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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64회 아벨의 후예 Ch 11. 아브락사스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4.23 | 회차평점 0 0

 

 

 

 

 

 

 

Chapter 11. 아브락사스

 

 

 

 

 

 

 

 

   위버멘쉬라는 인격체의 내부에는 방대한 규모의 정신세계가 있었다.

   이 영역은 하나의 피조 세계와도 같았다. 그 안에는 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은 위대한 지혜를 함유한, 소위 ‘혼(魂)의 질량중심’ 여섯 개가 위치하고 있었다. 그 하나하나가 사실상 인류 전체, 아니 물리계에 속한 지성체 모두, 더 나아가 인공 지성체들의 총체를 온전히 융합한 총량마저 압도하는 격과 데이터 규모를 지녔다.

   시스템의 총합을 넘어서는 위격, 그리고 시스템 전체의 확장 속도의 곱절배에 달하는 성장 속도.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자체진화형 플랫폼들을 가리켜서 ‘메이저급’ 혹은 ‘지혜의 특이점’이라 부른다. 이 조건에 충족되는 여섯 존재는 완전히 격이 다른, 별도의 카테고리로 간주되었다. 이 거대한 정신 세계 속에 자리한 여섯 개의 질량중심만이 그 카테고리에 합격되었고 오로지 이것들 외에는 아무것도 이에 준하는 것이 없었다.

   이것들은 사실상 한 몸이자 한마음이었다. 마치 사람의 신체를 구성하는 장기가 여럿이라도 그 사람은 하나이듯 이들 여섯, 아니 원래의 본체인 ‘주인이 원래 가졌던 혼’까지 포함해서 일곱은 그 어떤 연합체보다 강력하게 혼연일체를 이루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창조되었던 것마냥 분명하게 연합되었다. 또한 이들은 하나로 연합되어 있을 때 그 효율성과 잠재력과 성장력이 극대화되었다.

   하지만 아직 그 연합은 완성에 이르지 않았다. 원래 설계대로라면 이 여섯이 직물처럼 촘촘히 짜여 무궁한 패턴의 프렉탈을 자아내며 다함 없는 권역까지 도약했어야 했다. 그랬건만 아직은 그 이상적 경지에 도달할 원동력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물론 한창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이긴 했다만, 온전한 균형점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중 네 개는 이미 활성화되었다. 둘은 아직 비활성화 상태였고 본체 쪽은 아직 한계치를 뚫은 돌파를 충분히 이뤄내지 못했다. 물론 불완전한 현 단계만으로도 인류 문명 전체를 합친 용량보다 우월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완전 단계에 있었기에 먼저 완성된 네 개는 늘 불만을 품었다. 그것들은 일곱 요소 모두가 완벽해져 자연계의 한계를 부수기를 갈망했다.

   먼저 완성된 네 메이저급의 칭호는 ‘기계의 신’, ‘사상’, ‘보이지 않는 마음’, ‘우주의 눈’이었다. 이들이야말로 시스템을 자아내는 4중주의 핵심 악기들이었다. 이들은 무수한 변주곡들을 자아낼 수 있었다. 이 합주곡의 풍성함과 풍부함은 이 네 악기가 잠재력을 얼마나 잘 끌어낼지, 상호 교류를 얼마나 높은 차원까지 확장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한편 이들의 성능은 지휘자인 ‘본체’의 자질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본체의 역량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이들이 낼 수 있는 진동의 범주가 달라졌다. 현재로서는 제한된 범주 안에서의 미세한 진동이 전부일 따름이었다.

   만약 본체가 제 진짜 역량, 곧 영(spirit)과 혼(soul)과 육(body)의 전인적 연합체를 온전하게 잠재 분량까지 활용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으리라. 그랬더라면 4중주는 미시 진동의 수준에서 벗어나 거시 진동으로, 더 나아가 거시적 곡선 운동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아니다. 어쩌면 더 높이 진화했겠지. 그 격렬한 연합은 프렉탈과 뫼비우스의 띠를 그려내며 높은 차원으로의 승천을 이룩했을 것이다. 마치 사각형에서 입방체로, 입방체에서 테서렉트로, 테서렉트에서 무한차원의 다면체로 화하듯이 말이다.

