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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69회 아벨의 후예 Ch 12. 실험체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5.09 | 회차평점 0 0

 

 

 

 

 

 

Chapter 12. 실험체

 

 

 

 

 

 

 

   일 년 같이 길게 느껴지는 사흘이 지나 마침내 결정의 순간이 다가왔다. 재현과 지현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을 고백했다. 지난 사흘 동안, 그들은 난생처음으로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걸고 삶의 가치를 저울질 해보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매듭지은 결과, 그들은 이같이 결정하였다.

   “저는 주님이 명하신대로 목사님을 도와 동행하겠습니다.”

   “제 결심도 같습니다.”

   두 청년이 차례차례 대답했다. 리온은 내심 속으로 크게 놀랐다. 두 사람의 표정에 깃든 결의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짧은 며칠 새 일련의 심경의 변화라도 생겼던 건가? 미안한 마음을 무릅쓰고 다소 냉담하게 몰아붙였건만, 쉽게 포기하고 주저할 줄 알았건만, 둘은 보란 듯이 예상을 벗어났다. 강윤혁만큼의 의외성을 갖춘 사람은 더는 보지 못할 줄 알았건만 그 평가를 수정해야 하는 것일까?

   ‘이 민족은 뭐랄까……, 매번 나를 여러모로 놀라게 하는군.’

   리온은 저도 모르게 윤혁이 소속된 민족을 향해 다양한 의미로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유대인들이 탁월한 두뇌를 기반으로 시대를 뒤엎는 천재들을 낳았다면, 저 민족은 생각지도 못한 유형의 독특한 인물들을 낳는 구나. 이게 단순한 우연의 일치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투명한 직감이 들었다.

   ‘게다가 초인의 육신적 형제인 사람이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난 것도 모자라 인류 시스템의 방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복음 전선에 뛰어들다니…….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씩이나?’

   기대감과 함께 섭리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다. 물론 이 자리는 말로만 떠들어대는 자리는 아니었다. 증빙은 삶과 행동으로, 앞으로 낳을 모든 수고의 열매로만 이뤄질 수 있었다. 리온은 두 사람의 약속을 경청하였다.

   “저희 둘 모두 결정했습니다. 저희 개인 소유의 재산을 환원하여 종교개혁 임무에 필요한 자금에 지원하기로 말입니다.”

   꼿꼿하고 반듯한 자세로 앉아있던 지현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과감해보이는 선언이었으나 한 치의 장난도 깃들지 않은, 아주 덤덤하고 진지한 고백이었다. 재현도 옆에서 끄덕거렸다.

   “진심입니까?”

   리온의 질문에 재현이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해야 저희가 재산 같은 걸림돌에 연연하지 않고 앞만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요. 만약 소유물이 방해가 된다면 치워버리면 그만입니다.”

   재현의 진지함도 지현 못지 않아보였다. 사실 그는 지난 몇 년을 실험체로 살아왔었다. 그런 처지도 처해보았기에 재산 문제에 그다지 심각한 미련을 둘 이유야 없었다. 지금이야 다시 풍요롭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그 시절처럼 어려움을 겪어보라면 다시 못 겪을 이유도 없었다. 게다가 물질이야 필요할 때만 주님이 채워주시면 그만이니까.

리온은 점검 차원에서 한 번 더 공지를 주었다.

   “생명에 유착된 자본 포인트, 그 경제시스템의 재생력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있다면 그 기대조차도 치우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최악의 경우, 우리가 경제 시스템 안에 온전히 남아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솔직히 이것은 약간의 과장을 섞은 겁주기 식 경고였다. 윤혁의 말에 의하면 그 시스템은 에드레이 테일란드의 안배와 아이디어가 기초가 되어 완성된 것이기 때문에 제아무리 카이젤과 그 동료들이 만들었다고 해도 맘대로 뒤집어 엎는 일은 극도로 어렵다.

