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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00회 아벨의 후예 Ch 20. 에페수스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7.30 | 회차평점 0 0

 

 

 

 

 

Chapter 20. Reformation : 에페수스

 

 

 

 

 

 

 

   이곳은 화려한 공중 정원.

   한 여인이 이곳에 좌정하고 있었다.

   푸른 빛이 감도는 찰랑거리는 은발에 고혹하면서도 감미로운 눈동자, 백옥처럼 깨끗한 피부, 그 어느 조각상보다 아름다운 몸 선. 세상의 외적인 미(美)는 죄다 끌어당겨온 듯한 장신의 미녀가 테라스 의자에 앉아 다소곳이 차를 홀짝였다.

   다도 또한 그녀의 취미 중 하나였다. 그녀는 후각과 미각의 정밀함이 탁월한지라 세상의 모든 음료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었다. 테이블 맞은편에는 찻잔 하나가 추가로 놓여 있었다. 고상하고 향긋한 풍미가 연기를 타고 솟구쳤다.

   이윽고 거칠고 우악스럽고 사나운 손길이 찻잔을 가로챘다. 손의 주인은 예의도 없이 포악하게 차를 입에 쏟아붓고는 소매로 입을 닦았다. 예절도 모르고 크흐 하고 소리를 내면서. 그 경망스러운 몰골에 미학에 예민한 성녀의 눈매가 미세히 일그러졌다. 허나 그녀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우아하게 상대를 꾸짖었다.

   “오랜만이에요, 갈트론. 아, 이제는 제7 철인왕이라고 불러야겠군요. 헌데 예전의 못된 버르장머리는 아직 잘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에요.”

   “크큭, 그러는 성녀 나으리도 잔소리하는 꼰대 성격은 여전하네.”

   회색 머리칼과 갈색의 피부, 다부진 근육질 몸매와 큰 키, 상당한 미남임에도 불구하고 가려지지 않는 불량스러운 표정과 맹수처럼 사나운 눈빛. 갈트론은 티아라와는 분위기가 사뭇 대조되는 인간이었다.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야 옛 제자이니까 애틋이 여기는 마음에서 훈계하는 거죠.”

   “제자는 무슨. 스승 대접받아서 참 좋으시겠어.”

   갈트론은 과거 막 최상위 초인으로 각성했을 무렵, 카이젤의 명령에 따라 1년간 티아라 밑에서 수련을 받았다. 워낙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니는 통에 티아라도 애를 많이 먹었다. 그녀는 그녀만의 교육 방침대로 갈트론을 혼쭐내주기 위해 사상적인 절망감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모종의 사정으로 그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긴 당신은 내가 기억하는 한 최고로 골치 아픈 제자였죠.”

   “키야, 영광입니다. 우리 성녀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어서.”

   티아라는 상대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고 과거를 회상하며 읊었다.

   “제게는 여러 제자가 있었죠. 그중에서도 특히나 기억에 남는 넷이 있답니다. 초인 중에서 둘, 그리고 일반인 중에서 둘이지요. 전자는 내가 키운 초인 제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났죠. 헌데 후자는 실력만 놓고 보면 내 제자들 중 최하위권이지만 흥미로움으로는 밀리지 않았답니다.”

   전자의 초인 두 명 중 하나는 순종적이었고 하나는 반항적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그 둘도 냉혹한 티아라의 시험을 통과해야 했지만, 카이젤이 도중에 개입항 그것을 중단시켰다. 그는 시험도 거치지도 않은 둘을 즉각 자신의 양자로 채택하였다. 한 번 그의 부하가 된 이후로는 티아라가 함부로 손댈 권리가 없었다.

   순종적인 자란 바로 제5 철인왕인 유리스였고 반항적인 자는 이 자리에 있는 시대의 반항아, 제7 철인왕 갈트론이었다.

   카이젤이 두 사람을 수련 도중에 빼낸 이유는 간단했다. 유리스는 성향 자체가 티아라와 죽이 잘 맞았다. 그래서 실제로 지금도 그녀는 일곱 철인왕 중 티아라를 가장 잘 따르는 자였다. 그런데 만일 유리스가 티아라의 시험을 거쳐 그녀에게 사상적인 좌절감을 겪는다면 필시 티아라와 티아라의 방식을 미워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유리스의 장점과 특색을 깎아내리는 결과로 이어지기에 도구로서의 가치 손실을 의미했다. 그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반면 갈트론의 경우는 빼낸 이유가 전혀 달랐다. 그의 말썽은 티아라의 훈계로도 도무지 사그라지지 않았다. 카이젤은 오히려 갈트론의 그 말썽에서부터 가능성을 엿보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대신해 더러운 일을 맡아줄 카드로 이 사고뭉치를 채택했다. 갈트론이 그런 의외성을 잘 유지하려면 티아라에게 굴욕을 당해 고분고분해져서는 안 되었다.

