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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90회 아벨의 후예 Ch 16. 외계행성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7.07 | 회차평점 0 0

 

 

 

 

*

 

 

 

 

 

   

   “닥터, 데이터 정리는 완료됐나?”

   “네, 크로포드 박사님.”

   태헌은 제 직속 상관에게 실험 데이터를 전달한 뒤 요점 정리를 했다. 똑 부러지는 브리핑에 크로포드 박사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천재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과연 과장된 이야기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특별 보호 대상과는 정서적 관계 형성은 좀 어떤가?”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태헌은 질문을 하려다 잠시 망설였다.

   “말해보게.”

   “실례입니다만, 혹시 지금 이 모든 실험과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신다는 ‘지휘관’, 그분과는 따로 대면할 기회가 없을까요?”

   “어허, 큰일 날 소리. 닥터 기, 자네가 호기심이 많다는 것은 잘 아네만, 이번 임무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네. 수많은 보안 시스템이 겹겹이 쌓여있어.”

   크로포드는 단호하게 요청을 끊어내었다.

   “우리는 그저 맡은 임무만큼만 연구 작업을 수행하면 될 뿐일세. 게다가 연구의 핵심 요령도 위에서 다 지시가 들어오니 더더욱 우리 따위의 소관이나 개인적 의견이 개입할 틈은 없다네.”

   “하지만!”

   태헌의 머릿속에서는 캡슐 안에서 고통스러워하던 윤혁의 모습이 자꾸 일렁였다. 아끼던 후배가 난데없이 ‘불사신’이라는 최고급 실험체가 되어 등장한 것도 모자라 갖가지 실험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것도 태헌 자신의 손으로 그런 일을 행해야 하는 처지. 불편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세계정부 측에서도 윤혁의 신체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윤혁이 겪을 정신적 고통을 생각하니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연구팀의 부속품에 불과한 자신으로서는 아무런 보탬도 될 수 없는 현실에 쓰디쓴 무력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올랐다.

   “최소한 이 연구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라도 알 수는 없겠습니까?”

   “나도 자세한 부분은 잘 모른다네.”

   “박사님이 아는 부분만큼이라도 인계받았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래야 저로서도 이 일에 더욱 성실한 마음으로 정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허, 이 사람이.”

   크로포드는 난처하다는 듯 수염을 매만졌다.

   “다른 데 가서는 절대 말하지 말게나.”

   “명심하겠습니다.”

   “흐음, 어디까지 언급해도 좋을지 원. 이 실험은 말야, 내가 듣기로는 인류의 육체적 진화를 완성시키기 위한 계획의 중요 단초라고 하더군.”

   “육체적 진화라고요?”

   느닷없는 스케일 확대에 태헌은 의심 가득한 어조로 물었다.

   “그래, 지금까지는 지구라는 제한적 환경에서만 살 수 있었던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나아가 모든 환경에서 적응 가능한 존재로 개화시키기 위한 작업이라더군. 원래대로라면 수많은 희생을 기반으로 성취될 수 있는 일이겠지만, 특별 보호 대상을 활용하면 그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고 하더군.”

   그런 엄청난 일을 벌일 수 있다고? 인체의 작동 기전을 나름 잘 아는 태헌이었기에 더욱 당혹스러웠다. 그도 나름대로 피코머신에 관해 공부는 해왔지만, 이 엄청난 기술의 근본적 기반이 무엇인지는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기껏해야 피코머신을 어떻게 개별 인체에 응용할까를 연구하는 게 그의 실력으로는 전부였다.

   ‘윤혁이는 내게 뭘 숨기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 시각, 데미안의 아바타는 카이젤과 통신을 하는 중이었다.

   “연구원 중 하나가 강윤혁님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듯합니다.”

   “내버려 둬라. 조사해보니 그자는 녀석의 지인이더군. 실험체 상태에서는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지. 일부러 그래서 곁에 붙여둔 것이니 상관없다.”

