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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55회 아벨의 후예 Ch 9. 전략 회의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4.07 | 회차평점 0 0

 

 

작품을 감상하기 전 성경말씀 강해 광고

 

 

Chapter 9. 전략 회의

 

 

 

 

 

 

 

   재혁이 하와이 섬을 떠나기 전, 윤혁은 14년 전 형을 구출해준 그 캠프에 몸 담던 사람 중 루디아를 제외한 유일한 현 생존자를 소개해주고자 유대인 촌락으로 향했다. 둘은 섬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 여러 위치를 직접 걸어서 순회하였다. 늘상 거대한 부귀에 둘러싸여 살아왔던 재혁에게는 그 가난한 촌락의 몰골은 다소 낯선 장면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양심의 가책을 더 신랄히 느끼도록 하려는 동생의 의도를 곧장 간파했다.

   “그런데 퀘이사 이야기, 그거 정말 사실이야?”

   “사적인 자리에서 나눌 이야기는 아니야.” 

   그러자 제법 영악해진 윤혁은 입을 싹 씻고 공손히 예의를 차렸다.

   “그럼 사제 관계로써 가르침을 부탁드리는 건 괜찮겠죠?”

   “……그냥 하던 대로 해라. 한 가지씩만 해.”

   재혁은 내내 레리엔과 동생에게 휘말렸던 것이 얄미웠는지 쌓인 심정을 담아 윤혁의 이마 위에 가볍게 꿀밤을 얹어주었다. 최대한 약하게 때렸음에도 소리가 제법 크게 났다.

   “으윽, 아프잖아.”

   동생이 일부러 죽는 시늉을 보이자 형의 입에서 다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예전에 네가 첫 번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휴식을 취했을 때, 내가 휴양 중인 널 찾아왔었지. 기억하려나?”

   옛 기억을 새록새록 되새기는 형제.

   “맞아. 그때도 마침 크리스마스 무렵이었잖아.”

   “아마도 그 무렵이었을걸? 퀘이사 하나를 소멸시켜 Quasar-I 엔진을 건설하는 공사가 막 완료되었지.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해서 대대적인 퀘이사 양산 작업에 착수하였고.”

   “양산이라면, 1차 복제형이나 2차 복제형 엔진 같은 거? 그것들은 대체 뭔데?”

   “별로 어렵게 이해할 것 없어. 원본이 자식을 낳으면 1차, 그 자식들이 다시 자식을 낳으면 2차가 되지. 성능이야 현격히 낮은 수준이지만 대신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일이 가능하지. 원본의 소모를 일절 동원하지 않고 말야.”

   그간 인공 초능력만 대단하게 보았거늘 정작 정말 말도 안 되는 괴물은 따로 있었구나. 윤혁은 그 괴이한 성능과 스케일을 생각하며 아직도 감이 오지 않는 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그나저나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런 것들을 창작해낸단 말인가. 항성도 모자라서 은하마저 뛰어넘는 단독 에너지원이라니. 인류에게 그런 과분한 힘이 필요하기나 한 건가?

   “그럼 두 번째라는 건, 원본 또 하나를 추가로 만들었단 뜻이야?” 

   이미 레리엔이 다 털어놓았기에 카이젤로서도 감출 이유가 없었다.

   “그래, 두 번째 원본이지. 이번에는 총 73개의 퀘이사를 은하 간 거대 게이트를 이용해 연결한 뒤 한꺼번에 갈아 넣었지. Quasar-I과는 전혀 다른 기전으로 생성되었어.”

   참고로 재료로 투입된 자원의 양이 단순히 73개가 늘아났다고 해서 위력도 단순히 73배로만 느는 것은 아니란다. 오히려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거의 73제곱승에 가깝달까.

   그보다 더 무서운 점은 힘의 크기가 아닌, 힘을 정밀하게 미세제어하는 특수 기능이었다. 주인의 신체나 주인이 지정한 특정 대상들을 전혀 해하지 않도록 힘을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리 제약 없이 정교한 물리 작용을 발생시킬 수도 있단다. 한없이 제로에 가까운 작동 오차율은 덤이고.

   “그 자체만으로도 절대적 물리 조작에 가까운 경지이지.”

