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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99회 아벨의 후예 Ch 19. 첫 사랑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7.28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주께서는 과거 지구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 같은 이가 교황이나 황제에 맞서 실질적인 승리를 거두었던 전적과는 달리, 이번에는 리온이 강재혁을 상대로 대외적으로 이기는 모양새를 허락하지는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를 꺾는 것은 네 일이 아니다. 단언컨대 그가 죽기 전까지는 이승에서 그가 벌이는 사업들은 모두 형통할 것이다. 마치 내가 솔로몬의 때에 이스라엘 왕국을 처벌하지 않고 그 벌을 다음 세대로 미뤘듯 말이다.

   그를 꺾는 것은 내 일이다. 내 공의로움으로 그를 므깃도에서 처형하거나, 아니면 나의 사랑이 그의 자아를 굴복시키거나, 두 가지 중 한 가지 상황만 성립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결정할 나의 나침반 역할도 네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건 네 일이 아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리온이 토를 달 이유가 없었다.

   “윤혁의 역할이겠군요?”

   [그러하다. 다만, 그 아이가 그자를 한 명의 인격체로서 아끼며 회복시키는 역이라면 너는 지도자로서의 그자의 민낯을 꾸짖어야 한다. 단, 그의 정책적 실패나 과오를 근거로 공격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일부러 그의 제국을 형통케 하는 이유는 네가 그렇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가 설령 아무리 크고 위대한 업적을 남긴다고 해도, 인간 사회를 풍성케 하고 모든 사람에게 칭송과 사랑과 숭배를 받는다 해도, 너는 오롯이 그자가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였다는 이유 하나만을 근거로 삼아 그를 질책하거라.]

   리온은 이 말씀에 온전히 복종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속으로 이 말씀을 이렇게 이해했다. 인류연합과 정치적으로 정면 승부를 보지 말아라. 정치적 대결로 이어질 여지가 있는 행동도 일절 자제하라. 오롯이 조용히 종교개혁에만 집중해라. 그것도 자기 영광을 모두 버리고 다른 일꾼들을 돕는 방식으로만. 그러면 나머지는 주님께서 알아서 다 해결하실 것이다.

   마음이 정리되자 곧 선교의 문이 눈앞에 펼쳐졌다.

   Upol-51,203,987,065의 탁월한 점은 선진 문물과 찬란한 문명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시민 의식과 수준 역시 대단히 높았다. 마치 그리스의 시민들이 모두 철학자인 것처럼, 이곳 시민들은 하찮은 어린아이마저도 철인과 같았다.

   얼마 전 위버멘쉬의 대대적인 정책 개혁 이후로 이들은 초인들의 노예 신세에서 해방되었다. 이후 대대적인 계몽이 이루어졌고 성숙한 시민 의식이 형성되었다. 비록 인본주의적 가치관에 기초한 시민 의식이라지만, 어쨌건 사람들은 전보다 확실히 수준이 높아졌다. 지식, 지혜, 창조성, 근면함, 협응력, 자유로운 사고능력 등 모든 측면에서.

   참고로 이렇게 된 배경에는 ‘전인적 성장’을 꾀하는 한 계획이 자리하고 있었고 리온 일행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최근 이곳을 비롯해 모든 Upol의 2등 시민들 사이에서는 인간의 숨겨진 역량을 완전체로 이끌어내는 훈련이 유행하는 중이었다. 과거에 지구에서도 ‘뇌의 전 영역을 이용할 수만 있다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을지 모른다’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인간의 전인적 연합체, 곧 영과 혼과 육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실제로 그 운동은 톡톡히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전보다 더 높은 차원의 탁월한 지성을 얻었다. 재능이 날로 발전하였고 두뇌의 사람들의 연산 능력도 서서히 컴퓨터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초월적인 규모의 성장에 대하여 ‘과연 인간이 본래의 인간을 넘어 초인의 경지에 조금씩 다다르고 있다’라는 평가도 제기되었다.

   실제로 실존하는 초인이 별도의 계급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이 많지는 않겠지만, 어쨌건 이러한 평가는 부분적이나마 사실이었다. 현재 일반인들은 정말로 초인에 가까운 속성으로 변해가는 중이었다. 초월 진화의 표식을 매개체로 빌리긴 했지만, 위버멘쉬의 새 정책은 사람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데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준-초인 급 성장을 가능케 할 정도로.

