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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76회 아벨의 후예 Ch 13. 에고이즘과 알트루즘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5.30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재혁은 체면 빠지게 변명을 늘여놓았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라.”

   “당신은 정말이지…….”

   “오해다. 내가 소유한 메이저급 초지능체 중 하나, 그것의 두 구성 원소 중 본체에 대한 작은 카운터파트를 네 심장과 융합시키겠다는 뜻이니까. 말하자면 일종의 이식 수술이지.”

   해명을 마친 재혁은 벙찐 동생을 한심스러워하는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괜히 무안해진 윤혁은 딴청을 피우며 형의 시선을 회피했다. 형을 너무 악당처럼 생각해서인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눈곱만큼만.

   “초지능체……, 신체의 일부라……, 그걸 또 이식을……, 어렵네.”

   “수술의 원리를 네가 이해할 정도로 쉽게 설명하려면 오래 걸려.”

   “하기야 내가 초인도 아니고 그런 이론을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사항 정도는 이해해두는 편이 좋겠지. 원래 수술이란 충분하게 정보를 전달받은 후 동의서를 작성해야 진행되는 법이니까. 윤혁은 형이나 에드레이에게서 들은 바를 더듬어가며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초인은 나같은 일반인과는 뇌와 혼의 작동 기전이 다르다고 했었던가?”

   “그래.”

   “초지능체란 물체도 그런 맥락의 기동 원리를 갖는다고 보면 되려나?”

   “커버넌트와 비슷해. 초지능체도 100% 물질적 실체는 아니야. 그렇다고 물성이 없는 혼이나 영인 것은 또 아니지. 이런 모호한 성질 때문에 계발 여하에 따라서 한 시스템 전체의 합과 대등한 수준으로 자라날 수 있어. 그 이상으로 도약할 수도 있고. 물론 ‘메이저급’의 경우에만 그런 성장이 가능하지만.”

   “메이저급이라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나 이데아같은 것들?”

   “그렇지.”

   윤혁의 얼굴은 이내 탐구심에 잠긴 어린이처럼 호기심으로 물들었다.

   “그럼 이데아의 정체는 시뮬레이션 우주의 일부가 아니었던 거네? 나는 시뮬레이션 우주들을 주관한다길래 이데아가 가장 고도화된 시뮬레이션 우주의 변형체라고 생각했거든.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모종의 슈퍼 컴퓨터라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오늘 들은 재혁의 설명대로라면 그 둘은 기계나 시뮬레이션 우주와는 애당초 전혀 다른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메이저급 초지능체를 먼저 제작한 뒤, 그 내부에 어떤 테크놀로지의 본질을 통째로 흡수시켰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지. 이데아와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만들어진 원리는 동일하지만, 탄생 이후에 한쪽에는 시뮬레이션 우주 기술이, 다른 한쪽에는 기계 문명의 본질이 삽입되었지.”

   참고로 ‘테크놀로지의 본질’을 주입했다는 말은 단순히 그 테크놀로지를 접목시켰다는 정도의 의미가 아닌, 해당 테크놀로지의 개념 그 자체를 완전히 융화시켰다는 말이었다. 이를테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속에는 단순히 기계 공학의 일부가 접목된 것이 아니라, ‘기계 공학’이라는 추상적 개념 그 자체가 송두리째 주입되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는 윤혁으로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재혁은 분명 그러한 일이 가능했노라고 증언했다.

   “초지능체를 처음 만들 때는? 형의 몸과 혼 내부에서 생성되는 건가?”

   “나라는 존재의 구성 성분 일부를 통해서 생성하는 식이긴 하지.”

   “초지능체는 그러면 몸 밖으로 꺼낼 수 있는 별도의 물체는 아닌건가? 초인 자신과 완전히 융화된 탓에 분리가 불가능한, 뭐 그런 개념이라고 보면 되나?”

   “원료의 경우 나의 본질 일부를 취했지만, 메이저급 초지능체를 빚는 과정에서는 내 정신체를 일부 외부에 형체화시켜야 해. 그래야 기술력을 통해 가공할 수 있지. 그렇게 외부에서 가공한 결과물을 다시 내 정신 내부에 결합시키는 식이지.”