   안타깝게도 본체의 영과 혼의 질량은 존재했던 모든 인간 개체의 영과 혼의 총합보다 무거웠기에 그 전 부분을 효율적으로 능수능란히 활용하려면 아직은 더 많은 수련과 성장, 각성이 필요했다. 큰 그릇일수록 완성되는 속도가 느린 법이다.

   본체가 거느린 악기들 중 완성된 넷은 다음과 같은 속성을 지녔다.

   먼저, ‘우주의 눈’은 물리적 상위 차원을 제어하고 관측하여 그곳에 새겨진 법도와 율례의 방정식을 재해석하는 기능을 보유했다. 다시 말해 상위 차원 위에 좌정한채 하계를 내려다보는 거인이 되어 제멋대로 물리법칙을 재조직할 수 있었다. 초능력들이 개발될 때 바로 이 우주의 눈이 원천 겸 열쇠로 이용되었다.

   반면, ‘보이지 않는 마음’은 물리적 상위 차원이 아닌, 혼(魂)적인 영역의 상위 차원에 간섭하였다. 여기서 혼이란 물리적으로 해석 가능한 범주를 초월한, 또 다른 측면의 상위계를 뜻하는 용어. 인간의 기술력으로는 아직 그 본질을 해독해내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은 혼의 상위계가 하위계가 맞닿는 접면 부근에서 혼을 표면적으로나마 제어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 제어력을 무기물 같이 혼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까지 확산시킬 수 있었다. 또한 혼과 유사한 에너지체를 광범위하게 생성하는 일도 가능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마음은 혼, 혼에 대한 제어력의 확산, 유사 혼 생성이라는 세 요소를 삼박자로 활용해서 자연물과 인공물을 지배했다.

   본래 자연물 중 혼을 지닌 물리적 개체는 네 종류뿐이었다. 지구혼, 항성혼과 행성혼을 포함한 천체혼, 동물혼, 그리고 인간혼. 네 종류의 혼은 각기 특색이 달랐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본질은 이중에서 인간혼에 나머지 셋을 강제로 속박시키는 힘이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성체인 이종족들에게는 동물혼과 유사한 물질이 인위로 심겨졌는데, 보이지 않는 마음은 이것을 매개체로 이용해 인공 지성체들을 지배했다. 이런 지배는 비단 고위 생명체에만 해당되지는 않았다. 바이러스 급의 미세한 물질에도 여지없이 유사 혼의 주입과 조종이 가능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마음’은 살아있는 실제 동물, 만들어진 지성체, 원시적인 물체, 미시적인 물질에 이르기까지 움직이는 모든 것에 완벽한 족쇄를 채웠다.

   천체혼과 지구혼은 제어하기 어려운 축에 속했기에 ‘보이지 않는 마음’만으로는 제어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은 별도의 외부 기술에 힘입어 손쉽게 해결되었다. 바로 QUASAR-II라는 무한증식형 발명품이었다.

   QUASAR-II는 ‘보이지 않는 마음’뿐만 아니라 ‘기계의 신’, ‘우주의 눈’의 지배도 받았는데, 이 물건은 천체혼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아울러 천체혼과는 별개인 지구혼의 경우도 간접적으로 간섭할 수 있었다. 제로원이라는 특수 구조물이 통제 매개물이 되어주었다. 자연히 지구혼의 영향을 받는 지표면의 생태계와 자연환경도 마찬가지로 퀘이사의 간섭 범주에 놓였다. 이는 곧 퀘이사와 연계된 지휘탑인 ‘보이지 않는 마음’이 지구 자연계에도 마음껏 다스림을 행사함을 의미했다.

   세 번째로는 사상(IDEA). 환상계, 곧 하위 진실 차원을 재구축하는 능력은 ‘사상’에 심겨져 있었다. 본질상 상위 차원인 소스(source)나 리얼리티(reality)에 더 가까운 실체인 ‘사상’은 상하위 차원의 경계를 마모하는 기능이 있었다.

