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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64회 탑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9.13 | 회차평점 0 0

 

 

 

헌터들이 세상에 데뷔한 지 24년째가 되는 해. 그리고 버가모(페르가몬) 시에서 시작된 전대미문의 재난이 땅에 확산된 지 31년 째가 되는 올해. 이번에는 새로운 차원의 재앙이 모습을 변태하여 지구 위에 뿌리를 내렸다.

 

 

이계의 영역인 ‘유사 심연’들이 현세에 뿌린 암흑의 재앙, 헬게이트. 이젠 그보다 더 진화된 형태의 괴이체가 건설되었는데, 기본적으로는 헬게이트들의 복합형 상위호환에 해당하는 산물이었다.

 

 

탑. 헌터들 사이에서는 ‘바벨탑’이라고 불리게 될 괴이 건축물들. 그것들이 예고도 없이 지면에 생성되었다.

 

 

어느 날 하늘로부터 귀를 찢는 듯 소름끼치고 탁하고 고통스러운 나팔 소리가 울렸다. 지면 아래에서는 지진이 임하였는데 단순한 물리적 지진과는 달랐다. 이런 현상이 총 네 군데의 대도시 지역에서 발생하였다. 기이하게도 이 나팔 소리와 지진은 다른 주변의 도시에서는 관측되지 않았는데, 이 역시 물리적 현상이 아닌 헬게이트 관련 현상임을 나타내는 방증이었다.

 

 

사람들은 부랴부랴 해당 도시에서 빠져나와 도피하였다. 헌터들은 그들의 대피를 도왔다. 마치 미리 이런 일이 있을 줄을 예견이라도 한 듯이. 이윽고 을씨년스럽게 버려진 훼파된 도시 잔해 위로 흉측한 검은 나무 같은 무언가가 나타났다. 괴이체는 허공에서 틈을 벌린 채 통상 공간 속으로 비져나왔다. 그것은 촉수처럼 생긴 가지들을 확산하며 자신의 몸체를 불려나갔다. 곧 공포스러운 속도로 팽창해 커다란 나무가 되어 자라난 그것은 실들이 여인의 손을 거쳐 직물로 짜이듯 정교하게 조성되고 조립되었다. 그 구조체로부터 인공적인 느낌의 어떤 벽들이 창조되었다. 벽은 가지를 뻗고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확대하였고 서로 서로 결합되어 더욱 웅장한 요새의 형태로 빚어져갔다.

 

 

그 일련의 공포스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건 시커멓고 흉측하나 강철보다도 단단하며 지하 감옥보다도 흉악스러운 포악의 요새였다. 암흑탑. 그야말로 악의가 모조리 결집된 듯한 지옥의 흉성. 멀리서도 사람들은 그 모습을 관측할 수 있었다. 아니,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선 광경인지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원근법을 무시한 채 탑들의 강대한 위용을 목도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다. 헬게이트가 주는 고통과 공포가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고 여기며 한숨을 돌렸거늘, 그보다 더한 진화체인 탑의 등장이라.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불안에 떨었겠는가.

 

 

기본적으로 헌터들의 분석안에 발견된 정보를 종합해 연구해보건대, 탑이란 헬게이트 수억 기가 융화되어 만들어진 구조체였다. 헬게이트와 차이점이 있다면 물리적으로 만져질 수 있는, 실제 질료로서의 몸체를 지녔는데 이마저도 물질은 아닌 것인지 초차원적인 성질을 띠었다.

 

 

바벨탑들은 헬게이트와 마찬가지로 외부에서의 폭격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더 무서운 점은 심지어 헌터들의 안티-게이팅 파워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적어도 외부에서 가격된 공격에는 상호작용을 하지 않았다. 가장 강력한 헌터의 최선의 공격마저도 마치 유령이 벽을 지나가듯 스리슬쩍 통과시켰고 허상을 벤 듯한 잔영만을 남길 뿐이었다.

 

 

“바벨탑은 오로지 1층에서부터 차례차례 공략하는 길 외에는 정공법이 없다.”

 

 

헌터 수장들은 몇 주 간의 관찰 끝에 결론을 내렸다.

 

 

“아랫층을 생략한 채 상위층으로 건너가는 편법은 허락되지 않는 듯하군.”

 

 

“저건 일종의 차원 분절형 구조체야. 지상에서 접촉 가능한 부분은 오로지 1층 뿐이다. 1층을 정복한 뒤에야 2층으로의 문이 열린다.”

