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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77회 아벨의 후예 Ch 13. 에고이즘과 알트루즘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5.30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동생의 걱정 가득한 생각을 간파한 재혁이 먼저 선수쳤다.

   “나는 너를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다.”

   “…….”

   “알트루즘 파트는 비록 상대적으로 약하긴 해도 엄연히 메이저급 초지능체의 일부분이다. 자기 주인의 신체를 복원할 정도의 피코머신 제어력은 있어. 즉 수술 후 너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몸이 된다. 늙지도 다치지도 않겠지. 나처럼.”

   그것은 염려를 해결해주는 소식이 아니었다. 윤혁의 표정은 더욱 굳었다. 말하자면 엄청난 고통과 데미지를 흡수하되 그것이 실시간으로 복원되기에 끝없이 고통을 받는다는 것 아닌가. 그야말로 이생에서 느끼는 지옥 체험이 아닌가.

   “너무 걱정하진 마. 나와 달리 너는 일반인이다. 그러니 네게 이식된 알트루즘은 이터널바이탈의 활동을 우주 전체로 동시다발적으로 전달하지는 못해. 기껏해야 행성 하나 정도 규모로만 작동하겠지. 그 정도면 근육통 정도의 통증만 각오하면 될 거다.”

   “마, 많이 아프려나?”

   “왜? 무서워서 각오가 흔들려?”

   “그, 그건 아니지만…….”

   솔직히 내심 후회는 되었다. 그래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런데 한 번에 행성 하나에만 효력이 미치면 무의미한 수술 아닌가?”

   “일하는 주체가 알트루즘 하나면 그렇겠지. 하지만 알트루즘은 에고이즘과 영원한 한 몸이야. 때문에 네가 한 행성에서 고생하는 와중에 알트루즘이 피코머신 네트워크 내부의 방정식을 교정하면 자연히 에고이즘이 그것을 반영해 수조 개 행성에서 동시 교정을 해주지. 이런 식의 듀얼 플레이를 시행하면 희생의 최소화, 최종 결과 최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게 되지.” 

   이해는 되었지만, 그럼에도 내심 걱정은 들었다.

   “뭐, 너에겐 미리 고맙다고 말해두지.”

   재혁이 말했다.

   “형 프로젝트를 도와줘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네 덕분에 내가 맡을 통증을 조금 덜 수 있게 되었거든. 오해할까 봐 말해두는데 그걸 위해 선택한 계획은 아니야. 네게 고통 주는 건 나도 사양이다. 그래도 어쨌건 미안하다.”

   재혁이 고통을 덜 수 있겠다고 말한 이유는 이러했다.

   그는 밤마다 악몽을 꾼다. 그것도 점점 더 심하고 선명해지는 고통을. 어떤 날은 수십만 년 분량의 시간 동안 꿈에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괴로움이 증폭되는 원인은 메이저급 초지능체의 탓도 있었다. 그것들은 본체인 재혁을 더 높은 경지로 진화시키기 위한 마중물로써 고통이라는 기제를 사용하니까.

   그런데 다른 메이저급들과 달리 이터널바이탈은 오히려 주인의 고통을 누그러뜨릴 잠재력도 소유했다. 권력을 상징하는 네 개의 초지능체를 조율해주는 역할이었기에 그러했다. 다만, 이터널바이탈이 이러한 보탬을 주려면 온전한 조화 기능을 수행해야 했고 그러려면 분리가 필수였다. 재혁이 에고이즘만을, 윤혁이 알트루즘을 소유하면 확실히 재혁은 차도를 보일 것이다.

   “아,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사정을 듣고나니 윤혁의 마음의 부담이 조금 덜어졌다.

   “차라리 다행이네. 형이라도 좀 괜찮아진다면.”

   “……미안해.”

   “사과할 거 없어. 내가 먼저 제안한 일이니까.”

   윤혁이 순수한 배려의 심정을 드러내자 재혁은 쓴웃음을 속으로 삼켰다. 동생에게 어울리는 듯한 이름의 선물을 고난과 더불어서 내주어야 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

 

 

 

 

 

 

   “무슨 고민 있니, 아들?”