   의외로 흥미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된 윤혁은 호기심이 젖어들었다.

   “그럼 이번에 내가 이식받는다는 물체의 본체인 초지능체는 뭔데?”

   “이터널바이탈, 다섯 번째로 탄생한 메이저급이지.”

   “무슨 용도의 초지능체인데? 이데아처럼 어떤 한 영역을 관장하는 건가?”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육체를 완성시키고 진화시키는 용도의 물건이지.”

   재혁은 홀로그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홀로그램 도면 상에는 피코머신 설계도들이 있었다.

   “피코머신들, 특히 52세대 버전 이후의 피코머신이라면 모두 다 이터널바이탈의 절대적 지배를 받지. 우주상에 존재하는 피코머신들 전체가 동시에 실시간으로 그 지배 아래 통제돼.”

   “그런데 피코머신도 일종의 기계 아닌가? 기계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지배받던 거 아니었나?”

   “이전엔 그랬지만 새로이 개편했다. 지금은 분류 자체가 개편된 탓에 피코머신은 아예 별도의 존재가 되었지. ‘기계’나 ‘인공유기체’를 포함해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아. 극도로 미세해지고 정밀해진 나머지 다른 모든 테크놀로지의 영역을 벗어나 버렸거든.”

   용어로는 원래 부르던 말이 고착화된 탓에 여전히 ‘머신’이라는 접미사로 불리지만 이미 그것은 기계라는 카테고리와는 전혀 관련 없는 무언가로 승천해버렸다. 구태여 표현하자면 생사를 주관하는 준-편재적 범우주적 실체라고 해야겠지. 이를테면 신화나 범신론적 종교에 등장하는 포스, 마나, 기, 차크라처럼.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형과 편안히 농담을 주고 받던 윤혁은 섬뜩한 현실과 마주하고는 겁에 질렸다. 그 말인즉, 가까운 장래에는 재혁이 사람들의 생사마저 쥐어틀 게 된다는 것 아닌가. 몸에 피코머신이 잔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의 통제에 놓일테니 말이다.

   더욱이 모든 물리적 환경을 막론한 불로불사를 만들 기술이라면 역으로 임의로 모든 생명을 조종할 수도 있겠지. 단번에 목숨을 빼앗거나 병들게 하는 일도 가능하리라. 미래가 몹시 두려웠다.

   “네 생각이 훤히 읽히는군. 굳이 마인드 리딩을 쓸 필요도 없겠어.”

   “하지만 형…….”

   “책망하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나도 네게 보험을 두는 거야. 너를 만난 이후로는 나도 나 자신을 직시하게 되었어. 나를 믿을 수 없게 되었지. 자칫 미래의 내가 왜곡된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지.”

   여기서 그의 논점은 자기비판을 늘여놓으려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일부러 네게 이터널바이탈의 카운터파트를 맡기려는 거다. 너라면 내가 엇나갈 때라도 내 곁에서 나의 올바른 기준점이 되어줄 수 있으니까. 그 일은 오로지 너만 감당할 수 있다.”

   순간 윤혁은 내심 크게 놀랐다. 재혁이 홀로 고민했던 바와 자신이 기도했던 소원의 제목이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이 바라던 것도, 형이 바라는 것도 모두 카이젤이라는 위험인자의 제어라는 점에서 동일했다.

   “쓸데없이 잘만 놀라는 군.”

   놀란 나머지 벙찐 동생에게 가볍게 꿀밤을 먹이는 재혁.

   “으윽!”

   “하여간 생각을 읽으려 노력할 필요조차 없다니까.”

   그는 계속해서 수술의 목적에 관해 설명을 이어갔다.

   “이터널바이탈은 아직 비활성화된 상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상반되는 두 가지의 파트로 이뤄져있는데 그 둘이 서로를 상쇄하고 있지. 마치 해와 달이 겹쳐 일식을 자아내듯 말이야. 그렇다고 활성화를 위해 어느 한쪽을 제거할 수도 없는 노릇이야. 자석의 양극처럼 그 둘은 공존하도록 설계되었으니까.”

