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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40회 아벨의 후예 Ch 30. 페르가몬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11.05 | 회차평점 0 0

 

 

 

 

 

Chapter 30. Reformation: 페르가몬

 

 

 

 

 

 

 

 

   리온이 이끄는 사역팀이 이전에 ‘하늘도시’라고 불렸고, 지금은 Upol이라 정의되는 그 구역들을 순회하기 시작할 무렵, 우주 전역의 Upol들의 2등 시민 인구수 총합은 약 2해(垓)에서 3해가량이었다. 놀랍게도 그로부터 우주 표준 시간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났을 때, 2등 시민 인구는 거의 200배 가까이 늘었다. 아메바도 아닌 인간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확실히 인구 증가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네요.”

   “처음에는 인구 밀도도 띄엄띄엄했는데 말이죠. 지금은 엄청 붐비네요.”

    재현과 찬영이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의 지적대로 원래 사역 초기 쯤에는 인구 밀도가 낮은 편이었다. Upol은 하나하나가 수십 겹의 구각 형태 구조물이 겹친 구조물이다. 확실히 그런 거대한 공간에 기껏해야 10억 남짓의 인구가 살았으니 인구 밀도는 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이 낮았다.

   하지만 현재는 꽤 올랐고 사람이 북적북적해졌다. 지구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꽉 찬 느낌이 들었다. 길거리마다 로봇과 비인간 종족들만 우글거렸던 예전 Upol의 풍경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사람 사는 사회다운 느낌이 는다고 할까나.

   “수학적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충분히 가능한 이유가 있어요.”

   일행의 의문을 알기 쉽게 해결해준 사람은 지현이었다. 아무래도 그는 종종 식구들과 편지를 주고받다 보니 소식통이 빨랐다. 일단 그 가족 중에 큰형이 초인이다보니 이런저런 인류연합의 이슈들, 이를테면 정치 소식이나 인구 정책 등에 대해 간접적인 정보를 주워듣기 쉬웠던 것이다.

   “2등 시민들에게 Upol이란 그저 맨 밑바닥, 출발선에 해당하는 세계죠.”

   “밑바닥 세계라뇨? 무슨 카스트 제도라도 존재한단 말인가요?”

   리온이 놀라 반문했다.

   “카스트라……,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네요. 원래의 의미와는 약간 다르지만.”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시죠.”

   “네.”

   지현은 자신이 어깨 너머로 들은 정보들을 풀어놓았다.

 

   소위 Upol이라는 명칭으로 분류되는 행정 구역 겸 콜로니, 이 구조물은 개방 이전 시대의 하늘도시들을 재활용해 만든 리모델링 건물들이다. 현재는 2등 시민권을 얻은 우주 인류의 거주지들이 되었다.

   Upol 속에는 지구 이상의 면적을 지닌 구각만 해도 수십 겹이 들어있다. 그리고 구각과 구각 사이의 공간들인 퍼머먼트는 초공간 조작 기술로 차원 너머로 확장된다. 그러므로 실제로 포용 가능한 인구는 물리적 부피에 따른 할당량의 수천 배는 된다. 자원도 무제한이라 필요 물질은 전부 풍족하게 제공되었고 고도로 발전된 문명은 사실상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가능케 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만족치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이유인지 그들은 물질적 풍요에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성취를 통해 그 공허감을 채우려 하였다.

   경제적 풍요로움이 채워지면 다음으로는 명예와 인정과 지위를 탐하게 된다고 했던가. 과연 시민들은 더 높은 세계로, 더 높은 탑의 꼭대기로 올라가려는 야심을 발산하였다.

   Upol이란 사실 우주적인 차원의 인류 관리 시스템 속에서는 상아탑의 맨 밑바닥에 불과했다. 좀 더 높은 곳에는 징검다리 권역이 있었다. 징검다리 권역은 일종의 계측 시스템으로 한 권역 위에는 더 높은 권역이 세워져 있었다. 이 같이 끝없이 이어진 계층을 오르고 오르면, 그 끝에는 인간들이 갈망하는 정상, 곧 탑의 꼭대기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꼭대기라는 허상에 취해 그 길로 달려드는 중이었다.