   리온 일행은 도시 지역들을 돌아다니며 이러한 사회 현상들을 신속히 간파하였다. 그는 심상치 않게 이런 징조를 판단했다. 과거 선교 여행 당시에도 사람들을 초월계로 이끌겠다는 사조가 하늘도시 내에 유행하긴 했었다. 허나 허울 좋은 말뿐이지, 그때의 현상들은 어디까지나 초능력이라는 실체를 완성하기 위한 재혁과 초인들의 임상실험에 지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확연히 달랐다.

   ‘설마 이번에는 사람들을 정말로 성장시킬 작정인가? 초인에 맞먹도록?’

   리온이 분석하기에 이곳에서 유행하는 소위 ‘각성’의 근원은 자아, 곧 인간의 본질이었다. 인간 스스로 자신의 영혼으로부터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 이 자체가 사악한 행위는 아니지만 문제는 인간의 영혼이 원죄로 시커멓게 물들어있다는 점에 있었다. 자연히 자아만 추구하고 쥐어짜내다 보면 영혼의 충족은 전혀 없이 끝없는 성장욕과 야망에 매몰되어 평생 안식을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은 자명했다.

   다행히 Upol에는 그리스도인들이 매우 많았다. 인구의 3분의 1 가까이가 기독교 혹은 그 계열의 종교를 믿었고 진정으로 거듭난 사람도 대략 눈여겨보니 전 인구의 2% 이상은 되어 보였다.

   세계적으로 ‘자아 훈련을 통한 인간 각성 운동’이 유행하자 그에 대한 반발심과 거룩한 반작용으로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하나님의 개입으로 인한 일종의 자정작용이 나타났다. 성령님께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상의 지혜와는 조금 다른 방식의 지혜를 선사하셨다.

   그분께서 그렇게 하시는 목적은 간단했다. 자아 훈련을 통한 초월 각성, 그 유혹에 대한 이끌림을 조금이나마 지워주시기 위함이었다. 스스로 지혜를 갈구하려 하지 말고 내게 구하라. 지혜의 근원이 무엇인지 올바로 깨달아라. 적어도 그리스도인들만이라도 이 점에서 태도를 올바르게 교정했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그리스도인 중에서도 적잖은 이들이 성령님의 지혜로부터 혜택을 얻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자아 훈련을 통한 각성법’에 솔깃함을 느껴 기웃거렸다.

   게다가 성령의 사역에 대항하는 반작용도 존재했다. 악령들도 본격적으로 인간에게 지식과 능력을 부어주기 시작했다. 영혼육의 전인적 자아, 곧 ‘All of Self’라고 불리는 실체를 자극하는 기술이 위버멘쉬로부터 일반인에게로 전수되자 악령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 위에 양념을 곁들였다.

   결국 많은 이들이 악한 지혜를 받아서 성장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특별히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단지 다른 사람들이 거듭나거나 복음을 전파되는 것을 방해할 뿐이었다. 그러나 사역자들 입장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더 골치아팠다.

   “대대적인 정화 작업이 필요하겠어요.”

   리온은 자신이 분석하고 고찰한 이곳의 영적 실태를 동료들에게 상세히 알려주었다. 이제 리온은 이 지역의 교회와 직접 접촉해보기로 결단했다. 처음 시작은 지역 교회들과 함께하고 적응이 되면 차차 더 넓은 영역으로 나아가보기로 했다.

 

 

 

 

 

 

 

 

*

 

 

 

 

 

   Upol-51,203,987,065에 당도하기 직전, 하나님께서는 리온에게 한 가지 당부를 덧붙였다. 그것은 리온이 자신의 신분을 얼마나 드러내도 좋은지에 관한 문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분은 리온에게 지난 선교 여행에서의 활약은 일단 감춰둘 것을 지시하셨다. 대신 필요시에 그분께서 직접 그 사실을 드러내실 수도 있으니 잠잠히 기다리라고 하셨다.

   대신 그분은 현지인들에게 지구 소식을 열심히 전할 것을 명령하셨다.

   “지구 출신의 소식통이 왜 중요한지 여쭤보고자 합니다.”

   [이곳 은하계에 속한 하늘도시들은 처음 사랑을 버렸기 때문이다.]

   처음 사랑이라고? 그렇지만 이것이 지구 소식을 듣는 일과 무슨 상관일까? 리온은 더 구체적인 의미를 주님께 묻고 싶었지만, 그분의 응답은 거기서 멈췄다. 하는 수 없이 직접 부딪히면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맡아야 할 임무는 무엇일까?’

   고민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는 부딪혀보았다.

