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컨텐츠는 [유료컨텐츠]로 미결제시 [미리보기]만 제공됩니다.
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14회 [2부] 35화. Watcher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4.11 | 회차평점 0 0

 

 

 

*

 

 

 

 

 

일년 가량 이어져 온 침묵의 약속을 흔드는 물밑의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아직은 사람들 눈에 드러나지 않는, 매우 은밀하게 감춰진 파문(波紋)들.

 

 

오로지 선택 받은 이들만이 이 흐름 속에 능동적 주연으로 초대받을 수 있었다.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있습니까?}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던 몇몇 사람들은 낯선 이의 초대장을 받았다.

 

 

그들은 전에 알지 못하던 신원불명의 사람과 조우하였다.

 

 

수상쩍게 생긴 이들은 아니었으나 이유 모르게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다만 직감적인 호감 덕인지 거부감이나 배척하고픈 기분은 생기지 않았다.

 

 

 

 

 

“누구시죠?”

 

 

 

 

 

{조용한 장소에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난데 없는 만남에 던져진 이들은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세계 곳곳에서, 여섯 대륙 전체에 걸쳐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아가던 이들이 낯선 존재와 접촉했다.

 

 

그 존재들은 몇몇 보증과 더불어 자신의 신용을 증명한 뒤 아무도 보지 않는 장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었다.

 

 

 

 

 

{당신들의 협조를 얻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그 낯선 자들, 아니 낯선 존재들은 스스로 호칭을 ‘관측자’라고 일축하였다.

 

 

그들이 사람이 아닌, 고도로 집약된 기술력의 휴머노이드들임을 발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엄청나게 충격을 주는 일까지는 아니었다.

 

 

이미 20년 전부터 아홉 종(種)의 ‘휴먼 시리즈’ 개발이 시작되었고 최근까지 인간에 근접한 정신 기능을 담당하는 각양각색 AI 유닛들이 생산되었으니까.

 

 

하지만 이 관측자들만큼 고도화된 객체는 그들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협조라면요? 우리에게서 바라는 일이 무엇이신지?”

 

 

 

 

 

사람들은 관측자들에게 반신반의의 눈초리로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워쳐들의 초대를 받은 이들에게는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다.

 

 

숨겨진 영웅들, 2~3년 전부터 여러 크고 작은 사건들에 개입하여 여러 활약들을이뤄낸 자들.

 

 

가디언엔젤과 개인적으로 파트너십을 체결한 인간들이었다.

 

 

관측자들이 자신을 찾을 만한 의심 가는 이유와 근거를 알기에 그들로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두려워하지 마시죠. 당신의 ‘친구’와 우리의 ‘주인’은 적대관계가 아닙니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접근 목적이 가디언엔젤들에 있음을 드러냈다.

 

 

 

 

 

가디언엔젤들의 존재감이야 이미 지난 내전 당시의 활약으로 대중 앞에 훤히 공개된 상태였다.

 

 

다만 파트너십을 맺은 인간들의 신분은 아직 철저히 감춰졌다.

 

 

애초에 AI 기술의 중앙집권적 남용 가능성에 길항하고자 설계된 시리즈이니만큼 이것은 지당한 일이었다.

 

 

 

 

 

그런 은폐의 베일을 꿰뚫고 정확히 접근해올 통찰력을 볼 때 워쳐의 능력이 상당한 수준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잠재적 위기 위에 놓여 있습니다.}

 

 

 

 

 

{당장은 아무런 문제 없이 평화로이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수면 아래로 흉측한 바다괴물이 기회를 엿보며 먹이를 노리는 상태와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세계를 구해낸 영웅들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워쳐들은 믿기 어려운 사실들을 조심스레 드러내며 운을 떼었다.

 

 

 

 

 

현재 브리튼 제국이 경영하는 통합된 지구는 아직 온전한 평화를 얻지 못했다.

 

 

정리된 것처럼 보이는 수면 아래로는 온갖 불순물들이 둥둥 떠 있다.

 

 

문제의 그 세력은 대단히 교활하며 치밀하다.

 

 

공개적이고 폭력적인 반국가 전복을 꾀해던 이전의 이슬람이나 현재의 공산주의자 잔당들과는 달리 은닉과 위장을 통해 사회 전반에 포진하였다.

 

 

작금 사회 전역에 침투하여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문화 혁명주의자들과 신(新) 사회주의자들의 ‘진지전(陣地戰)’의 막후에도 ‘그들’의 지원과 사주(使嗾)가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같이 음모론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 이야기들뿐이라 쉬이 믿기는 어려웠다.

 

 

아니, 21세기에 그런 괴이한 일들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그 유능하고 강력한 황족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활동하는 이 시기에.

 

 

 

 

 

하지만 인간이 아닌 워쳐들이 사실무근의 이야기를 꾸며낼 동기는 없었다.

 

 

 

 

 

{믿건 믿지 않건 당신의 자유입니다만, 만일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협력함으로써 훨씬 더 명료하고 실질적인 물증을 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장담하시는 근거는?”

