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42회 아벨의 후예 Ch 30. 페르가몬 (3)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11.10 | 회차평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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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 주님은 세 종류의 일을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첫 번째는 성경의 진리 가운데 핵심적인 가르침을 정리한 뒤 이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모든 이단을 한꺼번에 분별해낼 수 있도록 세계관을 확립해주는 편지를 작성하는 것. 두 번째는 주께서 인도하는 장소로 이동하여 그곳에 거하는 뜻있는 신자들과 힘을 모아 경건의 회복 운동을 재개하는 것. 마지막은 매일 다섯 시간씩 거짓 종교들의 시스템 붕괴를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언뜻 보면 특별한 비결이랄 것도 없는, 너무도 평범하고 정석적인 방법으로 보였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리온의 믿음을 굳건하게 세워주시기 위해 이번에는 단기간에 확실한 표징을 보이실 것을 약속하셨다.
대신 리온에게 요구되는 사항은 단 하나였다. 이 일이 확실하게 성취되리라 굳게 확신하는 것. 한 치의 의심도 품지 않는 것이 그의 의무였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실제로 단 하나의 이단을 제거하는 것도 모든 교회가 평생 노력해도 될까 말까 한 난제이거늘, 1조 개 세계에 전파된 온갖 사교 집단들을 단번에 깨부순다고? 인간적인 기준으로 생각하면 도무지 불가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브라함 부부에게도 요구된 그 불가능에 대한 확신이 리온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졌다.
[내가 단순히 사교(詐敎) 집단들만 벌하리라고 생각하며 내 능력을 제한하지 말지어다. 네가 원한다면 사회적으로 높은 명망과 인정을 얻은 종교마저도 제거해주리라. 기회를 줄 때 내게 미리 구하라.]
이에 리온은 거짓 이적을 남발하는 종교를 전부 없애달라고 기도했다.
단, 기독교와 무관한 종교에 대해서는 별도의 개입을 주께 간구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악질적인 사기꾼들이라기보다는 무지한 마음에서 나온 족쇄에 불과하기에 당장 제거해야 할 절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교황 계열의 종교를 향해서도 대적 기도를 하지 않았다. 이는 그들이 권력층, 특별히 초인의 권력과 얽혀있기 때문이었다. 만일 교황청들을 한꺼번에 무너뜨린다면 정치적인 대격변이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자칫하면 도미노 효과로 현시대에 예측 불허의 현상이 벌어질까 염려되었다. 이를테면 적그리스도의 조기 출현이라던가. 어차피 주님께서 재림 전에 모든 거짓 종교를 일일이 없애주실 의향은 없으실테니 나머지 부분은 그분의 시간에 아름답게 청산될 것을 믿고 맡겼다.
이후 리온 일행은 한 달에 한 번씩 Upol에서 Upol로 이동하며 성실히 활동했다. 지도자인 리온은 외부 노출을 되도록 최소화한 채 신중히 행동했다. 당장 큰 개혁이 나타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곧 하나님께서 그분만의 방식으로 놀라운 나비 효과를 일으키실 것을 리온은 굳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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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이란 그야말로 거짓을 무찌르는 최고의 전략이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을 통해 거짓 선지자들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셨다.
[그의 열매로 그들을 알찌니,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또는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따겠느냐(마 7:16)?]
제아무리 그 가짜들이 첨단 과학과 초능력과 악령의 권세를 빌려 갖가지 화려한 이적을 흉내낼 수 있을지언정, 진정한 성령의 열매, 곧 하나님께만 영광을 드리는 의로운 일은 하지 못하리라.
반대로 말하면 참된 복음을 믿는, 즉 참된 그리스도를 섬기는 교회들이 더욱 분발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들이 진짜 열매를 드러내야만 가짜들의 민낯이 더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이 일을 위해서는 단순히 복음을 지식적으로만 알아서는 부족했다. 매일매일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삶의 태도를 보여야 했다. 나아가 이런 경건함이 개인을 넘어 공동체와 사회에게도 선한 영향을 끼쳐야만 한다. 겉으로만 사회 복지에 이바지하는 거짓 선지자들의 그럴 듯한 위선과는 본질적으로 격이 다른 진정한 선의 향기를 풍겨야 했다.