   일단 리온은 지역 교회의 리더들과 접촉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지구 교회에서 파견된 사역팀임을 알렸다. 과연 지구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이고 모여들었다. 처음에는 사기꾼은 아닌가 의심하는 성도들도 나타났지만, 리온이 차분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며 진실을 고백하자 차차 의심을 버렸다.

   흥미롭게도 지구에 대해서 짙은 호기심을 품는 것은 그리스도인들도 불신자들과 똑같았다. 이런 현상은 단순 귀소 본능 때문은 아니었다. 믿는 이들은 아무리 지구에 본능적 이끌림을 느낀다고 해도 천국을 향한 영적 귀소 본능이 땅을 향한 것보다 압도적으로 강력했기 때문에 휘둘림을 당하지 않았다.

   대신에 이들은 지구가 성지라는 이유로 인해 관심을 보였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지구의 그리스도인들이 이스라엘을 향해 성지 순례에 로망을 가지는 현상과도 일맥상통했다.

   ‘이런 점이 상당히 이점으로 작용하려나?’

   수일간, 지구의 대표로 Upol 내 지역 교회 연합 모임에 참석하였다. 초청받은 곳들에서 설교도 전하였다. 이 과정에서 리온은 주님이 말한 ‘처음 사랑’의 의미를 아주 어렴풋이는 깨달았다.

   참 다행히도 이곳 Upol-51,203,987,065은 아직 노골적인 핍박은 없었다.

   통일시스템은 표면상으로나마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주었다. 자치 정권은 교회에 우호적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공격하지도 않았다. 아직 이곳에 방문하여 영적 질서를 어지럽히는 초인도 없었다. 그나마 유일한 현실적 어려움이라면 그리스도인이기에 ‘전자아(全自我, All of self) 수련법’의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 양심상의 갈등 정도가 전부였다.

   이곳 Upol-51,203,987,065의 인구는 10억 남짓. 지구 면적의 수천 배에 달하는 다중 구각 구조체임에도 인구는 지구보다 적었으니 인구 밀도는 자연히 띄엄띄엄한 편이었다. 자연히 대형 교회보다는 작은 가정 교회나 지역 교회가 기독교의 주축을 이루었다. 이런 점은 이들이 종교적 부패를 일으킬 여지를 줄여주었다.

   이단 종교 창궐 상태도 생각보다 양호했다. 워낙 Upol-51,203,987,065의 교회들이 연합적으로 처신을 잘한 덕이었다. 물론 Upol끼리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외부에서 이단들도 많이 유입되기는 했지만, 신실한 목회자들은 이 거짓 목자들을 가차 없이 잘 쳐내었다. 수 세대에 걸쳐 축적된 경건주의 운동도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참 그리스도인에게는 누구나 진정한 성령의 열매가 맺혔기 때문에 거짓된 무리는 이를 기준으로 쉽게 들춰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비단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주 전역의 Upol들의 공통적으로 겪는 병폐였다. 바로 주님이 멀게만 느껴지는 마음의 상태였다.

   지식적으로 혹은 교리적으로 오류가 팽배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곳 교회들은 삼위일체, 믿음을 통한 은혜 구원, 성경의 완전한 영감, 그리스도의 속죄, 구원과 거룩해지는 성장과 마지막 때의 몸의 부활, 하나님의 예정과 은혜 등의 교리를 확고하게 믿었다. 또한 도덕적 무질서가 야기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곳은 여러모로 도덕성이 양호한 편이었다.

   그러나 지구와 너무 멀리 분리된 채 기나긴 세월을 지내는 바람에 신자들의 머릿속에는 성경책의 서사, 특별히 예수님의 이야기가 머나먼 관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믿긴 믿되 어느 순간부터는 동화 속의 이야기를 믿듯이 믿기 시작했다. 지구니, 이스라엘이니 예루살렘이니 도무지 현실에서 직접 볼 기회가 없으니 이게 정말로 삶과 맞닿는 역사적 진실인지 아니면 그저 덮어두고 믿도록 강요되는 교리인지 구분하기가 애매했던 것이다.

   차라리 지구와의 적극적인 교류라도 허락됐다면 나았을 것이다. 허나 지구가 인류연합 측에 의해 성지화되면서 단방향 교류 정책이 성립되었고 교류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선택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상상 속의 땅. 차츰 사람들이 생각하는 지구에 대한 환상은 성경에 기록된 역사와는 괴리가 짙어졌다.

