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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54회 아벨의 후예 Ch 8. 커버넌트 (5)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3.31 | 회차평점 0 0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 말씀 강해 특강 소개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뭐야! 그럼 그런 위험한 물건을 룻에게 주겠다고?”

   반지 때문에 제대로 곤경을 경험했던 윤혁은 기겁하였다.

   “허나 계약의 종속력을 극대화하려면 그편이 유리하답니다.”

   레리엔이 커버넌트 링이 필요성과 당위성을 이해시켜주었다.

   “물론 카이 쪽은 링을, 계약 맺는 상대편은 일반 오브젝트를 쥘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비대칭적으로 맺는 경우에는 저 남자가 계약을 몰래 우회하는 속임수를 범할 가능성도 열리게 되죠.”

   “우회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간접적 계약 위반 말이에요. 예컨대 특정인에게 너를 죽이지 않겠다는 맹세를 해놓고는, 환경 변화를 조성하여 간접적으로 죽도록 유도하는 것처럼요. 계약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이런 식의 간접 위반이 발생할 소지가 줄어든답니다.”

   레리엔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하여 혹 불공정 계약이 체결되는 것을 예방하고자 미리 최대한의 정보를 윤혁과 루디아에게 제공하였다. 카이젤은 조금 성가셔하는 눈초리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허나 그녀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 설명했다.

   “계약이 성립되면 양 당사자에게 하나씩 오브젝트가 맡겨집니다.”

   실제로 윤혁과 카이젤의 경우에는 하나씩 커버넌트 링을 나눠 가졌다. 이는 카이젤과 커버넌트를 생성한 다른 당사자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오브젝트를 만들어둔 뒤에는 변경이 쉽지 않아요. 물론 카이는 자기쪽 오브젝트를 링 형태로 변환할 수 있죠. 하지만 상대편은 기술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죠. 이후에는 커버넌트 링과 일반 오브젝트의 안정성 차이로 인하여 계약 비대칭성이 급증하게 된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링을 보유했을 때의 단점이나 후유증은 없나요? 형이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강하니 상관없다지만, 저희와 같은 보통 인간은 연약하지 않습니까? 힘에 휘둘릴 텐데요.”

   “정직히 말하면 물론 없진 않아요.”

   윤혁도 경험해봤던 바. 커버넌트 링은 지나치게 힘이 강했고 그만큼 위험성 또한 높았다. 링 속에 추가로 넣은 힘의 양이 많아서이기도 하고, 커버넌트 링이라는 실체도 미지의 것이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을 간과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커버넌트 링은 앞서 저 사람이 말해줬듯, 슈퍼 파워드 혹은 울트라 파워드로 승격될 수 있죠.”

   “형이 자기가 가진 링에 힘을 첨가해 업그레이드시키면 맞은편 링도 같이 강해지는 건가요?”

   “일정 부분은요. 힘의 공명 작용이 존재하거든요.”

   “허어, 어쩐지 그때 곤혹스러웠더니.”

   “그 때문에 링의 보유자는 큰 유혹에 취약해지게 됩니다. 아무래도 반지에 담긴 거대한 힘은 소유자를 유혹하게 마련이니까요. 더군다나 커버넌트 체결 당사자에게는 저 도식도로 보았듯 존재적 연결이 형성되므로 제삼자에 작용하는 유혹보다 더 강력한 유혹이 발생하죠.”

   그제야 윤혁은 왜 여행 내내 신실한 동료 리온이 그토록 반지를 조심할 것을 거듭 경고하였는지 올바로 이해하게 되었다. 영민한 리온은 본능적으로 반지에 담긴 치명적인 속성을 감지했던 것이다. 아마 머리로 이해했다기보다는 영적인 통찰력에 가까운 직감이겠지만.

   “그러면 룻, 네 생각은 어때?”

   우려가 생긴 윤혁은 당사자의 의견을 조심스레 떠보았다. 여기까지 정보가 공개된 이상 고민의 무게는 가벼워질 수 없었다. 위험성이 큰 유혹을 기꺼이 짊어질 것인가, 아니면 불공정 계약의 위험성을 짊어질 것인가. 선택은 이제 오롯이 루디아의 몫이었다.

   “커버넌트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도 있지.”

   카이젤이 중얼거리자 레리엔이 그를 슬며시 노려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신중하게 계산하고 판단하렴, 루디. 우리 의견은 그저 의견일뿐이야. 네가 원하는 방향대로 하렴. 강압에 휘둘리지 말고.”

   “아가씨.”

   “참고로 카이는 최근 들어서 나와의 커버넌트의 신빙성을 위협하고 있단다. 전에 내가 그와 체결한 계약은 아직 링 기술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프로토타입인지라 계약 속박의 안정성이 불완전해.”

   레리엔은 장신구 하나를 손으로 매만지며 투덜거렸다.

