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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98회 아벨의 후예 Ch 19. 첫 사랑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7.25 | 회차평점 0 0

 

 

 

 

 

 

*

 

 

 

 

 

 

   Gal-C-23 구역에 도달한 리온 일행은 우주정거장에 잠시 머무르면서 앞으로의 여행 경로를 확정짓기 위해 행정구역을 조사하였다.

   은하계 좌표는 확정되었다지만 아직 선택지의 양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많았다. 1조 개가 넘는 Upol들이 고작해야 백여 개 남짓한 은하에 몰린 마당이었다. 즉 한 은하에만 평균 100억 개의 Upol이 존재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거늘 무슨 수로 이동 행로를 결정하겠는가.

   Upol들 간의 유기적인 연결 관계까지 조사해야 최적의 순회 코스를 만들 수 있을텐데 그 정보를 조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마도 초인이라도 불가능할 것이다. 재현과 지현이 나름대로 노력해보았지만 금세 둘 다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이렇게 인간적인 수단이 막히다 보니 기대할 구석은 자연히 하나였다.

   “목사님, 혹시 하나님께서는 아직 아무런 명령을 주시지 않으셨는지요?”

   재현은 조심스럽게 리온에게 질문했다.

   “아직입니다. 계속 기도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정보 조사도 계속 병행해봅시다.”

   우주라는 사회의 크기가 너무 방대하여 공간적 향방을 정하기 어려워지자 일행은 초조함을 느꼈다. 지현은 이럴 때 탁월한 지성의 도움이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했다. 아직 시련을 통해 성장해보지 못한 그로서는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하나님보다는 세상의 지혜자나 지혜를 의지하려는 성정이 남아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뇌리에 제일 먼저 생각난 뛰어난 사람은 바로 큰형인 성운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그 사람이라면 실제로 저 방대한 세계들의 유기적 관계마저 긴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나도 참 미련하네. 큰형과 마찰을 빚을지도 모르는 마당에…….’

   자신의 모순된 내면을 발견한 지현의 입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처음에는 의로운 분노에 북받쳐서 큰형과의 의견 대립을 공공연히 드러내려 했었다. 그런데 막상 어려운 골목에 처하니 형의 도움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휘둘린다. 그게 올바른 태도일 리가 없지 않은가. 머리가 차분해지자 반성이 밀려왔다.

   ‘미련은 접어두자.’

   굳은 마음가짐으로 지현은 미리 선을 그어두었다. 그는 일이 더 복잡해지지 않도록 미리 성운에게 자신이 출정한 이유와 뜻을 선언해두기로 했다. 나중에 갑자스레 알게 된다면 분개한 성운이 죄없는 리온에게 화를 돌릴지도 모르니까. 지현은 정중한 어투로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성운이 형.

 

   안녕하세요, 형.

   일 하느라 바쁘시죠. 건강 잘 챙기시리라 믿어요. 이렇게 부득이하게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요, 당분간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할 것을 알리려는 목적이에요. 지구 교회에서 종교개혁을 목적으로 사역팀을 파견했는데 저는 목사님 말단에서 섬기는 일을 맡게 되었어요. 저희 팀은 법을 어기거나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일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아요. 선의를 품은 선량한 모임이니 혹시라도 염려를 품지 않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메시지를 남기게 되었어요.

 

   일단은 그 뒤로도 부드러운 어조로 성운을 다독이고 안심시키는 말들을 주절 주절 적어넣었다. 사역팀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님의 명령과 분명히 직결된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 선전포고도, 도움을 빌리는 말도 일절 넣지 않았다. 그저 포부만 넌지시 비쳤다. 성운이 읽고서 무슨 생각을 할지는 지현으로서는 예측할 도리가 없었다.

   한편 초조해하던 중, 마침내 리온은 분명한 응답을 받았다. 주님께서는 특정 장소로 이동해야 할 때는 계시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과연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단, 그곳에 도착한 뒤에 어떤 일을 수행해야 할지는 리온 스스로 내면의 양심적 울림, 이성적 분별력, 자유의지와 창의력, 그리고 정직한 마음에 따라 지혜롭게 판단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지금부터 향방을 정할 겁니다. 우주를 거닐며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어느 쪽으로 갈지 주님께서 저를 이끌어주시기로 했습니다. 어느 한 Upol에 정착하기 전까지만 말이죠. 당도한 후로는 세세한 일괄 지시보다는 지혜를 주시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도우실 것입니다.”