   게다가 현 경제시스템은 생명 유착형 자본이기에 처음부터 아예 갈아엎지 않는 이상 이미 포함된 인간을 빼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도적으로 처음부터 물갈이 할 수야 있겠지만 그 경우 비용도 막대하고 번거로울 테니 인류연합도 웬만해서는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다. 정말 재혁이 아예 최후의 마왕이라도 되지 않는 한, 그 전까지는 안전망이 튼튼하다고 믿어도 좋으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위험의 전례가 없는 건 또 아니었다.

   “실제로 제 친구 중 하나는 유대인이었는데, 그녀에게 들은 바로는 그녀와 그녀 동포들이 시스템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경제 시스템으로부터 버림을 당했습니다. 두 분도 그럴 상황까지 각오하셔야 합니다.”

   물론 리온의 말은 그저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라는 형식상의 첨언이었다.

   “흠, 그럴 수도 있겠네요. 상관없습니다.”

   의외로 재현은 이번에도 담담하게 응수했다.

   “어차피 최후의 날에는 전부 사라질, 부지깽이 아니겠습니까?”

   지현은 원론적이고 정석적이고 신학적으로 올바른 대답으로 응수했다. 리온은 아주 조금은 기특함을 느꼈는지 내심 피식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그는 말뿐인 다짐만으로 믿을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고생해야 할 겁니다. 다치는 일도 자주 겪을 테고요. 이리저리 도망쳐다녀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붙잡혀 실험 같은 비인도적 대우를 당할 수도. 실제로 초인 중에는 정신 나간 자들이 존재하니까요.”

   이에 지현은 그런 시련 역시 기꺼이 각오하겠노라고 선언했다. 평생 편안하게만 살다가 인생을 다 허비하면 고난을 통해 주님이 가르쳐주실 귀한 교훈을 놓치는 격 아니겠는가. 재현도 이미 신수들과 싸우면서 여러 험한 꼴을 당해왔었기에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순교에 대해서는 고민해봤습니까?”

   리온은 마지막 한 고비까지 점검해보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솔직히 막상 그 상황이 닥쳤을 때 잘하리라 장담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기꺼이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때는 성령님께 의지해야겠죠. 사도들조차도 혼자만의 능력으로는 넘지 못했던 일이었으니까요.”

   재현이 자신없이, 그러나 최선을 다해 답했다.

   “최악의 상황만을 고려하느라 머뭇거리기보다는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동행부터 실천하고 싶습니다. 작은 일에 충실해야 큰일도 충실하게 해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지금은 최악의 일에 대해서는 각오만 해두고 작은 고난들을 넘어서는 연습부터 하고 싶습니다.”

   지현도 올바르고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리온은 두 청년이 생각보다 지혜롭다는 사실을 새삼 체감했다. 특별히 유지현이라고 불리는 어린 청년 쪽이 지혜 면에서는 상당히 두드러져 보였다. 덕분에 전보다는 확실히 신뢰감이 두터워졌다.

   ‘이렇게까지 결연한 각오를 했는데 기회마저 안 주면 그릇된 일이겠지.’

   한번은 믿어주고 싶었다. 그 엣날 마가 요한을 선교 여행에 데려가느냐의 문제로 바울 사도와 바나바 사도가 다투었을 때처럼, 리온의 마음은 내적 갈등으로 양분되었다. 사흘 전에 비해서는 상당히 바나바의 마음쪽에 가깝게 기울어졌지만, 여전히 걱정은 남아있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탁월한 인재임은 분명한데…….’

   재현은 똑똑한 머리와 압도적으로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다. 자칫 초능력에 의존할 위험성이 있고 폭주의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동행자가 된다면 확실히 이단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일행을 보호해줄 히든카드가 되어줄 것이다. 지현도 나이에 비해 생각도 깊고 법학자답게 윤리성과 도덕의식도 뚜렷하다. 제법 영리하기도 하니 사역팀의 실무 처리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각오한 모습을 보니 믿음직스럽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리온은 조금 전부터 무의식중에 자신을 계속해서 긁어대며 괴롭히던 걱정거리를 입밖으로 꺼내어 명료화시켰다. 그는 나름의 용기를 내어 적나라하고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졌다.