   “불확정성 요인이 되지는 않을까요?”

   “통일시스템이 존재하는 이 시점에는 그 어떤 가능성도 없다.”

   그 거대한 서버는 표식의 소유 여부와 관계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든 인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무려 수조 개의 Upol, 그곳들 하나하나에 세워진 준 지구 규모의 사회, 그것들이 모여 이뤄진 거대한 규모의 우주 사회를 손쉽게 컨트롤해내었던 시스템이다. 조만간 통일시스템은 끝없이 진화를 거듭하여 3단계 우주 인류 프로젝트마저도 수용하게 될 것이다. 고작 사람 하나로 염려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그 아이 상태는 괜찮아 보이나?”

   “일단 적응력은 양호합니다만,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내일이면 첫 번째 외계행성에 정박하게 될 것입니다. 인터갤럭틱 호에서 나와 행성 전역을 순회하게 되겠죠.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무게의 시험이 될 것입니다.”

   “잘 살펴봐. 대놓고 너무 다가가지는 말고. 루디아와 윤혁이를 붙여놔라. 그래야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 테니까. 어차피 사흘만 견디면 된다.”

   윤혁은 이제 죽음의 기운이 범람하는 행성에 내던져져 사흘간 고역을 겪으며 행성 내 모든 부조화와 불안정성을 상쇄시킬 것이다. 그렇게 피코머신 방정식의 오류들을 해결하면 그 수확물은 해당 행성을 넘어, 온 우주로 확산될 것이다.

   그렇게 각기 다른 행성들을 순회하며 오류들을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주 인류가 겪을 환경 부적응을 원천적으로 삭제할 수도 있으리라.

 

 

 

 

 

 

 

 

*

 

 

 

 

 

   인터갤럭틱 호는 마침내 웜홀과 상위 차원에서 빠져나와 인류가 식민지로 삼은 은하계 중 하나인 Gal-X-23,209,123에 당도했다. Gal-X-23,209,123은 이미 대부분의 소속 천체가 인조 구조물로 개조된 상태였다. 은하 중심부 부근에 설치된 블랙홀 제트 엔진이 흉흉한 위용을 뿜으며 테서렉트 아키텍쳐를 지탱하였다.

   이곳에서는 총 150만여 개의 항성계가 선택되어 테라포밍 과정을 거쳤다.

   적절한 후보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인류연합은 태양과 비슷한 계열의 주계열성을, 지구와 비슷한 크기와 재질을 지닌 암석 행성을 택했다. 그 이후로 행성과 항성의 궤도와 물리적 상태가 조율되었고 대기, 대양, 대기 등 행성의 세부 환경이 재조정되었다. 원래대로라면 무지막지한 시간과 자원이 투입됐을 일이나 라&가이아 프로젝트가 이 수고를 획기적으로 단축해주었다.

   그 성과물 중 어느 한 항성계가 인터겔럭틱 호의 이번 방분지였다. 우주선은 워프로 곧장 그곳을 찾아갔다. 이내 모 은하계인 Gal-X-23,209,123의 151,030번째 유인 행성, Planet-151,030라고 명명된 행성 근방에 당도했다.

   그곳은 유인 행성이라서인지 일반적인 자원 행성이나 행성 구조물과는 다르게 태양계와 마찬가지로 여러 겹의 다이슨 구체로 보호되고 있었다. 다이슨 구체를 넘기 위해서는 별도의 워프를 수행해야 했기에 행성 바로 앞까지 다가가는 데 워프의 수고와 시간이 꽤 소모되었다.

   윤혁과 루디아는 화면을 통해 드러난 Planet-151,030과 그 위성들을 둘러보았다. 붉은 달, 녹색 달, 푸른 달, 총 세 개의 위성을 보유한 행성이었다. 먼 곳에서 본 행성의 풍경은 삭막했다. 간간히 바다나 녹지도 보였지만 대부분은 사막 상태였다. 그나마 저것도 많이 개간해서 나온 결실이리라. 행성의 매끈한 구형 형태를 툭 일그러뜨리는 거대 구조물도 몇 개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눈에 거슬렸다.