   영민한 감의 소유자인 유진은 식사 내내 아들 윤혁이 표정이 무겁게 눌린 것을 눈치챘다. 이에 성한은 아들이 혹시 몸이라도 아픈가 싶어서 이마를 손을 짚어보았다. 열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성한이 보기에도 윤혁은 평소보다 퍽 지쳐 보이는 표정이었다.

   “요새 안 좋은 일이라도 있니, 윤혁아?”

   “아, 아니에요.”

   “엄마랑 아빠한테 솔직히 말해보렴.”

   윤혁은 난처한 처지가 되었다. 대체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애초에 형과 자신 사이에 있던 일들은 온갖 설명하기 어려운 과학적 개념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게다가 형과 자신 사이의 계약은 또 어찌 해명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자세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자니 자신이 그런 선택을 취한 이유도 말해야 할 텐데 그러면 우주 인류 프로젝트 이야기까지 나올 것이다. 골치가 아팠다.

   ‘무엇보다……, 수술받는 걸 어떻게 생각하실까?’

   솔직히 형의 실력을 알기에 수술이 잘못될 걱정은 안 들었다. 하지만 어쨌건 부모님은 틀림없이 아들을 걱정하실 것이다. 몸에 중대한 변화가 임하는 일이니 당연히 우려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터널바이탈의 알트루즘 파트가 윤혁의 심장과 융합하면 앞으로 윤혁은 반강제로 불로불사가 되어 인류의 종말까지 지켜봐야 할 지도 모른다. 행성 규모의 환경부적응을 짊어지는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윤혁은 왠지 자신이 너무 불효막심한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슬픔에 잠겼다. 눈물이 아주 조금 흘러나왔다. 성한과 유진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유진이 재빨리 아들을 안고 토닥여주었다. 그녀는 눈치가 좋았다. 아들에게 뭔가 말하기 난처한 일이 숨어있음을 깨달았다. 윤혁을 방에 들여보낸 후, 그녀는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이 혼자 가서 윤혁이에게 물어봐요.”

   그녀는 일반인이 알아서 좋을 게 없거나 곤란해질 심각한 문제가 지금 상황과 엮여있음을 얼추 알아차렸다. 자신이라면 몰라도 남편이라면 종종 중차대한 일들과 얽히기도 했으니 나름 아들도 부담을 덜고 털어놓을 가능성이 있다.

   “알았어.”

   성한은 홀로 윤혁의 방 안으로 노크 후 들어갔다. 윤혁은 나름 마음의 정리를 했는지 슬퍼하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성한은 옆자리에 걸터앉아 윤혁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냥 아빠한테 말해주면 안 될까?”

   “그, 그게…….”

   “형이랑 관련 있는 일이니?”

   윤혁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하루 내내 어떻게 이 문제를 설명해야 할지 몰라 고민했었다. 그는 나름대로 간략화하되 거짓은 담지 않은, 적절한 수준의 타협점을 찾아냈다.

   “이식 수술 일정이 잡혔어요. 형이 좀 아프대요. 몸이 아니라 마음 쪽이. 그래서 제가 돕겠다고 나섰어요. 급작스럽게 계획이 잡혀서 말씀을 못 드렸어요. 상의도 안 하고 제멋대로 결정해서 죄송해요.”

   성한은 아들의 입에서 나온 단서들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으며 찬찬히 추리해보았다. 수술? 마음이 아프다? 언뜻 듣기에는 앞뒤가 안 맞는 궤변처럼 들렸다. 하지만 성한은 아들이 남을 의도적으로 속이는 사람이 절대 아님을 알았기에 믿어주기로 했다. 나름대로 진실을 잘 함축해서 설명했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때로는 정보를 이해하는 것보다 상대를 이해해주는 것을 택하는 게 더 지혜로운 법이다.

   윤혁의 말에는 사실 거짓된 부분이 전혀 없었다. 재혁이 매일 잠들 때마다 거대한 고통에 시달리는 것은 엄연히 사실이니까. 게다가 이터널바이탈을 이식받는 쪽은 윤혁이지만, 초지능체의 분리 과정에서 반대편인 에고이즘도 증폭되니 재혁에게도 어떤 의미에서는 이식의 혜택이 닿는다. 보통 사람은 이식받는 쪽이 혜택을 받지만 지금 상황은 반대이다.

