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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02회 아벨의 후예 Ch 20. 에페수스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8.04 | 회차평점 0 0

 

 

 

 

 

 

*

 

 

 

 

 

 

   Upol-51,203,987,065에서의 사역이 한창 무르익던 중, 성령께서 미세한 음성을 통해서 리온의 영혼에 가르침을 일러주었다. 앞으로의 계획과 관련된 조언이었다.

   어느 날, 이 지역에 편만히 퍼진 이방인 설교자에 관한 소문을 듣고서 먼 지역에서 모여든 사역자 몇몇이 그를 만나고 싶은 의사를 표하였다. 이렇게 리온을 초청하려는 자들은 제법 여럿 있었지만, 그 모두에 응하기에는 물리적 여건이 부족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그 편지 중에서 일곱 개가 눈에 들어왔다. 리온은 그 일곱을 추려내어 찬찬히 살폈다. 일곱 개의 편지는 놀랍게도 다른 Upol에서 이곳을 잠시 방문한 사람들이 보낸 것이었고 그 출신지도 제각기 달랐다.

   송신자들 중에는 종교적 목적으로 이곳을 찾은 이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로 왔다가 우연히 소문을 들은 이들도 있었다. 정식 목회자나 지도자도 있었지만, 그저 개인적으로 선교 활동만 하는 이도 있었다.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편지를 잘 읽어보니 이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는 데 있어서 매우 신실하고 헌신적인 열정을 소유한 자들이었다.

   리온은 이들과 같은 자리에서 모임을 나누고픈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양해를 구한 뒤, 그들 모두와 한 자리에서 약속을 잡았다. 그는 일곱 명의 인물들과 찬찬히 교제를 나누며 그들의 성향과 신앙심을 파악해보았다.

   다행히 과연 첫인상대로 올바른 가치관, 분명한 신앙적 인생관, 훌륭한 인품, 열정적인 제자로서의 태도, 부드러운 말씨까지, 어느 한 부분도 부족할 데 없는 사람들이었다. 주님을 향한 사랑 하나로 일곱, 아니 리온까지 여덟 명은 금세 한 마음이 되었다.

   일곱 순례자는 자기 출신 지역에서 기독교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인지 알려주었다. 그들은 어떤 점이 가장 우려되는 문제점이며 해결방안을 어찌 구해야 할지 토의를 나누었다. 또 우주 인류가 앞으로 더 공고한 복음화의 길을 걸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밤새워 토론하였다.

   인류의 영혼을 걱정하는 이들의 순수한 마음은 참으로 뜨거웠다. 대화는 감사하고 찬양하는 분위기로 들뜨다가도 내일의 세대를 향한 영적인 염려거리를 털어놓을 때면 사뭇 진지하고 엄숙해지기도 했다.

   이에 리온은 자신이 가져온 지구의 정보들을 이들과 나누었다. 그러자 일곱 순례자는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표정이 화들짝 달라졌다. 오랫동안 헤매며 발견하지 못했던 최후의 퍼즐 조각을 마침내 찾아낸 탐색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들은 리온과의 협력에 뛰어들기로 했다. 리온도 한시적이나마 동역을 허락했다.

   “허나 저는 앞으로 주님의 명령이 떨어지면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분께서는 꼭 필요한 인원 이상은 데려가지 말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러니 저는 여러분께 지금 여기서 제가 하는 사역을 온전히 인계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리온은 두 가지 보배로운 신학을 확실하게 전수해주었다. 하나는 창조 신학, 다른 하나는 재림 신학이었다. 사실 이미 성경에 계시된 것이라 특별하게 새로운 내용이랄 것도 없었지만, 지구와 역사가 분리된 채 오랜 시간을 동떨어져서 발전했던 Upol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일단 그들에게는 지구의 존재를 실존 증거를 통해 생생히 실감할 필요성이 있었다. 상식적으로 그래야만 창세기에 기록된 하나님의 우주 창조와 인간 창조가 진정으로 역사적인 기록임을 체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아가 앞으로 닥쳐올 재림의 사건이 일개 국소적인 행성 규모 사건이 아닌, 전 우주적인 사건임을 확실히 인지하고 성도들에게도 인지시키려면 현재 지구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소식이 필요했다.

   “여러분이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시거든 이 정보를 널리 전해주세요.”

   일곱 모두 그렇게 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리온의 친구인 일곱 순례자는 각 사람의 이름의 첫 알파벳을 따서 EPHESUS라는 연합 이름을 지었다. 그들은 7일간 거룩한 교제를 충분히 나누면서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팀 EPHESUS는 앞으로 평생 동지들을 기억하겠노라고 언약을 나누고 헤어졌다. 리온은 미련 없이 Upol-51,203,987,065에서 복음 전파를 이어나가며 사람들에게 주님의 시간표를 가르쳤다.