   그렇게 리온 일행은 우주정거장을 떠나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들은 우주용 대중교통을 활용해서 항성계와 항성계 사이를 이동했다. 비용은 문제가 아니었다. 재력이 넘치는 일원이 둘이나 있기도 했지만, 비영리 단체의 행로를 일일이 막을 만큼 경제적 장벽이 가혹하지는 않은 덕도 있었다. 도중에 종종 검문을 받긴 했지만, 이 역시도 부담 없이 통과했다.

   여러 행로 중 하나를 정해야 할 때면 하나님께 기도해서 답을 얻었다.

   놀랍게도 다른 행로들에서는 검문 시 막히는 일이 종종 발생했으나 기도를 통해서 계시받은 행로는 매번 아슬아슬한 간발의 차로 통과할 수 있었다. 어쩌면 검문이라는 수단을 매개로 하나님께서 그들의 선택지를 구체화해 주신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몇 번 갈림길을 거친 끝에 일행은 Upol-51,203,987,065에 당도했다.   

   “천재현씨.”

   “네, 목사님.”

   리온은 들어가기 전, 재현에게 당부를 전했다.

   “부탁이 있습니다. 천재현씨가 지닌 힘, 그러니까 유지현씨의 맏형인 유성운 회장이 심어 넣은 이능력과 그 뒤에 재현씨 몸에 깃든 초능력 조각들 말입니다. 그 힘들은 되도록 사용하지 마세요. 설령 무력 투쟁이 염려되는 상황이 닥쳐와도 일단은 하나님만 믿고 손해보는 셈 치고 뒤로 물러서세요.”

   무슨 뜻인지는 재현도 이해했다. [오른뺨을 맞거든 왼뺨도 내주어라]는 말씀대로 폭력이나 사적 복수를 지양하라는 의미겠지. 재현도 그것이 올바른 방식임은 잘 알았다. 이제까지는 신수(神獸)와 겨뤘지만, 앞으로는 같은 인간과 맞설 가능성이 높다. 같은 아담의 후예, 똑같은 하나님의 형상끼리 폭력을 주고받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하지만 정당방위가 불가피한 상황이 닥쳐온다면?’

   재현은 그 부분이 유일하게 마음에 걸렸다. 자기 혼자만이라면 황급히 달아나면 그만이나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마냥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만약에 누군가가 목사님을 죽이려 하거나 욕보이거나 그 외에 입에 담지 못할 험한 짓을 시도한다면 어떡한단 말인가.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닥쳐도 끝까지 무력을 보류할 수 있을까?

   ‘목사님을 신체적으로 보호해주는 역은 나밖에 할 수 없을텐데.’

   그러나 리온의 부탁과 권고는 분명해보였다. 마치 베드로의 정당방위마저 금지하셨던 예수님의 잡하시기 직전의 명령처럼.

   “알겠습니다. 저도 그 정도는 분별할 줄 아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저보다 연장자이신데 건방진 충고였죠? 이해 부탁드립니다.”

   “아니에요, 목사님께서 리더이시니 제가 따라야죠.”

   재현은 애써 리온을 안심시켰다. 리온은 고맙다며 정중히 답례했다. 칭찬을 들은 재현은 저도 모르게 표정이 밝아지며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누군가가 봤다면 영락없이 커다란 골든 리트리버가 주인을 반기는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

 

 

 

 

   Upol-51,203,987,065.

   그곳은 다른 Upol들처럼 전형적인 타입의 내부 구조를 지녔다. 곧 수십 겹의 구각(球殼)들이 동심 구체처럼 겹쳐진 형태였다. 각각의 껍질은 상위 차원계의 구조물과 연결되어 자원과 에너지를 무한정 제공받았다. 겉면과 안쪽 면에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도시와 자연 생태계가 놓여있었다.

   구각과 구각 사이의 공간인 ‘퍼머먼트’는 밖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광활했다. 이는 공간 조작 기술로 몇 배 이상 부피가 확장된 덕이었다. 덕분에 거대 우주선들마저 자유로이 들락날락하는 일이 가능했다. 퍼머먼트는 아공간의 그물과 연결되었고 더 나아가 상위 차원인 ‘벌크’의 공간과도 제한적으로나마 닿았다. 물론 그러한 차원들을 드나드는 과정에는 약간의 제약이 따랐지만.