   형제가 처한 상황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이번 수술 이후 재혁에게는 정신 쪽이, 윤혁은 심장 쪽이 변화할 것이다. 동생 입장에서는 육신적인 이식 수술이지만 형에게는 정신적인 치료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이건 인류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형을 돕는 일이기도 해.’

   특히 윤혁은 재혁의 개인적이고 은밀한 고통스러운 사정, 곧 ‘외부 인격의 강제적 융합’ 현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 현상이 영의 차원에서 일어나는지 혼의 차원에서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의 인격 데이터가 거듭 융합되어 정신과 영혼의 질량이 과도히 증폭된다는 건 심상치 않은 사태임이 분명했다.

   재혁 자신도 그 일의 심각성은 인지하는 중이었다. 자칫 재혁 자신의 이지와 자아를 무언가에 매몰되어 흡수당할뻔한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다지. 윤혁은 이러한 결말이 형뿐 아니라 모두에게 심각한 오너리스크임을 인지했다.

   그러므로 형의 악몽을 덜어주는 목적뿐 아니라 인류의 사망률을 최소화하는 목적을 위해서라도 이번 도전은 필요했다.

   ‘수억 개의 은하, 각각에 수백만의 외계행성이 있다. 행성마다 최소 수억의 인구는 존재하겠지. 만약 알트루즘이 작동하지 않으면 최소 5%, 많게는 10%는 죽을 테고. 그러면 형이 짊어질 도덕적 책임도 문제지만, 대량의 인격 융합이 벌어진다. 자칫 매몰될 위험성도 증가하겠지.’

   거기서 더 잘못하면 재혁은 통제를 벗어나 3차 각성을 일으킬 것이다. 심한 경우 정신 주도권을 악한 초자연적 존재에 빼앗길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은 차단하고 싶었다. 사람들을 살리고 그들의 영혼을 구하고픈 마음도 간절했지만, 그와 동시에 형을 향해서도 같은 마음이 들었다.

   뒷사정 없이 개략적이고 개략적인 대답을 들은 성한은 아들을 믿어주었다.

   “그랬구나.”

   “경솔했다고 혼내셔도 돼요, 아빠.”

   “비겁하거나 잘못된 일을 하려는 건 아니지? 그거면 됐단다.”

   다행히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도덕적 딜레마로 고민은 했을지언정 고의로 자기 양심을 속이거나 신앙의 원칙에 비춰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는 않았으니까.

   “네.”

   “고맙다. 이젠 울지 말렴.”

   성한은 아들을 꼭 껴안고 등을 살살 두드려주었다. 아버지의 넓고 단단한 품에서 온기와 든든함이 느껴지자 흔들렸던 마음이 위로를 받았다. 어릴 적부터 항상 아빠는 늘 든든한 방패막이었다.

   “윤혁아.”  

   “네.”

   “차라리 아빠가 참여하면 안 될까?”

   윤혁의 동공이 당황으로 팽창하였다.

   “너와 재혁이 사이에서 생물학적인 이식 수술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나도 가능하겠…….”

   “아니요, 그건 안 돼요.”

   단호하게 선을 긋는 윤혁. 차마 뒷사정을 설명하지 못해 답답했다. 허나 알트루즘을 책임지는 고생을 아빠에게 떠넘길 생각은 없었다. 물론 육체만큼은 성한이 윤혁보다 낫다. 반쪽 짜리나마 초인이니까.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도리어 일반인과의 호환면에서는 불리할 가능성이 있다.

   설혹 가능하다더라도 재혁의 한 마디가 마음에 거슬렸다. 일반인에게 이식된 알트루즘은 오히려 작용 범위가 작다고 했었지. 반대로 말해서 초인에게 이식되어 알트루즘의 효력이 한 행성 범위 이상으로 확장된다면 이식자는 엄청난 고통을 당할지도 모른다.

   “제가 할 수 있어요.”

   다급해하며 만류하는 윤혁의 모습에 성한은 그의 선택을 말릴 수 없음을 깨닫고 한숨을 쉬었다.

   “알겠다. 대신 너무 무리하진 말렴.”

   “괜찮아요. 버틸 수 있을 거예요.”

   성한은 아들이 혼자서 무거운 어려움을 짊어지려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은근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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