   이렇게 눈에 명확히 보이는 역사적 증거가 부재했으니 사람들의 신앙적 실재감도 옅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게는 예수님이 살아계심을 나타내는 생생한 증거가 필요했다. 신앙이 머릿속 영역에서만 머무르지 말고 삶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성경 속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실제적인 이해가 필요했다.

   “주님께서 적절한 시기를 허락하셨구나. 루디아가 아니었다면 큰일 날뻔했어. 설마 주님께서 강재혁 대표를 그런 방식으로 옴짝달싹 못 하게 묶으실 줄이야.”

   리온은 떠나오기 전 윤혁에게서 들었던 하나님의 놀라운 사역 방식에 탄복하였다. 탁월한 섭리가 아닌가. 만약 이 상태로 지구가 통째로 갈아엎어져 제로원과 하나가 되었다면 과거의 지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옛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역사는 삭제되고 새로운 미래라는 명목으로 대체되었겠지.

   아울러 사라진 역사와 함께 성경 속의 서사도 사실상 현실 위에서 지워졌을 것이다. 당장 이스라엘이라는 땅이 사라진다면 성경이 단순 소설이 아닌 실제 역사였음을 후세의 누가 알겠는가. 우주 인류는 성경이 실제 역사임을 직면할 기회를 박탈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침 이스라엘과 유대인은 루디아의 계약 때문에 불가침의 구역이 되었다. 때마침 리온이 막 이곳에서 사역을 시작하려는,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말이다.

   이제 리온의 임무도 좁혀졌다. 사람들에게 지구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알려주는 것. 정확히는 최근 지구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이 얼마나 성경에서 예언한 종말의 모습과 잘 상응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리라. Upol-51,203,987,065의 교회들은 이미 예수님의 초림 당시 벌어진 일들은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곧 다가올 재림 예언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이해가 부족했다.

   이런 무감각을 마냥 이들 탓으로 돌릴 일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불리한 요인이 여럿 있었다.

   전면개방 시대가 열렸다고 해서 타임필드가 100% 해제됐던 것은 아니었다. 수천 년의 시간을 하루에 압축하던 원래의 압도적 압축률은 거둬졌으나, 그럼에도 완전한 해제에 이르기까지는 유보의 기간이 주어졌다. 그 전까지는 상대적으로 약한 압축률로 시간 조정이 이루어졌다. 이 프로세스는 현재까지도 일부 진행 중이었다.

   이런 이유로 전면개방 과정 전후로 Upol 내부에서는 최소한 과도기 수백 년 이상이 흘렀다. 그 수백 년 동안 온갖 외부 문물이 들어왔고 시민권이 주어졌으며 산업 혁명이나 문화 혁명 등도 이뤄졌다.

   즉 Upol-51,203,987,065의 인류는 지난 수백 년간 별다른 인류의 쇠퇴 현상을 보지 못한 채 꾸준히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영위해왔다. 그랬으니 주님께서 당장 내일이라도 오실 듯 경고하셨던 말씀이 와닿을 리가 없었다. 세상이 서서히 무너지는 광경을 봐야 종말이 실감이 날 텐데 적어도 이들의 레이더에는 그런 큰 그림이 들어올 턱이 없었던 것이다.

   “적그리스도는 ‘때와 법을 바꾼다고(단 7:25)’ 하셨지? 설마 그 ‘법’과 ‘때’라는 게 물리법칙의 조작과 시공간 조작을 말하는 것이었나? 갈수록 태산이군.”

   하긴 하루를 천년으로 압축시킨다는 발칙한 발상부터가 애당초 베드로후서에 영광스럽게 묘사된 하나님의 시간 주권을 일개 인간의 힘으로 모방하려는 오만한 계획이 아닌가. 헌데 3대째 위버멘쉬는 이미 그것을 일부나마 성사시키고 말았다. 자신을 하나님의 자리로 드높이려는 시도가 그에게서 숨쉬듯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아무리 성군이라도 이런 교만한 자리에 앉은 자가 적그리스도의 후보가 되지 않으리라는 기대는 지나치게 안일한 생각이리라.

   “윤혁, 부디 부지런히 네 형님을 잘 살피길 바란다.”

   그 친구의 역할이 상상 이상으로 무거우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이미 먼 곳에 나온 자신이 어찌 거들겠는가. 그저 마음속으로 친구의 신실한 활약을 응원하고 기대하며 리온은 자신이 맡은 일에 매진했다. 이제 이곳 교회에게 올바른 시간 감각인 하나님의 시간표를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 아울러 하나님의 역사 이정표인 지구와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전해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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