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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15회 [2부] 36화. 동맹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4.14 | 회차평점 0 0

 

 

 

관측자들이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당긴 대상자는 가디언엔젤 및 파트너들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물론 인간을 신뢰하기란 그들로서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파트너십이라는 특별 기전을 통해 선악의 테스트를 통과한 가디언엔젤 파트너들이야 최소한의 검증이 된 셈이지만, 나머지 인간은 믿을 근거가 부족하다. 이는 세간에서 선하다고 평가를 받는 인물들, 성품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한 이들, 심지어 훌륭한 신앙심의 기독교인이라고 알려진 이들조차도 예외가 없었다.

 

 

알렉시스와의 간접 연계가 가능한 워쳐들은 자연히 타인을 판단하는 일에 있어서도 알렉시스의 높고 까다로운 기준에 동기화되었다. 대신 알렉시스는 인간이라서 이성을 넘어선 정과 유대감을 통해 타인을 믿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워쳐들은 그런 요소는 없이 까다로움의 수준만 높았다.

 

 

그런 그들이기에 어떤 인간이든 ‘배신자’ 내지는 ‘배신자의 영향을 받은, 떼가 탄 무리’일 수 있음을 잘 알았다. 가장 훌륭하다는 사람마저도 저도 모르는 사이에 미혹당할 수 있는 것이 세상이다. 어쩌면 이 세상 속에는 자신이 음흉한 무리의 손아귀에서 꼭두각시로 놀아나는 줄도 모른채 자신이 결백하다고 믿는 자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심각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긴 하나 기독교계 내에서도 그런 경우가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입장에서 믿을 만한 다른 기준이 하나 있긴 했다. 바로 언약의 속박력에 일정 부분 묶인 자들이었다.

 

 

알렉시스 본인이 직접 첨가한 언약 세부 조항, 곧 브리튼 황실의 후계자는 자신의 형제들을 수호한다는 계약. 그 조약은 단순히 의무 수행자의 의지에만 강제력을 발하는 힘이 아니다. 수혜자들의 생각과 사상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다.

 

 

이런 정보를 알렉시스의 경험적 지식을 통해 인계받은 워쳐들은 당장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협조자들이 누구인지 손쉽게 계산해냈다. 이번 세대의 알렉시스와 같은 항렬을 갖는 황실의 후손들 중 브라이틀란트의 성을 소유한 인간들, 그 중에서도 특히 황제의 피를 직접 이은 이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먼저 워쳐들이 찾아간 황자는 세르빈이었다. 그들은 커버넌트 그룹의 내부 직원으로서, 혹은 회사 관계자로서 접근했다. 그도 처음에는 속으로 놀랐다. 워낙에 거대한 규모의 회사이다 보니 최상위 임원진인 세르빈조차도 그룹 속에 인외의 인격체들이 이렇게 다수 심겨진 줄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형이 흥미로운 것들을 마련해두었군.”

 

 

워쳐들은 먼저 세르빈에게 엄중한 경고를 세워두었다.

 

 

{우리의 존재에 관해서는 비밀을 엄수해주셔야 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당신이 신뢰하는 인간에게조차도 발설하지 않기를 권고합니다. 부하들에게도, 친구에게도, 연인에게도. 우리와 더불어 같이 모의를 나누기로 한 직계 황족, 그들 무리 안에서만 정보를 공유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기계 주제에 인간에게 제안하기에는 대단히 발칙하고 주제 넘는 요구였으나 사업 감각이 극도로 영민한 세르빈은 그 의미를 깨닫고 수긍했다. 더욱이 그는 이들이 제안하려는 바에 대해 어느 정도 짚이는 바가 있었다. 당장 그 자신부터가 워쳐들의 표적이 된 대상들과 아예 무관하지는 않았다.

 

 

“너희가 감시하려는 대상, 역시나 ‘그들’이겠지?”

 

 

{당신의 추측이 옳을 것입니다.}

 

 

“역시 형은 처음부터 그들을 방정식 속 변수로 고려하고 있었던 것이군.”

 

 

세르빈은 애초에 기대하고 있었던 것인지 그리 놀라는 투를 보이지 않았다.

 

 

“알겠다. 너희와 비밀리에 협력하도록 하지. 내가 도울 일은 무엇인가?”