   “보통 한 계층의 세계에서는 인구수 대비 1% 가량의 2등 시민들이 다음 단계의 상위 세계로 상승한다고 하네요.”

   “신분 상승이라기보다는 거주하는 차원의 상승이군요. 마치 1층천에서 2층천으로, 2층천에서 3층천으로 올라가듯…….”

   “그런 셈이죠.”

   단 상위 영역에 오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상승 기회의 티켓을 얻는 일조차도 경쟁에서의 승리 경력을 많이 쌓아야 가능하다. 보통 각 Upol 주민 중 최고로 우수한 자만이 징검다리 권역의 상위 차원을 밟아볼 수 있다고 한다.

   “징검다리라는 세계는 대체 어떤 형태로 존재하죠?”

   “흔히 판타지 영화에서 나오는 ‘상위계’와 비슷해요. 예전에 유행하던 ‘아공간 탑 등반물’ 아시려나요? 그것처럼 새로운 문이 열리며 다른 차원으로 나아가는 식이죠. 한 층에서 다른 층으로 올라간다는 것도 물리적인 높이 개념이 아니라, 차원의 깊이를 더해가는 이동 방식이죠.”

   징검다리 권역이란 매우 다양한 존재 양태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보통 그 입구는 Upol 내부에 존재했다. 여러 층의 하늘도시 구각 중 2, 3, 5, 7, 11과 같은 소수 번째 층의 구각은 일종의 특수 봉인이 걸려 있는데, 이곳이야말로 징검다리 권역이라는 ‘높은 차원’으로 연결되는 사닥다리였다. 오로지 선택받은 자만 그 너머로 입장이 허락되었다.

   “보통 그렇게 포탈 역할을 하는 소수번째 구각층을 ‘벧엘’이라고 부른대요.”

   “……하나님 말씀 표절하는 괴이한 습관은 달라진 게 전혀 없네요.”

   역시 강재혁 대표답군. 리온은 무덤덤하게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것말고도 굉장히 다양한 유형의 상위 세계 포털이 존재한대요. 그 모든 것들이 징검다리 권역과의 연결점으로 가공되어 이용된다네요.”

   Upol의 구각들은 안팎의 지표면은 일반인의 거주지이나 내부에는 지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언더월드(underworld)라고 불리는 이 토굴도 특수 개체들을 훈련시키는, 일종의 분리된 공간이었다.

   한편 인간의 세포막에 단백질 덩어리가 듬성듬성 박혀있는 것과 비슷하게, 대륙이나 섬보다도 거대한 변이형 구형 구조물이 듬성듬성 구각 곳곳에 박혀있었는데 이 콜로니들도 영재 교육 시설이었다.

   또한 일반인은 아예 교통 시설을 통해서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우주 비밀리 좌표에 배치해둔 특수 용도의 Upol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곳들 역시 우주 인류 가운데 선별되고 검증된 인재들만 출입 가능했다. 그런가 하면 따로 특수 목적의 행성을 마련해둔 경우도 있었다. 혹은 행성이나 항성에 준하는 거대한 인공 우주 건축물을 쓰기도 했다.

   이 모든 곳들이 징검다리로 사용되는 추세였다.

   아공간, 변형공간, 시뮬레이션 우주, 벌크 차원 속의 다른 멤브레인, 홀로그래피 시블링 차원, 오버랩 월드 등 타 차원 영역에 구조물을 심어 넣어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그런 곳들은 높은 권역으로 한 번 만에 그런 곳으로 승진하는 일은 지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한 징검다리 권역에서 여러 번 반복적으로 승리를 쟁취하여 경력과 티켓을 쌓고 더 높은 결승전에 진출하면 테서렉트 아키텍쳐 같은 고위 차원 안에서 훈련을 받을 기회도 주어졌다.

   “아니, 그렇게 높이 올라가서 대체 무슨 목표물을 잡으려는 거죠?”

   흡사 공상과학 같은 소리를 듣던 중 찬영이 갸우뚱거렸다.

   “뻔하지 않겠습니까?”

