인 움직임에 쉬이 흔들리는 성향을 지닌 경우가 많다.

 

 

이성의 영향력을 벗어난 감정이란 그들에게 있어서는 대중을 흔드는 강력한 무기였다.

 

 

동시에 자기 자신을 건전한 틀에서 벗어나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이런 배경이 지배하고 있건대 연예계 내에서 누군가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요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필시 그들 가운데에도 생각이 다른 이들, 건전한 윤리와 보편적 가치관을 지향하는 이들, 브리튼 제국의 건국 정신이 지향하는 바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이는 존재했다.

 

 

다만, 이단자가 될 담력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혹은 압도적인 실력과 힘이 부족하거나.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홀로 모두를 압도하여 반대의 목소리를 내려면 존재감이 압도적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단순히 연예인으로서 유망 있고 유명하기만 하다면 되려 잃을 것만 많아지는 셈이니까.

 

 

연예계의 이단아가 되려면 또다른 ‘믿을 배경’이 필수적이었다.

 

 

 

 

 

다행히도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올해는 누가 수상할까?”

 

 

 

 

 

백여 가지의 수상 항목들이 존재하는 시상식.

 

 

각 항목 모두가 군중의 기대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호기심 상자였다.

 

 

팬들은 저마다 자신이 신봉하는 연예인이 영예를 차지하기를 갈망했다.

 

 

쟁쟁한 실력자들간의 경쟁 자체를 쾌락으로 보며 즐기는 이들도 많았다.

 

 

 

 

 

참고로 각 영예의 왕좌는 매해 후보자 목록이 뒤엎어지는 치열한 전쟁터였다.

 

 

대중을 사로잡는 탁월한 실력을 보유하지 못하면 언제든 밀려날 수 있었다.

 

 

반대로 실력이 받쳐준다면 누구든 쟁탈전에 도전할 수 있었다.

 

 

매해 여러 다양한 출신 지역에서 강력한 신인들이 재생산되는 이 시대에 영원히 왕좌를 지킬 수 있는 스타는 거의 없었다.

 

 

참으로 스포츠 경기보다 더욱 흥미진진한 콜로세움 대결이었다.

 

 

 

 

 

그러나 단 한 자리만은 예외였다.

 

 

모든 시상 프로그램을 통틀어 단 한 자리만 존재하는 연예계의 황좌.

 

 

에이스 오브 에이스(Ace of aces).

 

 

세상에서 가장 탁월한 능력을 가진 예술인에게 허락되는 자리.

 

 

 

 

 

모든 배우와 재주꾼들이 그 자리를 가장 선망하고 우러러보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모두의 이목을 가장 격렬히 끄는 그 자리에 대해서만은 어떤 논쟁이나 내기가 전혀 야기되지 않았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 자리의 주인이 누구일지 너무도 자명한 탓이었다.

 

 

 

 

 

“다른 상은 궁금하지만 에이스 오브 에이스는 이번에도 뻔하겠지.”

 

 

 

 

 

“그래. 다른 인물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건 상상이 되지 않아.”

 

 

 

 

 

“독식이라고 뭐라 해도 어쩔 수 없지. 그 이하 급수와는 너무도 격이 다른 걸.”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지구권을 아우르는 현 제국에는 우월한 외모의 인물들이 풍부했다.

 

 

특히 그런 인재들을 많이 포섭해낸 연예계라면 더더욱 그러하였다.

 

 

 

 

 

그런데 이 내로라하는 인물들도 기를 못 쓰는 우월한 집단이 하나 있었으니.

 

 

소위 ‘왕자님들’, 비유로서가 아닌 진짜 왕자님들, 곧 브리튼의 황자들이었다.

 

 

 

 

 

일단 신분이 대중에 노출된 예닐곱 명의 황자들만 놓고 이야기하더라도, 하나같이 격이 달랐다.

 

 

어찌나 매혹적이고 수려한지 당대 최고 미남 배우들이 빛을 잃을 지경이었다.

 

 

반농담으로 사람들은 왜 굳이 극작품을 보냐고 말하기도 했다.

 

 

황족 관련 뉴스만 보면 저절로 충분한 눈호강을 하고도 남는데.

 

 

실제로 황자들 사진을 보고 난 뒤 유명 미남 연예인들을 보니 순간 연체동물의 이미지를 보았다는 증언도 심심찮게 속출하곤 했다.

 

 

여하튼 본의 아니게 화려한 껍데기를 소유한 인간들의 역할과 의의를 치명적으로 위협하고 만 황자들이었다.

 

 

 

 

 

그러나 현 연예계 안에도 그런 황자들에 밀리지 않는, 아니 오히려 그들과 같이 겨루어도 당당히 최상위권 순위에 들어갈 사람이 하나는 존재했다.

 

 

 

 

 

대배우(大俳優) 이안 블레이크.

 

 

시대를 아우르는 희대의 전설적 미남자.

 

 

동시에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신들린 연기력의 소유자인 자.

 

 

 

 

 

이 세상에 그의 천재적 연기력에 토를 달 수 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이안의 평소 가치관에 적대적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데뷔한 이래로 에이스 오브 에이스의 영예는 오로지 이안 블레이크의 이름만이 발을 들이밀 수 있는 성역이었다.

 

 

어느 누구도 그 법칙에 이변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평생 미디어와는 담을 쌓고 산 사람도 이안 블레이크라는 이름만은 알 지경이니 누가 감히 뭐라고 하겠는가.

 

 

 

 

 

한편 앞서 말했듯 연기력과는 별개로 그는 아름다운 외양도 칭송 대상이었다.

 

 

만약에 그의 실력이 전대미문의 경지가 아니었다면 자칫 지나치게 탁월한 외양이 독이 되어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편견을 씌웠을 지도 모르겠다.

 

 

연갈색 밀빛을 띤 진회색 머리카락에 금속질의 짙은 눈동자.

 

 

정밀하게 조형된 이목구비와 특유의 빨려들어갈 듯한 매혹적 아우라.

 

 

그리고 적당히 큰 키에 완벽한 신체의 비율까지.

 

 

일단 그를 정면으로 본 이들은 그의 외양에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스크린에 나타난 그의 빙의에 가까운 경지의 두려운 연기력을 보기 전까지는.

 

 

 

 

 

 

 

 

그리고 올해도 이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상들은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하여 호사가들을 즐겁게 해주었지만, 어느 누구도 에이스 오브 에이스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홀로 화려히 빛나는 스크린의 영웅은 어김없이 올해도 마지막 1초를 쥐었다.

 

 

 

 

 

“이안입니다. 전 세계의 브리튼 시민들에게 인사드립니다.”

 

 

 

 

 

마이크를 쥔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늘 그랬듯 능수능란히 대중의 시선과 분위기를 자신의 지배 아래 종속시켰다.

 

 

선망, 동경, 사랑, 시기 질투의 시선을 한껏 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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