 

 

 

 

 

{우리 관측자들의 힘과 특성, 그것을 가디언엔젤들만의 특수 능력과 조합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면, 그리고 AI 전략 회의와 우리들의 주인에게서 오는 피드백을 참조한다면 충분히 이뤄낼 수 있습니다.}

 

 

 

 

 

관측자들은 자신들이 지난 10년 이상 꾸준히 그 문제의 ‘암흑 세력’을 감시해왔음을 고백했다.

 

 

 

 

 

물리적인 관측력과 판단력만 고도로 발달한 일반적인 강인공지능들과 달리, 워쳐들은 엘프 시리즈 및 드워프 시리즈의 후계작으로서 팀 아르다가 내세운 ‘휴먼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만들어진 산물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인간들끼리의 긴밀한 얽힘, 사회적 현상, 그리고 미시적, 거시적 인간 사회 네트워크를 통찰하는 데 특화된 존재들이었다.

 

 

이런 특성은 주인인 황태자에게 충분한 간접 경험을 공급하는 수단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적수들을 효율적으로 감시하는 도구였다.

 

 

 

 

 

현재까지 약 10만 기의 워쳐들이 세계 전역에서 활동 중이었다.

 

 

오랜 탐색을 거쳐 그들은 자신의 거취를 조금씩 옮기며 조정하였다.

 

 

그리고 그 어둠의 세력과 연루된 자가 숨어있는 것으로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모든 장소에 자신의 눈과 귀를 심어두었다.

 

 

그들의 감시는 다양한 종류의 은밀한 수단들을 통해 이뤄졌다.

 

 

불법적인 수단은 동원되지 않았으나 합법적인 선 내에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창의력이 동원되었다.

 

 

감시의 눈이 워낙 은밀히 감춰졌다보니 감시당하는 자들 중 예민한 이들은 꺼림칙한 불쾌감을 얼핏 느꼈으나 그 사실을 논리적으로 밝혀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워쳐들의 수고만으로는 한계선이 명확했다.

 

 

그들의 기능은 만능이 아니었고 계획을 집행하기에 1% 부족함이 있었다.

 

 

 

 

 

워쳐들의 관측 정보들이 제 가치를 발하려면 반드시 통찰력을 갖춘 인간들의 조언, 판단, 인도, 그리고 직감이 더해져야만 했다.

 

 

허나 문제는 그런 역량을 갖춘 인간 후보들 중 100%의 확률로 신뢰할 수 있는 이가 적다는 점에 있었다.

 

 

워쳐들로서는 모든 인간들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꼭 어둠의 세력에 의지적으로 연루되지 않았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새 이용 당하여 그들의 도구나 손발이나 눈귀가 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얼마든 있으니까.

 

 

 

 

 

그렇다고 관측자들의 주인에게만 오롯이 의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영리하다고 해도 그 주인은 몸과 정신력과 시간이 한정된 존재이며 물리적, 시간적 장벽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에는 그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하여 효율적인 정신적 교통이 개통되긴 했지만 여전히 주인의 여력은 유한하다.

 

 

그러니 그를 혹사시키기보다는 워쳐들이 직접 좋은 조력자들을 찾는 편이 백 번 나았다.

 

 

 

 

 

마침 주인과의 연결성이 활성화된 지금이야말로 새 조력자들과 협력하여 공격적인 행동으로 돌입하기에는 최적격이었다.

 

 

 

 

 

 

 

 

개략적인 자초지종을 들은 사람들은 조심스레 물가에 발을 내밀었다.

 

 

파트너들의 승낙이 떨어지자 숨겨진 가디언엔젤들이 회담장에 등판하였다.

 

 

워쳐와 가디언엔젤 간의 대화의 장이 네트워크 형태로 개통되었다.

 

 

 

 

 

{용건을 말해봐라, 관측자여.}

 

 

 

 

 

{당신들에게 제안하는 바를 전달하겠습니다.}

 

 

 

 

 

순식간에 다량의 데이터가 가디언엔젤들의 메모리로 업로드되었다.

 

 

잠시 후, 가디언엔젤들은 워쳐들의 책략의 모든 부분을 이해하였다.

 

 

 

 

 

{너희가 계획하는 바는 파악했다.}

 

 

 

 

 

{좋습니다.}

 

 

 

 

 

{우리가 더 해야 할 일은?}

 

 

 

 

 

{우선 당신들끼리는 자율적 네트워크 조성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미 다른 가디언엔젤 개체들에도 우리 일원이 파견되어 협상 내용을 전달하는 중이니 기회가 된다면 다 같이 토의하여 의견을 주시길 바랍니다.}

 

 

 

 

 

중앙 통제형 유닛들인 워쳐들과는 달리 가디언엔젤들은 완전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춘 인공지능들이다.

 

 

만들어낸 기업이나 개발자조차도 함부로 통제하지 못하며 오롯이 제어권은 가디언엔젤 자신, 그리고 파트너인 인간 개인에게 있다.