 

   이것의 추후의 이야기. 팀 EPHESUS의 멤버들은 각자 고향으로 돌아갔다. 즉시 그들은 감격의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사역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목회자로, 누군가는 방송 전도인으로, 누군가는 신학 교수로, 누군가는 평신도의 위치에서 일했다.   

   이들의 파급력은 의외로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물론 주변의 대다수 이웃은 다시 오실 주님의 소식을 시큰둥했다. 하지만 리온의 사역의 경우도 그랬던 것처럼 일부 청중은 순례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런 이들 중에는 멀리서 온 자들도 있었다. 이미 Upol 사이에서 활발한 인적 교류가 이뤄지고 있던 덕분이었다.

   본래 핵분열이나 핵융합이 발생할 때는 연쇄반응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하나의 원자핵에서 일어난 반응의 여파로 생긴 입자들이 다른 원자들에서 같은 반응을 일으키는, 일종의 도미노 현상이다. 이와 비슷하게, 순례자들이 뿌려놓은 씨앗은 조용하지만 선명하게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워낙 물밑에서 이뤄진 일이라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눈치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연쇄반응은 착실히 반복되었다. 한 명의 영향을 받아 수십 명의 사람이 일깨워졌다. 일깨워진 이들은 다시 제 땅으로 돌아가 자기 세계에 각성을 일으켰다. 교통과 통신이 워낙 잘 발달한 세계였기에 이 현상이 확대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순례자 중 위대한 신앙 영웅으로 주목받거나 인기를 끈 이는 거의 없었다. 그들 또한 영광을 받고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유지를 남들에게 조용히 넘겨주었다.

   이런 원리로 열 번 내지 스무 번 정도 연쇄반응이 이어지자 때가 충분히 무르익음으로써 열매가 맺어졌다. 위대한 설교자로 성장한 이들이 만들어져 막대한 영향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 훌륭한 기독교 개혁가들은 자신이 속한 Upol은 물론 같은 은하에 속한 여러 다른 Upol들에까지 부흥의 불씨를 전하였다.

   곧 주님의 재림을 소망하고 기다리는 정결한 성도들이 각지에서 늘어났다. 그들은 거짓된 삶과 쾌락에 얼룩졌던 옛 모습을 벗어던지고 말세를 감당하기 합당한 자세로 이웃을 섬기며 봉사했다.

   물론 Upol 개수는 무려 1조 개가 넘었으니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부흥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찻잔 속의 태풍과도 같았다. 초인들이나 인류연합이 보아도 그저 그렇겠구나 하고 여길 정도의 미미한 수준이었다.

   즉 누구도 이 운동의 장기적인 파급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을 시작한 리온 본인도 자기의 발자취로 이러한 여파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그저 Upol-51,203,987,065라는 세계 하나에서 소소하게나마 개혁 움직임이 일어났다는 점 하나에만 만족했다. 주께서는 과연 약속하셨던 대로 리온이 시작한 일의 공로를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주셨다. 넘겨받은 이들은 리온보다 탁월한 성령의 지혜를 바탕으로 찬란한 업적을 세웠다.

   한편 해당 지역에서 사역하던 중, 기도하며 뜻을 구하던 리온에게 이동을 명하는 음성이 전달되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은 것 같아 보였으나 일행은 미련 없이 길을 나섰다.

이후로도 말씀은 리온과 그 동료들을 여러 지역으로 인도했다. 사흘이나 나흘씩 짧게 머무르다가 곧바로 떠나는 경우도 있었고 한 달 이상을 진득하게 머무르는 일도 있었다. 딱히 정해진 규칙은 없었다. 그저 광야에서 불구름 기둥을 따라 장막을 옮기듯 그때 그때 순종하면 그만이었다.

   흥미롭게도 그가 당도하는 Upol들마다 대체로 타임필드의 해체가 완벽히 종료되지 않은 곳들이었다. 즉 시간이 흐르는 비율이 바깥보다 빨랐다. 사역을 벌일 시간을 더 벌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대체로 타임필드 해체가 덜 완료된 Upol은 그만큼 외부와의 교류는 제한이 따라 상호작용이 드문 편이었다. 교통에도 제약이 많이 따랐기에 실상 리온 일행에게는 불편한 선택지였고 좁은 길이었다. 하지만 기도의 응답대로 이동하자 신기하게도 바늘로 찍어내듯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곳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었다.

   덕분에 리온 일행은 초인들이나 인류연합의 감시를 덜 받으면서 느긋하게 복음을 설파할 기회를 얻었다. 아직은 사역 초기 단계라 성령님께서도 그를 많이 감싸고 돌본다는 느낌이었다.