경건주의 운동을 일으켜야 할 당위성이 세워졌다. 리온은 방문하는 지역마다 참 교회의 지도자들과 참된 전도자들을 모아 연합시켰다. 뜻있는 자라면 신분이나 학력의 고저 상관없이 불러 모았다. 물론 철저하게 진리의 범위 안에 있는 이들만.
그는 하나님께서 이단과의 전쟁을 선포하셨음을 대언하였다. 성도들의 거룩한 열매가 시급함을 증언했다. 리온은 ‘칭의’에서 한 단계 더 넘어선 ‘성화’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력하게 외치는 설교를 설파하였다. 참된 회심을 일으키는 믿음은 반드시 매일의 삶에서 거룩한 순종의 열매를 동반하며 죄를 끊는 권세가 있어야만 한다. 그는 이 진리를 거리낌없이 가르쳤다. 만일 어떤 이가 예수를 믿는다고 고백하면서 여전히 죄악과 거짓 가운데 빠져있기를 자의로 택한다면 그 믿음은 처음부터 가짜 믿음이 아니었는지 점검이 필요하리라. 그는 이 경고를 분명하게 선포했다.
“성화의 삶이란 성령님의 인도를 받는 삶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주신 은혜에 진정으로 반응하며 살아가는 삶입니다. 그분이 대신 짊어지신 죄의 대가의 심각성을 깨닫고, 죄를 미워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는 삶입니다.
그것은 의무감이나 율법적, 도덕적 사고방식으로 착해지는 것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통해 구원받았다는 감격, 장래에 찾아올 천국 소망을 품고 그 은혜에 대한 기쁨으로 죄를 이겨나가는 것입니다.”
리온은 신자들에게 예수님과 만났던 첫 순간의 사랑과 같은 마음으로 평생 거룩함의 길을 이뤄나갈 것을 조언했다. 부담감이 아닌 사랑을 통해, 의무감이 아닌 소망을 통해, 율법이 아닌 믿음을 통해서 죄의 사슬을 끊으라고 권고했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 사랑을 통해 이웃도 사랑하라고 요청했다.
과연 그 조언이 강력히 역사한 것인지 열매가 시연찮게 맺히던 많은 지역이 대대적으로 회개하여 자신의 믿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들은 혹시라도 자신이 받았다고 생각한 구원이 과연 제대로 된 반석 위에 올바로 서 있는 것이 맞는지 점검하였다. 여러 교인들이 자신이 이제껏 진정 거듭난 체험이 없었음을 고백하고 눈물로 주님을 찾았다. 그들은 교회 생활이나 종교 생활이 기독교의 본질이 아님을 깨달았다. 애초에 올바른 그리스도인이라면 종교인으로 전락해서는 안 됐다. 주님과의 일대일 인격적 관계를 맺고 믿음으로 하나님과 교제해야만 했다.
그 뼈저린 각성의 결실로 여러 교인들이 올바른 회심을 체험했고 이내 일상생활에서도 열매들이 풍성히 맺히기 시작했다. 교회 내에서 다툼이나 허영이 잦아들었다. 돈과 권력과 명예, 혹은 지구를 향한 귀소 욕구에 얽매여 살던 교인들이 그 모든 소욕을 배설물처럼 여기고 주님과 그분이 계신 천국만 바라보기 시작했다. 강렬했던 증오심, 경쟁자를 향한 맹렬한 혐오도 눈 녹듯 사르르 소멸하였다.
혈육과 혈육 사이에서 벌어졌던 갈등도 사그라들었다. 회심자들은 이전에 서로를 미워했던 것을 공개적으로 사과하며 눈물로 용서를 구했다. 불타오르는 정욕에 스스로를 내맡겼던 청년들은 성적 문란을 부끄러이 여기고 중독에서 벗어날 힘을 주님께 간구하였다.