   리온은 이미 아나스타샤의 조언을 들었기에 짐작이 가능했다.

   “상아탑의 꼭대기, 아마 그곳은 지구일 것입니다.”

   지현과 재현은 총이라도 맞은 듯 표정이 굳었다. 리온은 슬쩍 그 둘을 쳐다보았다. 저 둘은 당장 조만간 지구에서 벌어질 사회 구조 변동으로부터 거뜬히 보호받겠지. 든든한 백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직계 가족이 고위 인사이니까. 하지만 그게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될지 나쁜 일이 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지현아, 그건 그렇고, 그러면 그 징검다리 권역들이 지금 2등 시민의 인구가 불어난 것과는 무슨 관련인데?”

   재현이 화제의 방향을 전환했다.

   “뻔하죠. 시간 압축 기술의 존재 때문이에요. 지금도 바깥 세계와 Upol 안에서는 시간이 다른 비율로 흘러가잖아요. 이 경우에는 기껏해야 2~3배 정도의 비율이지만, 사실 엄청난 비율로 시간을 압축하는 일도 현 기술 상 얼마든 가능해요.”

   이미 하늘도시 선교 여행 때 많이 겪어본 리온은 말없이 끄덕거렸다.

   “굉장하네.”

   “징검다리 권역에서의 시간 압축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목사님 증언대로라면 예전에는 천년을 1일로 압축할 수도 있었다던데 솔직히 지금은 그보다 비약적으로 더 발전했으면 발전했지 퇴보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러자 이번에는 리온이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 타임필드 안에서 한 인간 개체가 무한히 갇혀있을 수는 없는 걸로 압니다. 아무리 노화를 정복했다고 해도 말이죠. 윤혁의 증언에 따르면 사람은 압축된 시간 내부에서 연속으로 2백 년 이상을 머무르면 정신적으로 미쳐버린다고 들었습니다.”

   참고로 이러한 제한은 일반인뿐 아니라 초인에게도 존재한다. 몇몇 극소수의 초인들은 고유의 카리스마타 덕분에 이 제약을 무시할 수 있단다. 어쩌면 인류연합이 다른 해결책을 찾아냈을지도 모르겠다만.

   리온의 의문점을 지현이 풀어주었다.

   “흠, 제 큰형의 말에 따르면 그런 이유로 주기적으로 동면을 사용한다고 한대요. 그래서 연속해서 깨어있는 시간이 2백 만 안 넘도록 동면을 주기적으로 시키면 대부분 별 문제가 없다던데요.”

   “그렇군요.”

   “그리고 요새 사용하는 시간 압축 기술은 예전과는 결이 조금 다르데요.”

   더욱이 상위 차원 같은 경우는 애초에 시간축의 흐름이 다르다. 따라서 잘만 지혜롭게 시간축을 배치하면 굳이 타임필드를 펼치지 않아도 시간 비율을 제어할 수 있다. 또한 타임필드도 지현 말대로 새 방식으로 개조되었기에 예전에 문제가 되던 오랜 시간으로 인한 정신적 부작용도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그러면 그곳에서는 가정이라는 인류 사회 기본 단위가 유지될까요?”

   찬영이 궁금증을 드러냈다.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런 것 같아요.”

   지현이 대답했다.

   그의 예측대로, 사실 징검다리 권역에도 결혼, 자녀 생산, 양육과 같은 일반적인 가정 존재 방식이 일정 부분은 그대로 존재했다.

   그리고 높은 권역에 올라온 자들은 경쟁에서 걸러진 승리자들로 대체로 태생이 우수하거나 노력을 통해 우수하게 진보했거나 자아의 진척을 이룩한 이들인 경우가 많았다. 즉 이런 이들끼리 서로 교배해서 후손을 가지면 우수한 종자를 낳을 확률이 격상한다. 말하자면 인류연합 측에서는 자연스럽게 우종 교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유도한 셈이다.