 

 

이때 한 층에서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과정은 물리계에서의 z축 좌표를 한 칸 올린다는 개념이라기보다는 더 깊은 차원으로의 차원 이동에 가까운 개념이었다. 이런 복잡성 때문에 헌터들로서는 요행에 의존하지 않고 일일이 수고를 다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더욱 무시무시한 점은 바벨탑의 침식 능력이었다. 일반적으로 헬게이트의 침식은 개체별로 차이는 있어도 상한선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바벨탑의 경우는 다르다. 탑은 헬게이트와 달리 공간을 침식하지 않으며 지구라는 행성 그 자체를 침식하는 성질을 띠었다. 지각층, 맨틀층을 매개로 더 나아가 외핵에까지 침식력을 뻗칠 수 있는 상위 존재였다.

 

 

즉 그대로 방치해두면 지구 전체가 네 개의 바벨탑에 의해 잡아먹힐 처지였다. 보통의 헬게이트보다 더욱 강력한 흑파, 어비쓰론, 다크포스를 발산하며 더욱 위험한 심연 독을 생성하는 연성력도 지녔으니 굳이 어비씨언을 만들지 않더라도 침식만으로 지구를 함락할 위험물이었다.

 

 

“그대들에게 협조를 청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세계 정부 측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정쟁과 음모술수만을 일삼던 무능한 정부 관계자들과 열 권역의 세계 정부 수장들은 부랴부랴 다급히 모여 회의를 하였다. 그들로서는 수단이 없었기에 비굴하게 헌터들의 사회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많은 것을 뜯어내었을 헌터들이었으나 이번만은 그들로서도 비협조적으로 굴 수 없었다. 아무리 원수지간이라고 해도 지구의 위기가 임한 지금은 일시적으로나마 손을 잡아야 한다. 세계 정부와 헌터 사회 간의 알력 다툼이 잠시 휴전 상태로 접어들었고 공동 노선이 구축되었다.

 

 

“포위망을 구축한다.”

 

 

다행히도 바벨탑들의 위세는 강했으나 과거 헌터들이 상대했던 최악의 악몽들은 지금보다 더 난도가 높았다. 바벨탑을 구성하는 부품인 헬게이트들은 대부분 랭크가 낮은 편이었다. 그 복합성이 워낙에 특이점 요소라서 위험성이 큰 것이지 매우 강력한 헬게이트가 포함되지는 않은 듯했다. 헌터 수장들과 수많은 영웅 헌터들이 협력하여 봉인했던 메인 주의 SSS급 헬게이트나, 최강의 헌터가 무너뜨렸던 다른 SSS급 헬게이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도전이었다. 그 두 위험은 정말로 하마터면 지구 멸망을 이룰 뻔했던 대위기였으니까.

 

 

감사하게도 지금의 헌터들은 미약했던 과거에 비해 전반적 전력이 크게 상향된 상태였다. 헌터 웨폰도 더욱 고도화되었고 엘릭서를 통한 에너지 공급도 안정화되었다. 모든 헌터의 전력이 기본적으로 최초 데뷔 때보다 수만 배 이상 상향되었으며 경험을 충분히 쌓은 상위 헌터들은 수백만 배 가까이 종합 전력이 늘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최강의 전력’이 온전한 컨디션을 되찾았다. 지난 공략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한 몸으로 회복한 그는 다치기 이전보다 몇백 배 이상의 경지로 성장하였다. 육체적인 강함이나 지혜의 성장도 조금은 있었으나 그보다는 안티-게이팅 에너지의 생성력과 운용력이 대폭 도약하였다.

 

 

“일단은 포위망을 통해 바벨탑들의 침식력을 제한하고 나면, 그 친구가 차례차례 탑을 무너뜨릴 수 있겠지.”

 

 

이런 기대로 헌터들의 네 세력은 각기 바벨탑 주변으로 결집하여 포위진을 이루었고 안티-게이팅 파워를 담은 물건들로 커다란 봉인진을 구축하였다. 땅을 매개로 침식을 행하는 바벨탑들이기에 동일하게 땅에 봉인물을 심으면 위험을 어느 정도는 중화할 수 있었다. 헌터들이 돌아가면서 그 봉인 구축 부품들에 안티-게이팅 에너지를 공급하였다.

 

 

아울러 그들은 바벨탑 주변에서 두더지처럼 튀어나오는 사악한 피조물, 곧 어비씨언들을 견제하였다. 다행히 침식력의 범위에 상한선이 없다고는 해도 당장 바벨탑이 어비씨언을 소환할 수 있는 좌표에는 거리 범위가 있는 듯했다. 대략 수 km 범위를 넘진 않았다. 봉인망으로 견제하지 않으면 점점 그 범위가 넓어지기는 하겠지만 당장은 균형을 이루기에 충분했다.