   “그는 나와 계약을 맺은 이후, 좀 더 개량된 계약 안정화 갱신 기술인 링을 개발해서 기존 커버넌트 체계 위에 덮어씌웠지. 자신 쪽에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말이야. 덕분에 나로서는 간접 위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하게 되었지.”

   그러자 카이젤은 다소 불쾌하다는 듯 항변했다.

   “간접 위반이라니. 그 표현은 좀 듣기 불편하군. 오해의 여지가 있어. 내 신뢰성을 무시하는 발언은 곤란해. 네 자치권을 고의로 훼방한 기억은 없었다만?”

   “정말? 그렇단 말이지? 좋아. 그렇다면 네가 요새 전개 중인 그 프로젝트, ‘라와 가이아’는 어떤 식으로 설명하실 생각이시지?”

   레리엔이 냉담한 목소리로 칼 같이 응수하자 카이젤은 흠칫하였다. 동생 앞에서만큼은 되도록 숨기고 싶었던 프로젝트가 레리엔에 의해서 강제로 들춰지고 말았다. 낯선 단어가 다시 등장하자 윤혁은 영문을 몰라 눈만 껌뻑거렸다.

   “레리엔 씨, ‘라와 가이아’라는게 뭐죠?”

   “강윤혁!”

   “이런, 이런! 순진한 동생은 아직 퀘이사의 존재조차도 모르는 모양인데?”

   윤혁이 또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몰라 당황해하자 레리엔은 카이젤을 흘겨본 뒤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럴 줄 알았다면서.

   “넌 몰라도 된다, 강윤혁.”

   “글쎄요. 제 생각에는 강윤혁 군도 알 권리가 있어요.”

   뭔가 중대한 시세의 낌새를 느낀 윤혁은 레리엔의 말에 동조했다. 이에 화답하여 레리엔은 진실을 강제로 들춰내었다. 그녀는 최근 진을 비롯한 제자들에게서 전해 들은 소식, 그리고 자신의 카리스마타와 특유의 감지 능력을 통해 얻은 직감들을 종합하여 얻어낸 ‘퀘이사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설명해주었다. 얼이 빠진 윤혁의 눈은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

   “말도 안 돼요! 퀘이사라고? 그것도 기본 출력만 원본 퀘이사 천체의 백만 배에 달하는 준-영구 엔진? 최대 출력이 인피니티 모드라니, 대체 무슨 공상과학 같은 소리죠?”

   “사실 그마저도 퀘이사의 진짜 전력에 미치지 못하죠.”

   레리엔의 고발이 거듭 이어졌다. 퀘이사 엔진은 무제한의 숫자로 딸들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 그 딸 개체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 독립적 자가 증식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신세계 앞에 지구 촌놈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런 사실들을 어떻게 다 조사하셨죠? 진이나 초인들은 어디까지나 형의 부하들이니 기밀을 다 알려줄 리는 없을텐데.”

   “그들이 밝힌 건 털끝만한 정보뿐. 나머지는 추정해냈어요. 내게는 특수한 감지 능력이 있어요. 내 고유 재능 중 하나이죠. 그걸 이용해서 내 영향력이 닿는 영토에 간섭하는 존재는 그 실체를 역으로 추산해낼 수 있어요. 아무리 먼 거리에 있어도 말이죠.”

   지금 그녀가 말하는 추산 능력은 엄연히 달란트가 아닌 카리스마타에 분류되는 능력. 그러므로 이 추정의 정확도는 카이젤조차도 위협을 느낄만큼 유의미하고 강력했다. 실제로 카이젤은 한마디의 반론도 못한채 침묵하는 중이었다.

   “그 덕에 여러 흥미로운 정보를 알게 되었어요. 이를테면 최근 카이가 기존 퀘이사 엔진 원본인 Quasar-I보다 더 강력한 상향 버전을 완성했다는 사실처럼.”

   “아니, 그 괴물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고요?”

   레리엔은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게다가 정작 가장 두려운 부분은 그 힘의 크기가 아니에요. 퀘이사 프로젝트의 두 번째 완성작은 아마 거리의 제약 없이 행성의 혼이나 항성의 혼을 조종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요.”

   “혼이라고요?”

   “인간이나 동물에게도 그 구성 성분 중 상위 차원에 놓인 혼(魂)이 존재하듯, 별에게도 비슷한 개념의 해부학적 실체가 있거든요.”

   퀘이사 프로젝트의 진상. 이런 깊은 내용은 다른 초인이 아닌, 오로지 레리엔이기에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과학적 추론의 영역을 뛰어넘은 특수한 인지 능력, 이 또한 그녀가 소유한 카리스마타 중 하나였다.

   카이젤은 점차 초조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면 간접 위반이라는 말은…….”

   “본래 카이는 제 권역에 직접적으로 간섭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퀘이사, 그 인지의 영역마저 아득히 넘어선 괴물의 힘을 빌린다면 간접적인 간섭은 가능하게 되죠. 퀘이사의 간섭력을 통해 지구의 혼을 역이용함으로써 말이에요.”