   또 징검다리 권역에서는 시간이 압축되어 있다. 바깥에서 고작 하루 이틀이 지나는 와중에도 수 세대의 후손을 형성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 물론 그곳에서 태어나서 자라난 아이들은 스무 살을 넘기면 징검다리 권역에 계속 머무를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평가받아야 했다. 자격이 없는 자들은 아래 단계로 배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후손 세대만 해도 인구 규모를 불리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매 단계에서 아래쪽 권역으로부터 많은 사람이 상승해왔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가 아래로 떨어졌다. 압축된 시간으로 인해 지나치게 인구가 불어나는 것을 완충해주는 일종의 균형 기제였다. 결과적으로 위쪽 세계에도 꾸준히 인구가 늘어났고 아래쪽에는 더욱 거대한 인구 집단 유입이 이루어졌다.

   자연히 맨 밑바닥인 Upol들에서는 윗단계에서 탈락하여 인구 이동을 한 사람들로 인해 엄청난 인구 축적이 진행됐다. 이것이 불과 1여 년 만에 Upol들의 인구가 2백 배 이상으로 증가한 데 대한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쌓이다 보면 순식간에 인구가 포화되지 않을까요?”

   이 기하급수적 증식이 반복된다면 아무리 넓은 Upol이라도 금세 공간이 좁아질 텐데. 아무리 공간 기술이 있다지만 1년에 200배면 수년 지났을 때 기하급수적으로 포화가 이뤄지지 않겠는가. 재현의 의문점을 다시금 지현이 해결해주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한 달 전부터 Upol로부터 인구 유출이 시작되었거든요. 말하자면 더 하위계로의 축출이죠. 아니 축출이라기보단 명예 파견에 가깝겠네요.”

   “어디로?”

   “테라포밍되어 인간들이 거주할 수 있게 조성된 외계 행성들로요.”

 

   근래에 2등 시민 사이에는 새로운 미개척지들에 대한 모험심과 도전심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간 Upol 주민들은 그저 문명의 혜택을 일방적으로 받기만 해왔다. 사육당하는 인간, 이런 불명예스러운 칭호는 사람들의 자립을 향한 열망과 자긍심에 찰과상을 남겼다.

   교활하게도 인류연합은 이러한 사람들의 도전 심리를 부추김으로써 2등 시민들을 행성으로 보내 지역 균등 인구 조정을 시행하였다. 때마침 많은 외계행성이 최종 조정을 마치고 안정적인 환경으로 거듭났기에 사람들은 마음껏 보내기에 매우 적절한 시기였다.

   인류연합은 이런 헤게모니를 퍼뜨렸다. 위대한 시민들이여, 드넓은 땅을 그대들의 힘으로 개척하여 낙원처럼 만들어라. 그리고 그곳에 가서 아직 무지몽매한 상태에 놓여있는 비시민들을 계도하여라. 참고로 비시민이란 아직 2등 시민권조차 받지 못한 채 인류연합의 ‘우주 인류 프로젝트’ 제 2단계의 일방적 실험체 처지로 이용되는 인간들이었다.

   인간이란 참 특이한 존재다. 지구라는 높은 세계로 상승하고픈 열망 못지않게, 낮은 서열의 비시민들 위에서 군림하며 통치하고픈 지배욕도 강력했던 모양이다. 상당수의 2등 시민이 인류연합의 행성 이주 플랜에 호응했다. 특히나 윗세계로 올라갈 실력이 부족했던 자들은 일찌감찌 방향을 돌려 외계행성을 계도하고 그곳 문명을 계몽하는 임무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외계행성에 진출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특별히 인류연합이 종교에 따른 차별 정책을 취한 것 때문은 아니었다. 그리스도인들 스스로 거절해야만 했던 문화 관습 때문이었다.

   외계행성으로의 반출은 본질적으로 비시민 계몽과 문명 건설이 주된 목적이었다. 따라서 전자아(全自我) 수련을 통해 단련된 자, 그리고 자신 속의 초월 진화의 표식을 충분히 활성화한 자들에 한해서만 출정 자격이 주어졌다. 고로 신앙적 이유로 이 훈련 자체를 거절한 참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질 근거가 없었다. 더 넓은 지역으로 선교할 기회가 될 수 있었건만, 아쉬움이 컸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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