   “호오, 그나저나 일반인 제자 이야기는 처음 듣는군, 티아라 선생.”

   갈트론은 오히려 정체 모를 후자의 둘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 둘도 유리스와 당신, 두 사람과 비슷한 패턴이었네요. 한 명은 고분고분했죠. 다른 하나는 살짝 제게 반항적이었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고분고분한 쪽은 내게 시험을 받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그의 이름은 마라크 러츠.

   “그리고 반항적인 쪽, 그도 당신과 약간 유사하답니다. 그는 내가 기껏 어렵사리 구축해놓은 평화의 흐름을 항상 어그러뜨리려 했죠. 차이가 있다면 갈트론 당신이 변태적이고 괴악스러운 수단을 쓴다면 그 아이는 고상했달까요.”

   “관심 없어, 일반인 나부랭이 따위.”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갈트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걸 진작 눈치챈 티아라는 피식 비웃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속을 간파하기가 참 쉽다니까. 그녀는 한 수 더 나가 도발하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말이죠, 그 아이는 유리스나 당신과는 달리 내 시험을 정식으로 통과했답니다. 그것도 무려 승리라는 결과를 낳았죠.”

   “뭐어?”

   내내 건들거리던 갈트론의 표정이 순간 미약하게 흔들렸다. 티아라는 상대를 구워삶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 이르렀구나 하고 속으로 기뻐했다. 갈트론은 의외로 자존심이 강한 인간이다. 남에게 경쟁에서 것은 딱 질색하는 인간이다. 그 경쟁 대상이 자신이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뭐, 타인에게 도움받긴 했으니 공정한 시험은 아니긴 하네요.”

   “설마 그 자식, 기독교와 관련 있는 녀석인가?”

   과연 최상위 초인답게 빠른 눈치와 탁월한 추리력은 일품이었다.

   “그래도 친구를 잘 둔 것도 재능은 재능이니까 인정은 해줘야죠.”

   “나와 비교하면 어떻지?”

   “호호, 설마 SSS 클래스 초인께서 일개 일반인에게 질투하는 건가요?”

   티아라는 까르륵 비웃으며 더욱더 도발의 강도를 높여보았다. 여지없이 갈트론의 나쁜 손버릇이 발동되었다. 그의 초능력이 티아라를 엄습했다. U-society에서 공식 감시 대상으로 지정한 바람에 초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티아라로서는 대항할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과연 갈트론의 권능은 그녀에게 손상을 입히지 못했다. 티아라의 팔찌가 힘을 발하더니 초능력을 무효화시켜버렸다. 직접적인 물리 간섭은 물론 파생되는 간접 효과까지도 방어해내었다.

   “큭, 뭔 요상한 마술이냐.”

   “커버넌트. 카이와 내가 맺은 특수 계약이에요.”

   “아버지가 그 계약을 당신과?”

   갈트론도 완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해도 뭔가를 짐작하기는 하는 기색이었다.

   “당신은 뭘 당했는지 몰라도 원조는 나랍니다. 나는 그의 영토 내에서 그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의 활동을 허락받았어요. 대신 그 대가로 신변의 보호만큼은 확보했죠. 그가 창조해낸 힘은 나를 공격하지 못해요. 본인이 나서지 않는 이상.”

   갈트론은 나직이 입술을 깨물더니 돌연 비꼬는 표정을 지었다.

   “키야, 두 분께서 아주 연인이라도 될 기세구먼. 아, 레이디라는 경쟁자가 있어서 안 되려나. 아니다. 아빠는 레이디를 썩 편하게 여기지 않으시니 이 기회에 알랑거려보시지, 그래? 그러면 혹시 알아? 내가 새엄마로 대우해줄지.”

   “그 무례한 말버릇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군요.”

   “큭, 마음에 안 들어? 우리 아빠는 잘난 남자잖아.”

   그때 갈트론은 건방지게 폭소를 터뜨리며 티아라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크하하, 아하, 하긴 남자로선 별로겠네.”

   반항아답게 갈트론은 키득거리며 비아냥을 늘려놓았다.

   “참으로 아이러니야. 우주를 호령한다는 사나이가 말야. 그거 알아, 성녀 선생? 당신도 잘 알겠지만, 아빠는 늘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중이지. 원래부터 사내로서 구실을 못하는 데다 완전히 물리적으로 훼손되기까지 했지. 수치감에 남들에게 하소연도 못 하고 속만 끙끙 앓는 분이지. 뭐, 그래서 더 재미있는 양반이지만.”

   몹시 저질스러운 농담에 티아라는 태연히 받아쳤다.

   “호호! 당신 그러다가 장차 정말로 큰일 날 거예요. 아비의 하체를 조롱하였다가 저주를 받은 자의 이야기(창 9:25)도 못 들어보셨나요? 내가 듣기론 실제로 스물네 명 중에서도 그런 예시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아, 그 망할 세쌍둥이 중 하나 말인가?”