   “무리한 모함은 그쯤 그만둬라, 레리.”

   숨겨온 비밀을 고발당해 찔린 카이젤은 껄끄러워하며 투덜거렸다. 레리엔은 상대의 신경을 더 거슬리게 하면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1절까지만 하고 멈췄다. 그녀는 헛기침을 한 뒤 결론을 이어나갔다.

   “흠, 아무튼 강하고 확실한 계약 보증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레리엔씨의 말씀을 듣고 보니 분명 그건 그렇네요.”

   윤혁이 공감을 표하자 레리엔은 조금 다른 방도의 대책을 제시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루디라면 힘의 유혹에 쉬이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다행히 링 대신 일반 오브젝트를 사용하더라도 계약의 강도를 공고히 하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있어요, 강윤혁군.”

   “어떤 방법입니까?”

   “공유 간섭을 통한 공명입니다. 이미 한번 커버넌트를 맺었었던 우리 둘이 계약의 증인이 되어주면 됩니다.”

   레리엔은 자신의 목걸이 위로 손을 얹어 만지작거렸다.

   “계약 과정에서 기존 커버넌트의 간섭력을 중첩해놓으면 계약 신빙성이 급격히 높아지거든요.”

   “그런 용도의 사용까지 가능하다니, 신기하네요.”

   하지만 이 방법에는 과연 아무런 문제나 허점이 없을까? 마음 한 구석의 의구심은 지워지지 않았다. 게다가 당장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으니.

   “아시다시피 저는 이미 반지를 진에게 넘겨줬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아, 염러 마세요. 커버넌트 링을 임시적으로 타인에게 빌려주더라도 소유권은 여전히 원계약자에 속합니다. 그리고 만일 지금 당장 반지의 본체가 당신 수중에 없어서 걱정이 된다면 보강할 방안이 하나 더 있답니다.”

   그녀는 윤혁의 주머니에 든 물건을 가리켰다. 윤혁은 무엇을 지칭하는지 몰라서 잠시 의아해하다가 곧 의미를 깨달았다. 여행 중 에녹 아담즈가 선물했던 펜던트, 정확히는 복제품 펜던트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카가미 씨의 펜던트?”

   “저것도 커버넌트 오브젝트의 복제품이에요. 에녹도 카이와 더불어 커버넌트 계약을 맺었죠.”

   “아아, 그랬군요. 하긴.”

   카이젤은 능수능란하게 이 상황을 이끌어가는 레리엔 앞에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지력으로 거래의 향방을 주물럭거렸겠지만, 하필이면 생명의 은인과 아끼는 동생이 같이 엮이는 바람에 속수무책이 되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루디아가 결단을 내릴 차례가 되었다.

   “저는…….”

   그녀는 깊이 고민한 끝에 나름의 결의에 찬 표정으로 답했다.

   “시간을 주신다면 당신께 무엇을 청할지 생각해오겠어요. 그리고 커버넌트라는 이름의 그 특수 계약도 맺겠어요. 다만, 힘의 유혹에 휘말리기는 원치 않으니 반지 대신 일반 물체로 증표를 삼을게요.”

   카이젤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응했다.

   “알겠습니다. 다른 요구 사항은?”

   “한 가지 더 있어요.”

   “말해보시죠.”

   머뭇거리던 루디아는 용기를 내어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그 계약은 여러 사람이 함께 맺을 수도 있나요?”

   “커버넌트를 일대 다수로 체결할 수 있냐는 의미라면……, 그렇습니다. 다만, 대표자는 한 명으로 정해둬야겠죠. 확실히 계약 강도는 훨씬 더 높아질 겁니다.”

   윤혁은 루디아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화들짝 놀라며 당황했다.

   “룻, 너 설마!”

   “인류연합의 대표 카이젤 라흐블뤼크 님께 요청을 드리겠습니다. 저 루디아는 대표님께서 제가 사랑하는 혈육인 이 섬의 주민들, 곧 유대인 난민 70만 명 전부와 더불어 공동 계약을 형성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거대한 맹수를 앞에 둔 것 같은 심정. 그녀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의지력만으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끝까지 담력을 내어 또렷한 목소리로 원하는 바를 요구하였다. 조금 전까지 보였던 유약했던 모습은 온데 간데없었다.

   ‘그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어.’

   그러자 오히려 마음속에 공포 대신 결의와 의지가 넘쳐흘렀다. 이에 제왕은 호랑이가 생쥐를 삼키지 않고 자비를 베풀 듯 저 나름대로 너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타인에게 호감을 줄 때 줄곧 사용해온 그 영업용 미소가 잘생긴 얼굴 위로 내어 걸렸다.

   “원한다면 그렇게 하죠.”

   이로써 다시 물릴 수 없는 판이 확고히 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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