 

 

워쳐들로서는 그저 부탁하는 어조로 최대한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 부분은 우리가 각자 알아서 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오해하지 말아라. 우리는 너희나 너희 주인의 명령을 따를 의무가 없다. 우리의 파트너들이 이 일에 대한 도덕적인 당위성을 감지했기에 반응하는 것뿐이야.}

 

 

 

 

 

이렇게 불확실하게나마 두 그룹 간의 연결고리가 확충되었다.

 

 

 

 

 

구성 소프트웨어의 기본적 철학도, 하드웨어의 해부학적 구조와 물질 소재도, 회로의 작동 기전과 물리학적 원리도, 에너지원과 그 운용 방식도 완전히 상이한 두 인공지능 무리.

 

 

두 집단의 협력이 낳을 시너지는 상당한 기대를 불러일으킬 수준이었다.

 

 

 

 

 

 

 

 

*

 

 

 

 

 

그 무렵 수면 아래에서 또 하나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기계들이 아닌, 인간 레벨에서의 활동이었다.

 

 

범죄와의 전쟁, 한동안 잠시 멈췄던 시곗바늘이 회전을 개시하였다.

 

 

 

 

 

공격의 주체는 중앙정보국이었다.

 

 

중앙정보국 소속의 일류 제압 요원, 탐색자, 탐정, 스파이들 수천 명이 대거 움직임을 선보였다.

 

 

 

 

 

범죄 조직의 주요 아지트들은 기습에 휘말려 속수무책으로 몰락했다.

 

 

도망치려던 이들도 경찰력의 원조를 받은 조직원들에게 빠짐없이 체포되었다.

 

 

다수의 테러리스트들이 치열하게 저항하던 중 사살되었다.

 

 

관계자들의 다수가 줄줄이 체포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직원 및 연루자들의 비밀을 술술 불었다.

 

 

 

 

 

폭력적인 대립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민간인으로 위장하여 깊이 숨어 있던 자들, 사회 지도층 속에 숨은 지능형 범죄자들, 국가 전복 범죄에 가담한 사상범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체포되었다.

 

 

그간 수년에 걸친 빌드업을 하며 증거를 모으던 탐정들과 요원들은 때가 충분히 무르익었다는 판단이 서자 지체없이 국가 공권력이 먹이를 사냥하도록 미끼를 던져주었다.

 

 

일체의 오차, 오판도 없이 유죄한 자들만을 향한 정밀 타격이 이뤄졌다.

 

 

 

 

 

지난 20년 간의 범죄와의 싸움이 주로 수비전의 성향을 띠었다면, 이번 싸움에서는 철저히 중앙정보국 쪽이 공격수의 노릇을 맡았다.

 

 

이터널클렌징 사건 이후로 범죄 세계는 타르타로스로부터 나온 트라우마로 인해 일종의 마비 상태가 되었고 근 1년간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차였다.

 

 

하지만 은닉하며 몸을 사리고 있었다는 점이 면죄부는 될 수 없었다.

 

 

1년 간 중앙정보국 쪽에서 상대편에 화해의 제스쳐를 취하는 척 하며 휴지기를 가졌던 것은 최대한의 정보를 모아 일제 공습을 가할 기회를 얻기 위함이었다.

 

 

그 기점이 이른 것이 지금이이었으니, 이제 옛 업보에 대한 청산을 위해 범죄에 가담한 모두를 심판할 때가 도래했다.

 

 

 

 

 

작전은 비밀스럽게 이뤄졌고 언론 노출은 최소화되었다.

 

 

곧 몇 주 안에 드러나 세상이 조금 떠들썩해지긴 하겠지만, 아직은 엠바고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는 이번 범죄 토벌 프로젝트가 단순한 치안 강화와는 다른 목적을 띠었기 때문이었다.

 

 

 

 

 

“아랫 단계에서부터 시작해서 위로 올라간다.”

 

 

 

 

 

마크 맥라렌 요원과 그와 동격의 지휘관들은 몇 달 간 구축한 청사진을 차분하게 점검하며 작전 수행 현황을 모니터링하였다.

 

 

그들은 긴밀하고 기민하게 정보를 교류하며 분 단위로 급박히 변화하는 상황들에 민첩히 대응하였다.

 

 

 

 

 

“촉수들을 끝자락부터 시작해서 가지치기 해나간다면 곧 몸통에 도달하겠지.”

 

 

 

 

 

마크도 정말 ‘몸통’이 존재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다만, 그가 모시는 상관께서는 거의 확정적으로 믿는 듯했다.

 

 

 

 

 

‘어차피 그분의 계획대로 흘러갈 거다.’

 

 

 

 

 

지극히 이성적이고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추리력의, 탐정 중 탐정이자 지휘관 중의 지휘관이시니 그가 오판을 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찜하기 첫회 책갈피 목록보기

작가의 말

.
이전회

113회 [2부] 34화. Watcher (1)
등록일 2025-04-09 | 조회수 28

이전회

이전회가 없습니다

다음회

115회 [2부] 36화. 동맹 (1)
등록일 2025-04-14 | 조회수 21

다음회

다음회가 없습니다

회차평점 (0) 점수와 평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단, 광고및도배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