또한 세상 대중매체들에 담긴 각종 그릇된 사상의 실체가 지혜로운 선견자들에 의해 낱낱이 검색되어 고발되었다. 패배감과 열등감에 빠져있던 이들은 참된 만족감을 주님 안에서 되찾았다. 교만하여 우쭐대던 사람들은 자신을 낮추고 이웃을 겸손히 돕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거짓 선지자들의 종교에서는 결단코 발생할 수 없는 일들뿐이었다. 그런 류의 컬트 종교는 의로운 행적이나 구제이나 봉사 등을 잠깐 흉내 내는 경우는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내 썩은 내막이 다 드러나기 마련이었다. 애초에 마귀의 지배를 받는 종교가 진정한 선을 만들어낼 방도는 없었다.
이렇게 두 가지 영적 색채가 극명히 대비되면서 거룩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님은 리온에게 단순한 임무를 맡기셨지만, 이 임무를 통해서 그분은 확실히 알곡과 가라지를 나누셨다. 완벽한 분간은 최후의 심판 날이 되어서야 이뤄지겠지만, 그분의 사역자들을 통해서 미리 일부나마 분리를 보여줄 수는 있었다.
리온의 올바른 설교는 그가 거쳐가는 지역마다 건강한 경건주의 운동의 파동과 풍성한 성령의 열매를 일으켰다.
변화는 처음에는 매우 잔잔한 파동으로 나타났다. 기껏해야 작은 동네 정도 규모의 여파만 일 뿐이었다. 하지만 현 시대는 극한의 통신 연결의 시대. 은하를 관통하는 통신 기술 덕택에 경건주의의 흐름은 빠른 속도로 우주 전역으로 번져나갔다. 종교 개혁이 일어난 Upol 당사자는 물론이고 이웃 성계의 Upol들도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성령의 진정한 열매가 화려한 이적이 아닌 거룩한 삶임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 이렇게 경건주의가 자리한 지역에서는 교인뿐 아니라 불신자들마저도 변화를 받았다. 그들은 매우 놀라며 그리스도인들과 그들이 믿는 하나님을 칭찬했다.
반면, 이단 종교들은 점차 추잡한 본색이 사회 앞에 드러났다. 그들의 본질은 탐욕적이었고 도덕적으로 문란했다. 그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퇴색적이고 사악했으며 부적절했다. 많은 사교들이 손가락질을 받았으며 사교 취급을 안 받던, 나름대로 칭찬받는 종교들조차도 점점 거짓된 모습이 드러났다. 원래라면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공개적으로 고발되지 않았겠지만, 리온에게 주님께서 약속하신 약속이 있었기에 이번만큼은 적들의 속이 속수무책으로 묶였다.
한편, 리온은 하나님의 명령대로 기독교계에 전할 ‘모든 거짓과 진실을 분간해줄 강력한 편지’를 작성하였다.
사실 지구에만 해도 무수한 이단이 존재하는 마당에 한두 개도 아니고 1조 개의 하늘도시에 퍼진 온갖 종류의 이단을 일일이 전부 상대할 시간적 여력은 없었다. 그래서 일망타진이 중요했다. 리온은 핵심이 되는 기준, 빠져서는 안 될 필수 진리들을 최대한 축약하였다. 사람들이 제각기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며 떠들어대지 않도록, 철저히 성경에 기반한 모든 진리를 정리했다.
그는 이 편지에 송신자인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편지가 작성된 지역명을 따서 ‘페르가몬(Pergamon)’이라는 암호명만 명시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았다.
1) 예수 그리스도는 영원 전부터 하나님이셨으며, 동정녀를 통해서 이 땅에 성육신하심으로써 완전한 하나님인 동시에 완전한 인간으로 존재하신다.
2)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고 무소부재하신 거룩한 유일자로 스스로 존재하는 분이시기에 그 어떤 틀에도 종속 당하지 않으시다.