 

 

{그룹 내의 위험인자 색출, 그리고 그들의 일망타진을 위한 포석 마련입니다.}

 

 

{우리의 감시 데이터를 당신과 공유하겠습니다. 우리는 인공지능, 그렇기에 막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축적할 수는 있으나, 완전한 인성을 갖추지 못했기에 그것을 처리할 최종 권한은 없습니다. 인간의 직감과 점검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와의 정보 교류를 통해 그룹 내에 심겨진 트로이 목마를 대한 최대한 낱낱이 파악해두시길 바랍니다. 그들을 이차적으로 점검한 뒤 목줄과 함정을 걸어두는 것이 당신의 역할입니다.}

 

 

워쳐들은 신뢰의 표시로서 자신들이 축적한 데이터베이스 중 일부를 몰래 건네주었다. 그 가치를 단박에 감지한 세르빈의 눈가는 묘한 기대감과 흥미로 꿈틀거렸다. 평소에도 정치 싸움을 자주 해보았던 그였으나 이번 건은 스케일이 확실히 달랐다.

 

 

“원죄라, 재미있게 돌아가는 군.”

 

 

회사 내 정적들의 비리 목록을 파헤치고 축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게임이 아닌가.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었다.

 

 

“좋아. 그러면 너희와의 연락망을 구축하도록 하지.”

 

 

하나의 협정이 이렇게 체결되었다.

 

 

 

 

 

이후 곧바로 세르빈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워쳐들과의 협정을 맺은 유타와 비밀 만남을 가졌다. 피차 좋아하는 사이는 아니었으나 현재로서 이 중대한 이슈를 안심하고 논할 만한 다른 이가 없었다. 두 사람은 안락의자에 앉아서 체스판의 말들을 만지작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그쪽도 공지사항 전달 받았지?”

 

 

세르빈이 먼저 동갑내기 형제에게 운을 뗐다.

 

 

“황가의 숙적들에 대한 이야기?”

 

 

“그래. 뭐, 과거의 숙적들이었다고 표현하는 편이 낫겠군.”

 

 

“솔직히 말해서 난 관측자들에게서 증언을 듣기 전까지는 그런 무리의 존재를 믿지 못했어. 어렴풋이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의심만 하고 있었는데, 실체를 직면하니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더군.”

 

 

준수한 흑발의 청년 유타는 어깨를 살짝 으쓱이며 쓴 웃음을 머금었다. 사실 알렉시스도 사촌 출신인 유타나 엘리어트에게는 ‘그자들’에 대한 정보를 면밀히 공유한 적이 없었다. 지금껏 그 정보는 형제들 내부에서도 핵심 그룹인, 황후의 일곱 아이들에게만 허락되었었다. 지금은 결정적인 시기인만큼 언약 조항 안에 포함된 형제들 모두를 끌어들인 모양이지만.

 

 

‘이슬람과 공산주의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난 적들을 사냥할 때와는 달리, 철저히 신뢰할 만한 이들과만 동업할 수 있는 사냥이라 이건가?’

 

 

여하튼 현재 세르빈과 유타가 부탁 받은 역할은 거의 비슷했다. 관측자들을 도와 커버넌트 그룹 내부 및 그 하청 기업들의 내부에서 적 가담자, 동맹자, 관계인들을 색출하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올가미를 씌우고 결정적인 순간에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속박하는 것. 기업 내 정쟁에 능통한 둘에게는 이보다 더 익숙한 일은 드물었다.

 

 

 

 

 

“머잖아 형은 자신이 일군 기업을 잘게 나눌 생각인 모양이야. 그렇지?”

 

 

“뭐, 아무래도 확실히 그런 분위기지.”

 

 

최근 알렉시스는 두 형제에게 자회사를 자율적으로 경영할 권한들을 상당량 양도하였다. 더는 그룹 사령부의 중앙집권적 통제에 얽매일 필요가 없도록. 이는 혈육들에게만 허락된 특권은 아니었다. 알렉시스의 방침은 커버넌트 그룹 내의 상당수의 자회사들을 자유로이 움직이도록 풀어주려는 방향으로 회선하였다. 적어도 내년 이맘 때쯤이면 그룹 내에서 상당한 수의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분리되어 자유 시장 속으로 던져질 예정으로 보였다.

 

 

이러한 개혁은 사실 오래 전부터 계산된 부분이었고 창업 당시부터 알렉시스의 큰 청사진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었다.