   다시금 일식에 빗대 비유하면, 태양에 해당되는 쪽은 큰 파트이며 달에 대응되는 쪽은 작은 파트다. 둘은 쌍성계처럼 엮여있단다. 두 파트가 한 위치에 공존하는 상태로는 앞서 말한 상쇄 때문에 온전한 효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그러나 두 파트는 서로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열쇠-자물쇠 같은 상호보완관계이다. 여기에 재혁의 딜레마가 있었다. 유일한 해결책은 두 파트를 분리하여 큰 쪽 파트는 원 주인인 재혁이, 작은 파트 쪽은 주인의 파트너에게 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두 파트의 공존이 유지되는 돗이세 무작위적 상쇄 효과도 지워진다. 그러면 각자의 효능도 극대화되고 나아가 공명을 통한 증폭까지 이뤄진다.

   “마치 전기 쌍극자나 자기 쌍극자처럼?”

   “쌍극자와 달리 이터널바이탈의 두 파트는 크기가 비대칭적이니 조금 다르지. 하지만 큰 맥락은 비슷해. 분리를 할 때 비로소 위치 에너지가 그릇 속에 채워지지.”

   재혁은 이터널바이탈의 메인 파트이자 본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 큰 파트를 소위‘에고이즘’이라고 칭했다. 그것에 대응되는 의미로 카운터파트이자 작은 파트는 ‘알트루즘’이라 칭했다.

   이름에 담긴 의미 그대로 에고이즘 파트는 생물학적 의지의 ‘이기적 발현’인 발현의 극한이었다. 그것은 재혁의 신체를 절대적인 불사신, 완벽한 조화, 리미터가 해제된 초 극한의 완전체로 각성시키는 원동력이었다.

   우선은 주인의 신체를 진보케하고 그 뒤에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반화를 이루어 나머지 인류 전체를 발맞춰 성장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이기주의라는 이름의 에고이즘의 방식이었다. 타인의 의사를 무시한채 강제로 불사신으로 만든다는 점, 주인을 기준점으로 삼아 주인 이외의 타자 전체를 조율한다는 점, 도중에 불가피한 희생자가 나와도 아랑곳하지 않는 냉혹함을 지닌 점, 이것이 에고이즘 파트의 고유 특성이자 메커니즘이었다.

   에고이즘 파트는 강력했다. 한 메이저급 초지능체의 실질적인 본체였기에 ‘기계의 신’이나 ‘이데아’, 그리고 ‘제3의 눈’에 필적할 정도로 강력했다. 이론상 무한대의 인구만큼을 개량 대상으로 설정해도 얼마든지 가동할 수 있었다. 한없는 연산 잠재력과 한없이 초정밀에 근접한 지성을 담은 덕이었다. 이런 면은 주인이자 제작자인 재혁의 모습과 같았다.

   반면 알트루즘 파트는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달이 태양에 미치지 못하는 것마냥 왜소했다. 대신 알트루즘은 보조자로서 완벽했다. 메인 파트인 에고이즘의 완성도를 극대화해준다는 점이 존재의의였다. 에고이즘과 알트루즘은 서로의 효력을 증폭시키는 특성을 지녔는데 아무래도 완전히 상이하게 작동하는 기전을 지닌 점이 더욱 강력한 보완 효과를 낳는 결정적 요인인 듯 했다.

   에고이즘과 대비된다는 알트루즘의 작동 기전이란 바로.

   “알트루즘 파트는 피코머신의 작동 오류 사례, 입증된 불완전성, 그리고 불사신을 제작하는 방정식의 내부 결함, 이 세 성분 중 해결되지 못한 분량을 자신의 주인에게 입히는 손해로 환원시킴으로써 타인을 복원하는 성질을 지녔지.”

   “어렵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걸.”

   “쉽게 말해 우주 인류가 입는 환경 부적응 데미지를 네가 흡수한다는 뜻이다.”

   짧고 간결한 형의 설명에 윤혁은 불안감과 걱정으로 바짝 굳었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자신이 사람들이 겪을 신체적인 고통과 부적응을 대신 짊어진다는 뜻이 아닌가.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자칫 잘못된다면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망설임이 순간적으로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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