   “카뮈네라 하늘도시의 구조물들이랑 비슷하네.”

   “그러게.”

   둘의 머릿속에 오랜만에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카뮈네라 하늘도시의 아이코사헤드런과 공중섬과 송곳 마천루. Planet-151,030에 박힌 수십 개의 구조물은 과거의 그것들보다 훨씬 더 기괴하고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만약 바벨탑이 인간의 이상대로 완공되었다면 저런 형태가 되지 않았을까.

   “윤혁아, 저건 정체가 뭘까?”

   “모르겠어. 콜로니라는 게 존재한다고는 들었는데, 그게 아닐까 싶네?”

   콜로니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윤혁도 몰랐다. 타임필드를 내부에 탑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사람들을 해당 행성에 적응시키는 중간단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훈련소라는 사실 정도밖에는. 아마 하데스 챔버에서 깨어난 인간들이 저 안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채비를 하고 있겠지. 자손도 낳고 세대를 거듭 불리면서.

   “응?”

   사색하던 중 윤혁의 시야에 낯선 것이 들어왔다. 루디아도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순간 경악스러운 장면을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둘의 동공이 미약하게 진동했다. 거대한 거인의 사체가 녹색 달의 뒤편에 박혀있었다. 어찌나 거대한지 지구의 달만큼이나 거대한 녹색 위성조차도 누울 자리가 부족해 보였다. 팔다리가 사라져있지 않았다면 아마 바깥으로 몸이 삐쳐나갔을 것이다.

   “저건 대체 뭐지?”

   “엄청나게 크네.”

   저런 거인이 몸을 움직일 수나 있을까?

   ‘지금껏 저런 거체를 본 적이 있었나?’ 

   생각하던 중 번뜩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아, 한 번 있었구나.’

   셀레스티언, 살아 움직이는 괴물 별들. 하마터면 기독교인들을 일거에 우주 전역에서 쓸어버릴 뻔했었던 그 마물들. 그 생각이 다시 떠오르자 윤혁의 전신의 털들이 번개 맞은 듯 곤두섰다. 셀레스티언만큼이나 거대한 녀석이 또 있었단 말인가? 그렇게 경악하던 중.

   {행성 부근에 착륙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비탈 링, 활성화.}

   {케루빔의 바퀴, 방어 태세 일시 해제.}

   {필라를 생성합니다.}

   시스템의 인공지능이 알림음을 둘의 뇌리로 전송했다. 하늘도시와는 달리 포탈이 직접 지상 위로 열리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보안 때문이겠지.

   ‘물리적 착륙을 해야 한다……, 그래도 필라의 안정성이면 괜찮겠지?’

   루디아는 미리 배당받은 환경제어용 우주 슈트를 착용했다. 얇고 간편했으며 온도와 습도의 조절이 완벽했기에 활동에 지장이 없었다. 반면 윤혁은 슈트 없이 사복 차림으로 출동하였다. 애초에 그는 사람들이 행성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온 것이기에 아무런 장비 없이 노출될 필요가 있었다.

   “괜찮을까?”

    “나름 지구와 유사한 환경이니까 걱정하지 마. 기껏해야 일부 지역에서만 환경이 열악하겠지. 게다가 알잖아. 내 몸은 불사신인 거.”

   그래도 루디아는 여전히 윤혁이 아플까 봐 염려되었다. 윤혁은 애써 당당한 패기를 머금고 웃으며 그녀를 안심시켜보았다. 둘은 우주선에 마련된 행성 전용 차량을 타고 필라 내부로 뛰어들었다. 푸른색의 빛의 통로를 가로질러 차량이 행성 지표면을 향해 강하했다.