 

 

물론 헌터들의 모든 전력을 오롯이 바벨탑들을 견제하는 데만 쏟아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별개의 헬게이트들도 여전히 산발적으로 나타나고는 있었기에 그것들을 잡을 여력도 남겨두어야 했다. 다행인 점은 유사-심연들이 탑을 만드는 데에 에너지를 너무 소모한 것인지 나머지 헬게이트의 발생 빈도는 전보다 현격히 감소하였다. 덕분에 헌터들의 세력만으로 그런대로 양쪽 모두를 커버할 수 있었다.

 

 

 

 

 

 

 

 

*

 

 

 

 

 

탑의 등장 이후로 신속한 대처가 이뤄진 덕에 3주 만에 포위진은 안정화되었다. 침식의 범위는 더 확대되지 않은 채 아슬아슬한 균형점에 이르렀다. 어비씨언들이 헬게이트 사태 때와는 달리 권역보다 더욱 멀리 이동하여 인간들을 해할 가능성이 생긴 점은 주의점이었다. 그래도 그들도 그런대로 포위망 안에 가둬두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포위망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근본적인 위협인 탑을 공략해야 하리라. 그것도 1층부터 시작해서 최고 층까지 차례 차례 정공법으로.

 

 

“현 전력으로는 포위망 유지도 아슬아슬하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수장 모두 현상 유지에서 한발자국을 더 내딛기를 경계하였다. 탑 공략을 하려면 베테랑 헌터들을 갹출하여 내보내야 한다. 여기서 계륵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애매한 전력을 보내면 탑 공략에 실패하여 전력을 손실될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온 전력을 쏟아부으면 포위망에 공백이 생긴다. 운 좋게 한두 바벨탑들을 무너뜨린다고 해도 어느 하나를 잡는 데 실패하면 포위망이 뚫린 것을 틈타 지구 전체가 침식된다.

 

 

그러므로 공략팀 구성에 정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적절한 규모, 적절한 멤버를 골라야 한다.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그러나 설령 실패하더라도 재기에 문제가 없는 팀 구성. 오른쪽과 왼쪽을 동시에 바라보라는 요구만큼이나 난해한 딜레마였다.

 

 

그리고 공격팀의 핵심이 될 ‘최강자’는 이렇게 요청했다.

 

 

“수장님들께 부탁드립니다. 길드장 직위부터 협회장 직위에 해당하는 헌터 중 정확히 S랭크에 해당하는 멤버들로 공략대를 마련해주십시오.”

 

 

이에 세 명의 수장은 놀라며 극구 반대했다. S랭크 정도로는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 어비씨언 이전에 탑 내부의 가혹한 환경에서 버틸 수 있겠나. 과거의 SSS급 던전 공략 때처럼 최소한 최상위인 SSS랭크로 된 팀을 마련해야 생환율을 높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청년의 아버지 역할을 도맡아 하던 델타 수장은 청년을 신뢰했다.

 

 

“라이텔바흐군, 자네에게 믿는 구석이 있으리라고 확신하겠네.”

 

 

“물론입니다.”

 

 

세계 정부도, 시민들도, 심지어 헌터들과 그 수장들마저도 이번 위기가 전대미문의 시험이라고 생각했었으나 정작 최강 헌터의 감상은 전혀 달랐다. 솔직히 그가 보기에는 두 번째 등장했던 SSS급 던전의 위험도가 훨씬 더 높았다. 네 개의 바벨탑 모두를 합친 것보다도. 물론 그때 그 던전의 심각성은 대중이나 일반 헌터들에게는 그리 심각히 각인되지는 않은 편이었다. 왜냐하면 희생을 치른 대상은 전부 최상위 헌터들이었고 그 던전을 단신으로 공략하여 총대를 맨 당사자도 청년이었으니까.

 

 

라이텔바흐가 보기에 이번 위기는 그저 좋은 기회였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효능을 점검해볼 훌륭한 테스트 상대였다.

 

 

“S랭크 헌터들 정도면 딱 적당하지.”

 

 

자신만의 고유의 권능들이었던 세 종류의 힘. 그것들을 이번에는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는 작업을 시험해보리라. 그것만으로도 전력 상승은 비약적일 것이다.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남을 보려면 협회장 레벨이 딱이다. 그 이상의 강자들에게는 나눠준 작은 힘의 편린의 효과가 그리 두드러지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그 이하의 약자들은 힘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자, 가 보지, 동료들.”

 

 

그는 운동선수들을 관리하는 감독처럼 되어 후방에서 여유로이 걸었고 최전방에 공략대원들을 배치하였다. 모두 50명의 S랭크 헌터들과 추가 100명의 A+랭크 헌터들로 된 공략대가 일곱 개의 팀으로 분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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