3) 영과 물질과 시공간을 포함하여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하나님께서 창세기에 기록된 방식 그대로 창조하신 결과물이다. 그분의 전적인 소유물이며 그분 뜻대로 처분하거나 심판하실 수 있고 그분께 절대적으로 의존해야만 한다.
4) 하나님은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격으로 구성된 한 하나님이시다. 세 위격은 완전히 동일하며 완전한 하나이며 완전한 사랑으로 연합되어 있으시다.
5) 인간은 최초 조상인 아담의 원죄로 인해 태어날 때부터 철저히 죄악된 본성, 곧 하나님을 멀리하고 자신을 높이려는 본성을 지녔으며 이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반드시 거룩하고 공의로운 심판을 당해야만 한다.
6) 인간의 영혼은 영원히 존재하며 죄를 해결하지 못한 자는 영원한 죽음, 곧 실존하는 지옥에서 영벌을 받으며, 죄를 모두 해결한 자만 영원한 생명에 들어간다.
7) 인간 스스로는 도무지 죄를 씻지도, 해결하지도, 극복하지도, 못하고 심지어 하나님을 찾지도 못한다. 인간은 전적으로 부패해있기에 자기 공로로 구원받지 못한다. 오로지 100% 하나님의 은혜로만 인간의 온전한 구원이 가능하다.
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인간의 죄와 죗값을 해결하셨다. 그곳에서 죄의 형벌, 죄의 권세, 죄의 존재마저 담당하시고 성도의 죄 그 자체가 되셨다.
9)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분을 믿는 자를 의롭게 하시기 위해 사흘 만에 문자 그대로 부활하셨으며 사망의 권세를 완벽히 파괴하신 후, 문자 그대로 승천하셨다.
10)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자신의 죄를 대신 담당하셨음을 믿고 그분께 전인격적으로 순종하여 영접하는 ‘참된 믿음’을 통해서만 구원이 가능하다. 인간의 행위나 자격이나 공로는 이 과정에 일점도 보태주지 못한다.
11) 성경 66권 정경만이 인간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하나님의 계시이며 이것 이외에 거짓된 것을 더하거나 성경을 감해서는 안 된다.
12) 예수 그리스도는 반드시 이 피조계에 다시 강림하셔서 심판하실 것이며 그때 불신자들은 심판을 받고 구원받은 이들은 주님의 부활체로 부활한다.
13)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 구원받는 이유와 궁극적인 목적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원한 영광을 드러내고 그분을 찬양하기 위함이다.
이 편지는 여기에 제시한 가르침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변개하거나 빼거나 변질시키는 경우, 지체없이 이단으로 정죄해야 함을 강력한 권고의 말로 덧붙였다. 심지어 적극적으로 가르침을 더하는 경우뿐 아니라, 소극적인 차원에서 필수적인 가르침을 누락하려는 자들도 거짓 선지자로 정죄받아야 함을 가르쳤다.
리온은 이후로도 방문하는 지역마다 온오프라인으로 교회들에 이 편지를 퍼뜨렸다. 그는 이것을 더욱 멀리 전파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자 갖가지 왜곡된 가르침과 교활한 속임수에 시달려왔던 복음주의자들은 막힌 속이 뚫리는 듯한 상쾌함을 느꼈다. 그들은 이제 성경의 핵심적인 진리 기둥을 명료하게 세우고 이에 도전하는 모든 거짓 복음을 용맹히 퇴치하기로 결심하였다.
각각의 이단 종교를 상세 분석하는 일은 리온의 몫이 아니었다. 어차피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의 편지가 전송되자 자연스럽게 온 우주의 복음주의자들이 화답하였다. 그들 중 몇몇은 자기 지역에 창궐하는 교묘한 이단 종교를 분석하여 그 실체를 고발하는 선언문을 네트워크에 퍼뜨렸다. 이렇듯 진리를 기반으로 한 고발과 경건주의 운동의 열매들이 더해지면서 한창 기독교를 잠식하려 했던 거짓된 가르침들의 위세가 주춤하였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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