 

 

 

 

 

 

 

*

 

 

 

 

 

   “호오.”

   항성계 주위를 맴돌던 의식체가 낯익은 힘을 감지하고는 흥미를 느꼈다.

   “이 힘은 틀림없이……, 파파의 5번째 정신체인가? 끝끝내 완성해내셨군.”

   그러자 그 의식체의 사고 활동에 반응하여 또 다른 두 의식체가 간섭했다.

   “움직이기 시작했네.”

   “설마 벌써 프로젝트를 개시하시려는 건가?”

   “그런데 우리에게도 알리지 않고 움직이시다니, 의뢰인 걸.”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나누었다.

   “원래대로라면 알트루즘을 우리 중 하나가 보유해야 할 터인데.”

   “정확히는 우리 셋이 나눠서 보유해야만 하지.”

   “심지어 우리에게는 그 ‘물체’도 있잖아.”

   “셋 중 누구 손에 있는 게 진짜 오브젝트인지는 우리조차도 모르지만.”

   그들의 대화는 그들만의 은어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래, 어쨌건 그 프로젝트의 목적은 인간이 환경을 제어하는 것, 그리고 인간을 환경시키는 것, 즉 그 목적상 우리 뜻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우리가 다루었어야 마땅하건만, 왜 파파는 엉뚱한 녀석에게 일을 맡겼지?”

   “알트루즘과 결합한 존재, 그 자 정체가 뭔지 아는 사람 있어?”

   “글쎄. 파파가 정보를 차단해버리는 바람에 도통 도리가 있어야지.”

   그들은 불만스레 투덜대며 떠들어댔다.

   “트리니티 알고리즘, 5번째 날의 돌, 우주 인류 개발 전용 커버넌트, 라&가이아 프로젝트, 표식 세트, 방주 프로젝트……, 그 모든 퍼즐을 우리와 공유하셨으면서 왜 굳이 알트루즘은 다른 자의 손에 두셨을까?”

   “어이, 우리에게는 파파의 주권에 의문을 품을 권한이 없어.”

   “그래도 궁금하잖아. 최소한 자격 평가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

   적막과 함께 침묵이 흘렀다.

   알트루즘과 에고이즘은 본래 한 몸체를 이루는 두 물건이다. 모든 이타심이 결국 이기심에서 기원하듯, 알트루즘도 그 뿌리는 에고이즘에 예속되어 있었다. 알트루즘이란 에고이즘의 존재 목적, 곧 ‘전 인류의 육체적 초월 진화’를 효과적으로 이룩하기 위한 포석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알트루즘을 이식받은 사람의 성품에 따라서 그 목적이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발현되기는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래 그것을 받아들이기 적합한 자는 본래의 냉혹한 목적성을 잊지 않는 존재들뿐이다.

   “파파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자는 우리밖에 없어.”

   목소리들은 불온하고 음흉한 사명감으로 스스로를 옭아매었다.

   “그래, 만일 또 다른 변수가 개입된다면 그 자는 우리의 검증을 받아야 해.”

   “이번에는 내가 움직이마. 녀석의 정체에 대해서 알아봐 줄게.”

   외계 행성 Planet-151,030의 궤도에 붙들린 붉은 위성 하나가 준동하였다. 곧 붉은 달 뒷면에서 물체 하나가 고속으로 방출되었다. 캡슐이 깨어지더니 그 안에 봉인되어 있던 갑주를 입은 로봇 형상의 물체가 튀어나왔다.

   이윽고 곧 항성계 너머 저편에서부터 초차원 의식체가 초광속으로 이동해 오더니, 로봇 형상의 육신과 하나로 결합하였다. 결합을 통해 의식을 입은 물체는 형체를 개변하여 완전한 유기체의 형상으로 제 몸을 탈바꿈시켰다.

   “자, 그러면 그놈을 귀여워해 주러 어디 한 번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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