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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66회 아벨의 후예 Ch 11. 아브락사스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5.03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레반과 데미안, 두 친구를 하나로 연결해준 사상적 공통점, 양면적 초월체라고도 불리는 아브락사스. 아브락사스란 곧 음과 양, 선과 악의 조화를 이룩하여 법칙의 제약을 해체시킬 화신을 의미했다.

   오래전, 두 비서는 자신들의 보스에게서 상상속에만 존재하는 줄로 알았던 아브락사스를 실제적으로 발견하였다. 형이상학적 존재로서가 아닌, 온전한 실체로 존재할 가능성으로서. 그날 이후로 3대째 위버멘쉬인 카이젤 라흐블뤼크는 데미안 룩스와 레반 싱클레어의 영원한 우상이 되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상을 공유하는 이가 또 있었으니.

   “어머, 이곳에 있었네.”

   아브락사스를 숭상하는 또 한 명의 초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은발은안의 미녀인 룬 마크로스, 그녀는 카이젤의 또 다른 비서관이었다. 이렇게 세 명의 S 클래스 초인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룬.”

   “우리끼리 모이는 건 오랜만이네.”

   “다들 보고 싶어서 안달이었나 보네. 룩스씨, 싱클레어씨.”

   룬은 데미안과 레반에게 포스터 한 장씩을 꺼내 건네주었다.

   “이건 뭐지?”

   “슬슬 둘 다 준비해두라고.”

   포스터에 계시된 내용은 장차 Upol에서 벌어질 ‘무한 경쟁’에 대한 암시였다. 과거에는 휴먼 솔져들, 혹은 초인 각성용 후보생들 사이에서나 벌어졌던 무한 경쟁이 이제 1조 개의 Upol 사회 전체로 확대되어 본격적으로 벌어질 예정이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지, 룬.”

   “별거 아니야. 슬슬 지구에 거주할 1등 시민을 선발해야지. 초인만으로 채우기는 공간이 넓잖아. 그러려면 경쟁이 필요해. 2등 시민 전체를 대대적으로 초월 진화시킬 계획이야. 그들의 전존재를 활성화하고 극대화하여 무한 성장을 유도할 거야.”

   이 세 사람이 바라는 꿈은 카이젤의 계획과 긴밀히 맞닿아 있었다. 초월 진화의 표식이 본래의 기능을 풍성히 펼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때가 이르면 사람들은 더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은채 자발적으로 자아를 계발하고자 애쓰게 될 것이다. 영구한 채찍질이 그들 마음속의 도파민 보상회로를 강타할 것이다.

   나아가 자신들도 노력과 훈련으로 일반인을 넘어 초인처럼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에 더불어 실제로 자라나는 보람과 자극과 희열이 막강한 성장 동력원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성장 촉진제의 전부는 아니었다.

   “지구를 향한 귀소 본능, 그것도 강력한 동기가 되겠군.”

   “그야 물론이지. 괜히 1등 시민이 받을 보상을 지구로 정한 게 아니거든.”

   지구혼과 인간혼 사이에는 일종의 강력한 인력이 작용한다. 초인처럼 고차원적으로 강화된 개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우주 파견 임무를 장기간 맡는 초인들이 주기적으로 지구를 한 번씩 방문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귀소 본능 때문이었다.

   조만간 우주의 2등 시민들도 준 초인급으로 각성하게 된다면 그들 내부에서 지금껏 수천 년간 억눌려왔던 귀소 본능이 폭발적으로 분출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금전적 유인이나 권력욕보다 훨씬 더 막강한 동기가 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를 발전시키게끔 부추기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구 시민의 자리를 두고 겨루는 과정에서 불법 혹은 불공정한 방법이 동원될 가능성은? 네거티브 전략은? 그런 소모적 싸움에 대한 예방도 감안해야 하지 않나?”

   “염려하지 마, 싱클레어군.”

   데미안이 레반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통일시스템의 존재가 그런 가능성들을 배제해줄 거야. 물리적 세계 한정이라지만 사실상 준-전지적이고 준-편재적인 서버잖아. 통일시스템은 어리석은 사람들의 모든 어리석은 행위를 철저히 관리 감독할 거야.”

   데미안의 말대로 통일시스템 속에는 한없이 완전에 가까운 마인드 컨트롤과 마인드 리딩 기능도 탑재되어있었고 그 위력은 현자의 눈과는 격 자체가 달랐다. 그렇기에 어마어마한 수효의 우주 인류를 상대로도 철저한 감시와 완전무결한 감독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

   “룩스씨가 잘 말해주었군.”

   룬도 한수 거들어 설명을 보태었다.