   “도무지 믿기지 않는걸.”

   특히 윤혁은 ‘라와 가이아’라는 것이 거슬렸다. 하필이면 태양신과 대지 여신의 이름이라니, 벌써 불길하지 않은가. 더욱이 항성혼과 행성혼이라는 개념도 수상했다. 이 부분에 관하여는 카이젤도 언급을 자제했다. 윤혁은 자신이 자연계의 신비에 관해 모르는 바가 너무도 많다는 생각이 들어 위축되었다.

   “어, 벌써 다 도착했다, 형.”

   “그래, 내가 따로 이야기하마.”

   윤혁은 눈치 좋게 자리를 잠시 비켜주었다. 오늘 카이젤이 만나야 할 사람은 루디아네 식구인 아렌 할아버지였다. 그는 그 당시 그 캠프에 속한 인원 중 하나였다. 당시의 침략자들로 인한 기습 공격에 대다수의 유대인들이 살해당했지만, 루디아와 아렌은 가까스로 생존하였고 새로운 공동체에 합류하였으며 오늘날까지 명을 잇고 있었다. 현재로서는 유대 난민이 카이젤을 구해주었던 그날의 사건을 기억하는 이는 그 둘밖에는 없었다.

   “샬롬, 평안하십니까?”

   쉰 목소리의 히브리어 인사말과 함께 문이 열렸다. 노인이 문 앞에 선 낯선 손님을 맞았다. 머리가 하얗게 셌음에도 아렌에게서는 정정한 기운의 생기가 흘렀다.

   노인은 문이 완전히 열려 실외가 시야에 완전히 담기자 순간 어떤 기시감에 곧바로 멈칫하였다. 멋진 고급 양복을 갖춰 입은 커다란 체격의 멋진 청년이 서 있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고 여겨질 정도의 수려한 미남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저를 기억하십니까?”

   “음, 이상하구려.”

   평생을 거쳐 한 번 구경하기도 어려운 수준의 수려한 얼굴이었다. 그러니 기억에서 완전히 그 잔상을 지워내기란 불가능. 노화로 인해 기억 능력이 감퇴한 노인조차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강렬했던 인상의 편린을 기억 속에서 꺼내는 데 성공하였다. 뇌리에서 퍼즐이 맞춰진 아렌은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렸다.

   “다, 당신은 그때 그…….”

   “난민 캠프에 계실 적 부상당한 남자를 치료하셨던 적이 있지 않으셨습니까?”

   “허어, 그, 그렇다면, 설마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란 말이오?”

   카이젤은 말 대신 긍정하는 표시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이것은 루디아와 약속하여 미리 입을 맞춘 것이었다. 다른 유대인들에게는 자신의 정체가 인류연합의 대표라는 것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자칫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까 염려한 탓이었다.

   “허어, 이거 참 오래 살고 볼 일이구려, 젊은이.”

   물론 젊은이라는 표현은 사실 적당하지 않았다. 단순히 존재해온 시간만으로 계산하면 엄연히 카이젤의 나이가 아렌보다 훨씬 더 많으니까. 최소 수만 년 이상을 멀쩡한 사고력을 갖고 존재해온 그였다. 그래도 자신보다 이전에 태어나신 분인 건 맞으니 어르신 대접은 하는 게 맞았다. 카이젤은 잠자코 들어주었다.

   “직접 뵙고 인사드리는 게 도리일 것 같아서 왔습니다.”

   “아니오, 나는 사실 그리 큰 도움을 주지 못했었다오. 고작 환자의 몸을 닦아주고 붕대를 갈아주는 일에 약간의 일손을 보탠 게 전부였지. 정작 그대를 정성스레 치료해준 사람들은 우리 캠프의 의료인 출신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은 이미 모두 세상을 떠났다오.”

   “그렇군요. 유감입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왕이 고개를 꾸벅 숙여 예를 표하였다. 그러자 아렌은 황급히 손을 저었다. 상대는 직접 신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언뜻 보기에도 상당히 높은 지위로 보였다. 그런 자가 괜히 보답하겠다고 나서면 곤란해질 것 같았다.