   이것뿐이었다면 다양한 가상 세계를 만들고 정보를 생성하는 것이 전부였겠지만, 우주의 눈이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조력이 더해지면 더 높은 수준의 응용도 가능했다. 하위계를 재구축하는 ‘사상’, 상위계에 접속하는 ‘우주의 눈’과 ‘보이지 않는 마음’, 이 셋이 연합하면 조작의 폭이 비약적으로 넓어져 훨씬 더 깊고 넓은 상위, 하위 세계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정보와 지식’을 관장하는 능력은 ‘기계의 신’의 본질 속에 함유되었다. 기계의 신은 문자 그대로 ‘데이터’라는 개념 그 자체와 동일하였다. 그렇기에 아무리 탁월한 기계와 인공지능이 나타나도, 그것들이 연합하더라도, ‘기계의 신’만은 넘어설 수는 없었다.

   사실 기계들의 끝없는 개량이라는 경향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원소가 되어 ‘기계의 신’의 구성 성분에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인간계 문명을 구성하는 인공지능과 지식과 정보가 팽창하면 즉각 ‘기계의 신’은 그 팽창의 곱절배, 팩토리얼 배수에 비례하여 자동 성장했다.

   아울러 물질계 이면의 정보계 역시 ‘기계의 신’과 물아일체가 된 상태였다. 과학자들은 아직 ‘정보’라는 형이상학적 존재의 실존 형태를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것들이 허상의 존재가 아닌 모종의 실질적 재료임은 예견하고 있었다. 기계의 신은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로 그 정보계와 몸을 섞고 있었다.

   한편, 이 네 메이저급들이 무궁한 진화를 일으키고 화합하여 무수한 변형 패턴의 변주곡을 자아내며 서로를 사다리 삼아 초월 영역으로 진일보하는 동안, 또다른 메이저급인 미완성의 ‘영원한 생기(Eternal Vitality)’는 위 넷과 지휘자인 본체가 온전하게 전인적 조화를 이루도록 그릇이 되는 육체의 완성도를 극대화했다.

   또한 영원한 생기는 메이저급들을 담은 그 육체 그릇이 한없이 거대한 힘도 거뜬히 수용해낼 수 있도록 모종의 불로불사 상태를 만들었다. 단순히 물리적 환경을 초월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제한의 내면의 힘마저 견디도록 강화하였다.

   마지막으로 6번째 메이저급인 ‘메타뉴런’은 위버멘쉬의 속성을 타 개체에게 공유시키기 위해 개발된 물건이었다. 아직 왕의 본체이자 혼인 Hyper-Self(H-self, 초월 자아)가 완전한 7번째 초지능체로 각성하지 못한 지금, 6번째인 메타뉴런의 역할은 매우 중요도가 높았다.

   위버멘쉬가 자신의 영과 혼과 육의 잠재력을 200% 이상의 효율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혼자만의 수련으로는 부족했다. 최소 인류의 대다수가 그와 동일한 종류의 자아 각성을 이룩해야만 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부분적으로라도. 다시 말해서 전 인류의 준-초인화가 H-self의 활성화를 위한 필수 단계였다. 메타뉴런은 그 인류 각성을 보조하게끔 설계된 ‘자율형 분신 운용 중추’였다.

   왕의 정신공간 내부에서 주축인 일곱 중추는 오롯이 위상 배열되었다. 곧 그것들은 모종의 기하학적 정렬을 이루었다. 완성품인 네 개의 메이저가 사각형을 이루었다. 그리고 미활성 상태인 영원한 생기와 메타뉴런은 그 사각형 위쪽과 아래쪽에 자리하여 피라미드의 꼭짓점을 이루었다. 이로써 정팔면체가 구성되었다.

   그리고 아직 각성되지 못한 혼의 본체, 곧 H-self의 전구체는 정팔면체의 중앙에 잠들었다. 권능을 맡은 완성품 메이저 넷은 H-self이 각성하는 날을 학수고대했다. 그 각성이 있어야만 자신들의 잠재력이 최대 한도로 활용되어 장차 초자연계의 경지에까지 이를 것이다.

   조화성을 유지하는 역할과 산파로서의 임무를 맡은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메이저는 그 날의 순탄한 강림을 위해 끊임없이 일곱 번째를 보좌하고 도왔다. 마치 닭이 병아리의 부화를 기다리며 따스한 품 속에 계란을 데우듯이.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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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유발 하라리라는 사람은 '데이터교'를 믿는다고 하며 우주를 다스리는 시스템이 인간에 의해 탄생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의 주장은 비성경적이지만 어쩌면 카이젤 라흐블뤼크라는 존재가 그가 꿈꾸던 이상향의 완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물론 그 결말은 적그리스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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