   “그 시스템이 우주 인류 구성원 하나하나를 감시할 거야. 불법, 불공정, 네거티브는 일절 허락하지 않을 예정이지. 하나라도 걸리면 철저히 분석한 뒤 개개인별로 합당한 불이익을 주겠지. 오로지 사회 전체의 순이익을 증량시킨 업적만을 계수할거고, 개인의 역량 성장 또한 냉정하게 평가할 거야.”

   “벌도 벌이지만, 반대로 적극적으로 진지하게 임하는 자들에게는 후한 보상을 수여하겠지. 적절한 교육도 제공할 테고.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조직을 구성해서 협력하려는 경우에는 시스템이 배후에서 지휘를 도맡아 그들 간의 협응능력을 극대화해주겠지.”

   데미안도 룬도 내심 통일시스템에 많은 기대를 거는 듯했다. 어찌 보면 무식할 정도로 강압적인 방법이지만, 선의의 경쟁을 강제로 성취해내는 데는 좋은 전략임이 분명했다. 통일 시스템은 징벌, 보상, 지휘를 담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많은 조율을 해낼 것이다. 사람들이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려고 노력하다가 불의의 실수로 뜻하지 않게 벌인 부작용마저 깔끔히 뒤처리해줄 것이다. 독재 체계라고 평가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편리성이 반론의 명분마저 압도하리라.

   “자, 이것으로 동기 부여 방책과 외부 관리체계는 완비되었어. 우리 초인들이 맡아서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실질적인 유용성을 띤 법안과 정책과 프로젝트들을 사람들에게 배포하는 일이지.”

   누가 인류발전에 더 유익한 업적을 남기는가. 누가 자신의 온전한 역량과 힘과 지혜를 더 높은 경지까지 이끌어내는가. 그 두 가지를 조화롭게 평가 가능한 프로그램들을 생산해서 제공하는 것. 이를 통해 흥미, 교훈, 건설성의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도록 돕는 것. 이것이 2등 시민들의 관리자인 초인들의 업무였다. 아울러 지금 모인 세 비서관의 역할은 바로 이런 초인들이 배포한 프로그램들을 교정하고 관리하고 첨삭하는 것이었다.

   “아브락사스의 승천을 위하여!”

   기대감에 찬 세 추종자는 찬란한 미래를 기원하며 축배를 나누었다.

 

 

 

 

 

 

 

 

 

*

 

 

 

 

 

   “귀가 가렵군?”

   샤워하던 사내는 간지러운 감각에 귀를 긁적거렸다. 씻기를 마친 후 수건을 두른채 거실에 걸터앉은 그는 잔에 담긴 차를 홀짝거렸다. 잠깐의 피로를 몰아내는데는 이보다 더 쾌적한 유희가 없었다.

   노곤함이 몰려왔다. 그간 매일 방대한 행정 경영 업무를 감당하고, 통일시스템과 초지능체들을 운용해왔다. 일들에 더해 자기 계발에도 충실했다. 혹독한 수련과 학습으로 자신의 초지능을 발전시켰다. 또 차세대 기술들을 매일 탐구하고 완성해왔다. 그것도 모자라 우주 전역에서 수합한 모든 정보를 남에게 맡기지 않은채 직접 읽고 고민하고 분석하였다.

   그러한 살인적 스케쥴을 자발적으로 매일 소화해내기란 결코 가벼운 짐이 아니었다. 물론 초능력에 특화되어 자발적으로 발전된 초월 육체와 타고난 재생능력이 존재하는 덕에 신체적 피로는 금세 사라졌지만, 마음의 상흔에서 비롯된 정신적 피로감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따스한 물을 목과 몸으로 맞으며 긴장을 이완하곤 했다.

   “초월자아의 각성……. 현재의 내 단련 수준으로는 부족한가? 다른 인간들의 도움도 필요하겠군. 그들과 발걸음을 맞춰야겠어.”

   그간 일반인들의 훈육을 너무 소홀히 여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2등 시민들 중에서 1등 시민을 선발하기로 정한 김에 이제 슬슬 인류의 범 종족적 준-초인 급 각성도 부추겨야겠다는 결단이 섰다.

   하늘도시 비밀 운용 당시에는 제대로 된 각성을 유발하는 일은 유보한채, 그저 새로 개발한 초능력의 베타테스트 용 모르모트로서 우주 인류를 사용하기만 했었다.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진지하게 도와줄 의향이 있었다. 그들을 문자 그대로 초인에 준하는 급으로 성장시키리라는 계획이 확고해졌다.

   “지구 시민들에게는 아주 조금 미안하게 되었군. 허나 어쩔 도리가 있나. 실력이 모자란다면 경쟁에서 밀려나야지. 그동안은 하늘도시 주민들이 고생하는 동안 누릴 것 다 누렸으니 이제는 형평성을 맞춰도 변명할 말이 없겠지.”