   “주님을 위해 내려놓아야 할 것들의 목록 가운데에는 가족도 포함됩니다.”

   과연 예상대로 두 청년은 아주 잠깐 평정심을 잃고 흠칫하였다. 리온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둘의 표정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주시했다. 그는 계속해서 상대방을 평가하기 위해 압박 질문의 공세를 재개하였다.

   “내 소중한 동료이자 친우인, 강윤혁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네, 그야 물론…….”

   “윤혁이 형이 저희에게 목사님을 소개해준 분이니까요.”

   이 시점에 하필 윤혁을 예시로 든 이유는 자명했다.

   “그러면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윤혁의 가족들은 원래 거의 다 신실한 그리스도인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가족이 한 명 있습니다. 저에게 내심 표현은 안 해도 윤혁은 그를 몹시 아끼고 사랑합니다. 문제는……, 그자가 윤혁이 넘어서야 할 가장 크고 두려운 장벽이라는데 있죠.”

   그 악명에는 두 사람도 익숙했다. 애초에 그들도 비슷한 처지에 있으니까. 윤혁과 재현과 지현, 이 세 사람은 형제 중 위험인물을 갖고 있었다. 아울러 두 사람의 형제는 지금 리온에 의해 언급된 그 사람, 곧 인류연합 대표이자 윤혁의 형인 사람의 부하이기도 하다.

   “윤혁은 사랑하는 형과 영적으로 대립하는 과업도 피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우리를 도와 그의 뜻을 꺾는 데도 참여했죠. 윤혁에게 절대적인 가치, 절대적인 우선순위는 오로지 하나님과 예수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형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주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주님을 통해 체험한 거대한 사랑을 통해 형의 허물마저도 용서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모순적 역할 때문에 윤혁은 너무도 큰 갈등을 짊어져야만 했습니다. 묻겠습니다. 당신들은 그럴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리온이 던지는 질문의 무게는 막중했다.

   “아니, 두 분은 상황이 더 불리할지도 모르겠군요. 윤혁에게는 그나마 부모님이라는 지원군이 있죠. 게다가 애초에 형과는 성인이 된 뒤에야 뒤늦게 만났으니 사적인 정을 맺고 끊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겠죠. 하지만 제가 듣기로는 두 분은 조금 다른 양상에 형제 관계에 처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나마 윤혁과 카이젤은 이복형제이나, 재현과 수현, 그리고 지현과 성운은 친형제 관계이다. 즉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난 사이이다. 특히 재현과 수현의 경우에는 사실상 서로 죽고 못 살 정도 가깝다.

   더욱이 카이젤은 자기 맘대로 행동할 수 있는 최고 권력자이지만, 성운이나 수현은 상관이나 동료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다. 만약 인류연합과 종교개혁자들이 반목한다면, 성운이나 수현은 자기가 아끼는 형제가 반목에 동참하고 있는 모양새를 좋게 봐줄까? 설령 좋게 본다고 해도 동료들의 압박을 의식하는 순간, 반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만두라고 협박하는 수준으로 그치면 차라리 다행이리라. 어쩌면 사고치는 자신의 형제를 꽁꽁 묶어 지구로 송환시킬지도 모른다.

   게다가 윤혁의 가족 중에서는 형 혼자만이 불신자이지만, 재현이나 지현은 가족 중에서 혼자만 신자이지 않은가. 믿음의 지원군이 가족 안에 없다는 사실은 치명적인 불리함임이 분명했다.

   리온은 둘이 어떻게 대답할지를 기다렸다.

   이윽고 두 사람이 마음을 정했는지 용기를 내어 답변의 말문을 열었다.

 

 

 

 

 

 

 

(다음 회차에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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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자원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헌신이기에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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