   새로운 Upol 지역을 맡을 때마다 그가 가르쳐야 할 테마도 본질은 같아도 강조점과 방점은 조금씩 달라졌다. 이는 각 Upol마다 교회가 안고 있던 문제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어떤 지역에는 사랑을, 다른 지역에는 공의를, 또 다른 지역에는 믿음과 순종의 관계를 강조해야 했다. 또 이런 식으로 말로만 설교하는 방식만으로는 성령의 임무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네 청년은 몸소 나서서 지역 사회를 돌보며 솔선수범해야 했다. 그들의 삶으로써 살아있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야만 했다.

   이 과정은 전혀 순탄치 않았다. 당장 눈에 띄는 거대한 부흥이 드러나지도 않았다. 자칫 지치거나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 수련의 길이었다. 하지만 숱한 훈련 과정에서 네 청년의 역량은 점차 성장했다. 그들의 자아와 아집은 서서히 닳아 없어졌고 새로이 창조된 품성이 그들 안에서 무르익었다.

 

 

 

 

 

 

 

 

*

 

 

 

 

 

   형의 행방을 조사한 수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기껏 귀환했으면 편히 집에 머무르면서 안락한 생활이나 할 것이지. 만일 그게 부족했다면 자신이 더 호강시켜주었을 텐데. 바보 같은 형은 예전부터 그랬다. 착해빠져서는 남들 부탁도 거절하지 못하는 형. 그런 사람이 십수년간 고생을 겪고 기독교 신자인 크로스솔져라는 작자들과 어울려 다니더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애써서 순례자의 길을 자처하겠다니. 이 무슨 어리석은 선택인가.

   “하아, 골치가 아프군.”

   그래도 그 정도 선에서만 끝날 문제였다면 수현도 내심 이해해줬을 것이다. 아무래도 형이 하고픈 일이라는 데 억누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하필 지구 교회와 그 리온 마흐무드가 얽힌다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리온 그자는 망해가던 22세기 지구의 그리스도인들을 지탱해주었던 자다. 더욱이 유성운 회장을 통해서 전해 듣기로는 그자는 무려 성녀의 제자였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 벌인 일도 심상치 않아.’

   더욱이 초인들 사이에 이미 공공연히 소문 난 강윤혁이라는 인간의 소식도 신경 쓰였다. 재작년에 우주 식민지 전역에 대대적인 포교 활동이 벌어졌던 그 사건, 그 주역은 인류연합 대표의 이복동생이었다. 하도 일을 크게 벌이는 통에 변방에 있던 수현마저도 모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는 이목이 강윤혁에 쏠리느라 미처 그의 동료들은 초인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이제 그들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된 수현은 찬찬히 그 데이터를 점검해보았다.

   “한 명은 이레귤러로 현재 구금 중이고, 다른 한 명은 레이디의 권역에 거주하던 주민, 그리고 심지어 리온 마흐무드 목사도 이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군. 심각할 정도로 골치 아픈 팀이었군.”

   지금이야 평범한 무리 행세를 하면서 스포트라이트 바깥에서 활동하는 모양이지만 리온이라는 자가 포함된 이상 일은 결코 간단하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수현의 직감대로라면 늦어도 2년 안에 대규모의 도미노 효과가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 일에 형이 휘말리도록 내버려 둔다면?

   “하여간 말도 참 안 듣는다니까.”

   수현은 고민했다. 형은 그냥 일반인이 아니라 주요 표적이다. 인류연합 간부들이 시시각각 노리는 좋은 먹잇감. 당장 저 위버멘쉬만 해도 군침을 흘리고 있지 않은가? 리온 목사와 재현의 조합은 필시 좋지 않은 결말을 가져다줄 것이다. 자칫 피 흘리기까지 싸우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우주 전역에 얼마나 많은 초인이 돌아다니는 중인데 말이지.’

   현재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물들이 각지를 순회하는 중이었다. 추가 각성을 통해 B 클래스로 승격된 이례적인 수현이지만, 아직은 실력으로나 세력으로나 상위 초인들과는 맞설 수 없었다. 형을 보호할 힘이 그에게는 부족했다. 이런 시점에 탐욕스러운 권력자들이 저 팀을 주목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초조함에 참을성이 소모된 수현은 직접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자신이 손수 움직이기로 했다. 형이 이동하는 지역을 일일이 추적해서 자신도 예상 목적지에 세력을 심어 넣으리라. 기업, 군대, 시스템 등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은 전부 활용해서라도 형을 감시하자.

   도중에 눈독을 들이는 초인들이 나타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견제해야겠다. 아니 이왕이면 그 전에 아예 형이 여정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어느 쪽이건 그러자면 지금보다 더 큰 권력이 필요하다. 다른 초인들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세력 기반이.

   “형은 늘 손이 많이 간다니까.”

   그렇게 결심한 수현은 F 클래스 초인인 자기 아내와 더불어 권력 게임의 더러운 현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금껏 남들이 영토와 재산을 확장하고 황제에게 신임을 얻으려 공적을 쌓는 동안 다소 현실에 안주했었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지리라. 그는 가족의 안위 때문에라도 열정적으로 경쟁에 참여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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