 

 

정치적 기반을 확실히 다지기 이전까지는 세계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 경제력과 기술력이 필요했으니, 기업이라는 도구를 구축해야 했다. 다만, 상대해야 할 적들인 이슬람, 공산주의, 신 혁명주의, 역사의 왼쪽 날개 등이 워낙에 뿌리 깊은 거대 세력이다보니 적당한 규모의 힘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알렉시스는 일부러 목표를 크게 잡았다. 그저 그런 ‘거대 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이 아니라, 아예 어느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세계 유일의 ‘극초거대기업’을 완성해나갔다. 무려 세계 전체의 GDP의 95% 이상을 감당할 정도로.

 

 

그러나 브리튼 제국이 추구하는 경제 모델은 엄연히 자유 시장 경제. 그러므로 커버넌트 그룹 같은 비정상적인 ‘극초거대기업’이 세계 경제와 산업을 독점적으로 이끄는 시스템은 장기간 운영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적당히 주요 개혁을 이룬 뒤에는 다시 정상화될 필요가 있었다.

 

 

더욱이 알렉시스가 실질적인 황제로 즉위한 뒤로는 경제 지배자의 역할까지 함께 떠안을 수 없는 노릇이다. 비록 순수한 지혜와 정정당당한 실력만으로 일군 그룹이라기는 하지만, 경제와 정치 두 힘을 함께 쥔 순간 그는 지나치게 부패하기 쉬운 비대한 권능을 손아귀에 쥐게 된다. 이를 잘 알기에 알렉시스도 즉위식이 더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커버넌트 그룹을 고르게 나누어 건전한 경쟁 질서 속에 재배치해둘 생각이었다.

 

 

허나 그 구조 조정을 이루기 전에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었다. 바로 커버넌트 그룹 내부에 포함된 가라지들의 포획과 일망타진이었다. 이런 일을 안심하고 맡기기에는 형제이자 유능한 임원인 세르빈과 유타만한 부하가 없었다.

 

 

“형이 일부러 자기 신념을 잠시 유보하고 과식형 거대 포식 기업을 구축한 데에는 사냥감들을 쉽게 감시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세르빈의 제기한 의견에 유타는 수긍의 고갯짓을 하였다.

 

 

“역시 그런 건가. 하긴 적들이 자유로운 경쟁 필드에 드문 드문 흩어져 있다면 일일이 수색하는 데 어려움이 컸겠지. 하지만 세계 전체의 산업, 경제, 금융을 모조리 한 기업이 집어삼킨다면?”

 

 

“야망과 욕심을 가진 자들이라면 제 발로 뱃속으로 침투해 오겠지.”

 

 

유타와 세르빈의 말대로였다. 거의 모든 기업을 정정당당히 경쟁에서 꺾고, 그들 대부분을 흡수하고 인수하는 과정에서 황태자의 기업은 이미 주요 직원과 인재들의 대다수를 자신 안에 포용한 상태였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질서 속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흐름이었다.

 

 

유력한 힘을 얻어 지평을 넓힌 집단은 더욱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고 사람들은 가능성을 보고 더 큰 곳으로 몰려들었다. 여기에는 직원들 뿐 아니라 임원급의 인사들도 포함되었다. 십수 년간의 인수 과정에서 많은 기업인들이 커버넌트 그룹으로 소속을 옮겼다.

 

 

알렉시스는 자신이 모아들인 그 숱한 인재들 가운데 황가의 ‘적진’에 연루된 자들의 대부분이 포함되었으리라고 확신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의 예측은 옳았다. 이제 황태자는 멀리서 힘들게 감시할 필요 없이 그저 자신의 가두리 어장 안에서 위험인자들을 검출하면 되는 입장이었다.

 

 

고로 알렉시스가 기업을 분해하여 자유시장 질서의 재구축을 꾀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는 음지의 적군들과의 첩보전이 더 오래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의 방증이었다. 그는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은 채 워쳐들과 가디언엔젤들, 그리고 형제들의 자발적인 협력이 그 흐름을 완성해주리라고 기대하는 듯했다.

 

 

 

 

 

질투심이 많은 왕자님인 세르빈은 형의 신용을 남에게 빼앗기거나 남과 나누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자였다. 또한 유타는 존경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갈증으로 가득 찬 나머지, 희생과 헌신으로 자신을 혹사시키기를 거리끼지 않는 성격이었다. 고로 둘은 서로를 향해 시기와 경쟁심을 불태우기에 딱 알맞은 성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같은 일에서는 그런대로 두 사람의 죽이 잘 맞았다. 황실의 오랜 원수들을 제거하는 일에서 오는 깊은 기쁨과 보람이 아니라면 어찌 이 두 남자가 온전히 한 마음이 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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