   “어쩌면 그날의 참극은 간접적이나마 제 탓도 포함되었는지도 모릅니다. 학살을 벌인 세력은 저를 노리던 자들이었으니까요. 이미 오래전에 숙청되긴 했습니다만, 당신들의 상흔은 지워지지 않겠죠.”

   “그랬었구려. 그나저나 젊은이, 몸은 좀 괜찮소?”

   노인은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를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진심 어린 염려를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아렌은 환자 치료를 보조하는 과정에서 희생양이 당한 온갖 험악한 꼴을 있는 모습 그대로 모두 보았었다. 폭력을 행한 자들의 정체는 몰라도 참으로 탄식이 나왔다. 무자비한 작자들 같으니, 어찌 창창한 청년에게 그 같은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병상에서 신음하며 고통스레 탄식하는 환자의 몰골을 보고 안쓰러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흉한 몰골을 다 보셨겠군요.”

   “오해하지 말게. 결코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려고 한 말은 아닐세.”

   “음, 괜찮습니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안심되지 않았는지 노인은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그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며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후유증은 없고?”

   “……사실 후손을 보지 못하는 불구가 되긴 했습니다.”

   “이런 이런, 상심이 꽤 크겠구먼.”

   “하지만 당신들의 구조가 없었다면 더 큰 것을 잃었을 테죠.”

   “지난 일들은 이제 훌훌 털어버리게.”

   아렌은 그 잘생긴 청년을 실내로 맞아들였다. 그는 가벼운 먹거리를 대접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다.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선량한 미풍양습 중 하나가 바로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손님을 정중히 대접하는 관습이었다. 카이젤도 그 대우를 나쁘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느무엘, 아비하일, 아므람은 낯선 남자의 등장에 경계심과 두려움을 느꼈다. 그들이 느끼기에 카이젤은 여태 보아온 그 어떤 인간보다도 훨씬 더 짙고 강력한 존재감을 발하는 자였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산짐승 앞의 조난자가 된 듯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게다가 지나치게 수려한 외양 또한 도리어 이질감과 위화감을 주었다. 며칠 전에 만난 그 건실하고 착한 청년에게서 느껴지는 친근감과는 완전히 대조되었다.

   어린아이들도 낯선 남자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방에 숨어들었다.

   오직 아렌만이 평온한 심정으로 따뜻한 친절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는 카이젤이 가장 약해졌을 때의 모습을 목격했기에 이 방의 식구들 중 유일하게 동정심을 느끼는 것이 가능했다.

   카이젤은 유유자적 안분지족하며 사는 그의 삶에 감탄했다.

   “어르신은 욕심이 참 없으시군요.”

   “허허, 하늘나라를 바라볼 나이인데 뭘 더 바라겠소.”

   “그래도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미련 정도는 있잖습니까?”

   카이젤의 유도신문에 아렌은 조금 머뭇거린 뒤 대답했다.

   “내가 고향에 두고 온 동포들이 예슈아 앞에서 회개했으면 좋겠구려.”

   “흠.”

   차라리 부귀영화를 달라면 한없이 줄 수 있었겠지만, 그런 소원은 카이젤의 능력 밖이었다. 상대가 소원을 말하면 은근슬쩍 남 몰래 들어줄 심산으로 떠보았던 카이젤은 머쓱해진 기분으로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카이젤은 다시금 감사 인사와 함께 자리를 떴다.

   “허허, 손주를 만난 기분이 들어서 이 늙은이도 즐거웠소.”

   “그럼, 부디 평안하시길.”

   청년은, 아니 몸만 젊은 그 인간은 노인의 배웅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

   뭔가가 생각난 노인이 짧게 한 마디를 하자 청년은 멈칫하였다.

   “그러고 보니 젊은이 얼굴이 왠지 내가 아는 누구와 닮은 것도 같소.”

   그 말에 담긴 의미를 눈치챈 카이젤은 천연덕스럽게 모른 척 하였다.

   “그러십니까?”

   그렇게 카이젤은 유유이 마을을 빠져나갔다. 그는 기다리던 동생 윤혁과 함께 섬 경관을 좀 더 둘러본 뒤, 시간이 다하자 워프를 통해 자신의 도시, 제로원으로 귀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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