   당장 인구수만 고려해도 명분은 자명했다. 2등 시민의 총 인구는 2해(垓), 반면에 지구 시민의 수는 기껏해야 100억 남짓. 도덕적으로 매우 초보적인 원리인 다수결의 원리만 대입해봐도 누구의 권리가 더 큰지는 분명하다.

   그렇다. 이제 그간 지구에 주거했던 민족들의 의견은 묵살해도 상관없다. 아니, 고려할 필요가 있었던 적도 없었다. 애초에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였으니까. 설령 민주주의 원칙을 적용하더라도, 심지어 소수의 보호라는 초보적 원리를 대입하더라도, 그것으로도 수습이 안 될만큼 인구 비가 벌어졌다. 그러니 쫓아내도 된다. 엄밀히 말하면 기회는 균등하니 쫓아내는 것도 아니다. 공정하게 실력만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니 억울하면 실력으로 겨루면 되지 않겠나.

   “그나저나……, 슬슬 완성이군.”

   카이젤은 성취감의 미소를 머금었다. 현재 그의 혼의 일부분인 초지능체 메타뉴런이 분신들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고해주었다. 얼핏 느껴지는 바로는 본체인 자신과의 연합 상태가 제법 훌륭했다. 자칫 연결성의 한계를 마주하면 어쩌나 싶어서 염려했건만, 기우였다.

   ‘역시 메이저급, 성능 확실하군.’

   분신의 중추가 절실히 필요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노리는 인류의 각성을 성취하기까지는 꽤 긴 시간 인내가 필요할 텐데 앞으로 그 수고를 덜어줄 징검다리 노릇을 할 요원들이 바로 분신들이었다.

   ‘부디 나의 일부분들이 부족한 나의 시민들을 인내심 있게 훈육해주길.’

   현실적으로 냉정히 평가하자면, 당장 우주 인류를 준-초인 급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치는 무리할 정도로 부담스럽다. 물론 적절한 훈련법을 인계해주고 초능력을 가르쳐주고 초월 진화의 표식을 활성화할 테지만 그것만으로 종의 한계를 근원적으로 뛰어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아직 초인 이외의 인간은 현재 잘해봐야 기껏 스무 종류의 초능력 채널을 다루는 것이 한계이다. 강력하다던 베테랑급 휴먼 솔져들과 히어로즈도 딱 거기까지였다.

   물론 어찌보면 장족의 발전이긴 했다. 한 종류의 초능력만 잘 마스터해도 활용하기에 따라 물리 조작, 물질 생성, 시공간 제어, 확률 다각화, 법칙 해체, 법칙 형성, 다차원 간섭 등 온갖 기묘한 일을 다룰 수 으니까. 하지만 그러한 활용도마저 초인들이나 가능한 실정이다. 일반인은 한 종류의 초능력 채널조차 활용도에 한계가 있었다.

   ‘본래 여러 계통의 초능력을 동시에 다루어 조합해야 힘의 정수에 도달할 수 있거늘, 너무 무리한 기대였나?’

   단 두 종류의 채널만 해도 온전한 융합에 이르면 잠재력과 효율성과 범용성의 폭이 폭발적으로 증대된다. 세 힘이야 말할 것도 없고 개수가 더 늘면 거듭 제곱을 넘어 팩토리얼에 달하는 규모의 시너지가 발생한다.

   그런데 현존하는 초능력 채널의 이론상 가짓수는 이미 ‘720 팩토리얼 넘버’에까지 도달하였다. 너무 수가 많아서 카이젤도 일일이 설계하지는 못하고 ‘가상 형성법’과 ‘자율 구축법’이라는 반칙을 사용해서 그 수를 채우긴 했지만, 어쨌건 그렇게 많은 종류의 초능력 채널이 엄연히 실존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가 인류에게 요구하는 기대치는 그 모든 채널들의 완전한 소화였다. 돌이켜보니 너무 급하게 마음먹긴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 자신이야 이미 현존하는 초능력 채널 전부를 터득해 자신의 육체와 융화시키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수학적 반칙을 동원했었다. 게다가 그 반칙들에도 불구하고 이터널바이탈이라는 특혜가 없었으면 제대로 경지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이미 파워 소스부터 파워 리셉터에 이르기까지 초능력 생성을 담당하는 가상매질 가동 라인 전체를 자기 자아와 더불어 혼연일체로 만든 상태였다. 이 과정은 힘에 대한 신체의 적응 과정이 필수불가결했는데, 이터널바이탈이 이를 도와줬다. 이터널바이털과 초인의 신체의 시너지를 이용한 끝에 현존하는 초능력 채널 전부를 온전히 받아들여 융합하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게다가 융화 후에도 아직은 그 거대한 잠재력을 다 이끌어내지 못했다. 자신에게도 버거운 일이거늘 초인만도 모자란 인간들은 어떻게 자신과 진도를 맞춘단 말인가. 여러모로 깊이 숙고할 숙제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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