   한편 퍼머먼트 내부에는 빛을 방출하는 광원과 열을 제공하는 열원이 존재하였고 그 에너지는 균등하게 배분되었다. 그래서 해와 달과 별은 없어도 낮과 밤이라는 일주기와 봄부터 겨울까지의 계절은 존재했다. 계절과 일주기를 조정하는 이 시스템은 물리적으로는 태양계 자체보다 튼튼했기에 오류나 훼손을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구각의 안쪽과 바깥쪽 양면의 표면에는 모두 땅이 존재했다. 그래서 한쪽 면에서 퍼머먼트를 가로질러 위쪽을 쳐다보면 희미하게 다른 구각의 반대쪽 면에 존재하는 땅을 볼 수 있곤 했다. 이런 하늘 위쪽 도시와 하늘 아래쪽 도시가 동시에 보이는 풍경을 우주 인류의 은어로 ‘업사이드 다운(Upside-down)’이라고 불렀다. 과거에 이 Upol이 하늘도시라고 불렸던 점을 생각해보면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리온 일행은 Upol의 문명화 수준에 경악에 가까운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리온은 지난 3년간, 하늘도시의 수준을 보아왔기에 더욱 놀랐다. 분명 과거의 하늘도시는 지구보다 뒤떨어진, 인류연합의 실험체에 가까운 곳이었다. 하지만 다시 방문한 하늘도시, 아니 Upol은 달랐다. 지금 이곳의 문명은 지구를 넘어선 듯했다. 물론 초인의 권역을 제외한 지구의 민간 세계 한정으로 비교했을 때지만, 여하튼 괄목할 변화임은 틀림 없었다.

   ‘내심 내가 저들을 얕잡아본 것인지도 모르겠네.’

   당연히 그럴 의도야 없었지만, 그래도 내심 반성은 들었다. 더 이상 지구는 선진국, 저들은 후진국이라는 선입견은 성립하지 않는다. Upol들은 이미 지구를 넘어서는 찬란한 문명을 건설했다.

   즉 이제 저들을 계몽하리라는 교만한 마음가짐을 눈곱만큼이라도 남겨둔 채로는 임무에 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번 선교 여행 때는 인류연합의 책략에 속수무책으로 이용당하는 그들을 무지한 군중으로 취급할 수 있었지만, 그때와 달리 이제는 저들의 정신적, 지식적 수준을 인정해줘야 한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지구 교회의 마음속에 남은 교만을 일시에 꺾으셨다.

   ‘왜 강재혁 대표님이 지구의 원주민을 쫓아내고 우주 인류의 우수자들을 선발해 그 자리를 채우려는지 이유를 알 것도 같네.’

   경각심이 들었다. 더는 추측이 아니다. 곧 우수한 우주 인류가 지구를 대신 차지하리라. 2천 년간 쌓인 지구의 민족들의 역사는 송두리째 삭제되고 부정되겠지. 강재혁 대표는 틀림없이 완전히 새로운 인류 역사의 장을 작성하려 할 것이다.

   차라리 그가 철저하게 실패하거나 과오라도 범했으면 맘 놓고 비판이라도 할 수 있으련만. 그가 우매하 지도자가 되어 민생을 망치거나 국가 운영을 말아먹거나 치명적인 오류를 범해 대재난을 유발했다면, 그의 어리석음을 징책하는 방식으로 꾸짖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벌어질 것 같지 않군.’

   아쉽게도 그러기에는 그가 너무도 신중했다. 재능과 역량도 탁월하고 훌륭했다. 그 재량의 끝을 도무지 가늠치 못 할 정도로. 지금 이 찬란하게 건설된 Upol들의 영광만 보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강재혁은 우주 인류를 훌륭하게 번영시켰고 거대한 부를 축적해 인류에게 남겼다. 그는 과거 공산주의와 유물론이 범했던 어리석은 실수를 일절 저지르지 않았다. 사상이나 제도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기 자신의 지혜와 역량으로 모든 한계를 극복하고 끝내 이런 성공을 거두었다.

   주님은 리온에게 이렇게 경고하셨다.

   [너는 그와 더불어 그의 방법으로 싸워 이길 생각은 하지 말거라. 사탄이 내게 상대가 안 되듯 너 또한 혼자서는 인류연합 지도자에게 상대가 안 된다. 물론 내가 너를 이기도록 해줄 수는 있겠지만, 나는 네게 그런 승리는 평생 주지 않을 생각이다. 이는 네가 우쭐하여 자만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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