   보안 암호가 걸려있어서 갈트론도 그 대상의 본명은 언급할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시대가 어느 때인데 지구의 낡은 종교 경전을 들먹이시나.”

   “방심이 지나치네요. 하늘도시들, 지금의 Upol들 전역이 그 가르침에 침식된 걸 벌써 잊으신 건 아니겠죠? 천하의 칼리드마저도 두손 두발 다 들었다고요. 무려 일곱 명 중 제일 뛰어난 맏형이 말이에요.”

   칼리드의 이름이 언급되고 그가 자신보다 높게 평가되자 갈트론은 다시 험상궂은 심술을 억눌르며 억지로 쓴 웃음을 지었다. 늘 자신을 사고뭉치로 여기며 혼내는데 안달이 난 그 인간. 그런 그마저 처리하지 못했던 문제의 그 집단을 자신이 꺾어버린다면 어떨까?

   “선생이 말한 그 사제(師弟) 녀석 말이야.”

   “사형(師兄)이죠. 당신이 존재하기 한참 전부터 내가 키웠답니다.”

   “교정해줘서 눈물 나게 고맙군. 어쨌건 당신 말인즉, 그자는 지구 인류 출신, 그중에서도 복음주의자에 속한 기독교인이겠지? 아마 우주에 그 이상한 종교를 퍼뜨린 무리와도 연관이 있을 테고.”

   그의 추리는 빠르고 신속하게 진실에 다가갔다. 티아라는 속으로 ‘아주 조금 제법이네’라고 여기며 감탄했다. 이제 그녀가 기획했던 상상의 구도가 얼추 형성된듯 했다.

   “그래. 이번 기회에 내가 그 사형놈과 칼리드를 동시에 이겨보지.”

   “어머나, 과연 그럴 수나 있을까요?”

   “뛰는 찬양하는 자 위에 날아다니는 정신나간 자가 존재하는 법이지.”

   티아라는 일이 예상을 넘어 흥미롭게 돌아간다고 여겼다.

   ‘제자들의 대결이나 지켜볼까나.’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즐거움을 속으로 감췄다.

 

 

 

 

 

 

 

 

*

 

 

 

 

 

   리온에게 주님의 또다시 지시가 내려왔다.

   [지금은 네가 전면에 나서지 말거라. 아직 때가 아니다.]

   그러자 리온은 조심스럽게 성령님께 되물었다.

   “하지만 주께서는 성경 말씀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당당하게 신앙의 고백을 선포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지금 말씀하신 바는 혹 제가 숨어들어야 한다는 명령이실까요?”

   [그렇지 않다. 숨어들라는 뜻이 아니다. 비굴해지거나 용기를 내버리라는 뜻도 아니다. 작은 임무에 뛰어들어 성실히 훈련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영광의 자리를 다른 이에게 양보하라는 권고이기도 하다.]

   이때는 리온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훗날 다시 돌아봤을 때 주님의 이 지시는 시기적절한 경고였다. 훗날 리온은 좋든 싫든 전면에 나설 운명이었다. 그만큼 잘 단련된 용사이기도 했고 세상의 불의를 잠자코 참기만 할 인물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과 맞대응하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때마침 준동하는 위험인물이 둘이나 존재하는 마당에 아무런 보장도 없이 위기부터 겪을 수는 없었다.

   리온은 영 속에 울리는 음성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 주님께서는 이제 그에게 순교를 택할 특권도, 핍박받을 권리도, 사람들에게 비난받을 권리조차도 때가 다 차기 전까지는 멋대로 취하지 못 하게끔 고정하셨다.

   이미 지구와 우주에서 수차례 선교 여행을 하면서 핍박에는 익숙해진 리온, 그는 의를 위해 받는 핍박을 축복으로 여기는 마음가짐이 굳건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는 주께서 그 축복마저도 오롯이 주의 뜻대로만 허락하시길 원했다.

   ‘내려놓음인가.’

   그렇게 리온은 순교자의 자리를 잠시 내려놓았다. 아니, 정확히는 살아있는 순교자가 되기로 했다. 언제든 평안과 안전을 내려놓을 각오는 하되 주님이 시키기 전에는 섣불리 나서지 상태를 유지했다.

   대신 그는 지금 그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에게 주어진 할 일은 현재 하나였다. 첫사랑을 잃어버린 복음의 벨트에 생기를 다시 불어넣는 것. 그는 지구 교회를 대표하여 Upol-51,203,987,065의 지역 교회에 개입하였다. 대외적 교류, 교제, 연합 예배, 공동 선교 활동, 성경 토론, 심방에 적극 나서 개혁을 안에서부터 이뤄내기로 결심했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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