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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51회 아벨의 후예 Ch 32. 안내자 (4)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12.05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이번 은하, Gal-Z-1,087,568,433에서는 우주선의 자유로운 항해가 대단히 어려웠다. 이는 우주 공간에 우툼 족 개체와 그 하수인들이 너무도 많이 우글거린 탓이었다. 심지어 별과 별 사이의 텅 빈 공간 안에도 그러했다. 그것들은 별도의 산소나 영양소 공급마저도 필요치 않은 모양이었다. 그 넓은 빈 공간이 그렇게 가득 채워질 정도이니 개체 수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되지 않았다.

   대신에 다른 이동 수단이 존재했으니, 행성과 행성, 항성계와 항성계를 연결하는 특수 통로인 ‘GTX(Galaxy Train Express)’가 그것이었다. 우주선을 타고는 이 통로를 활용하지 못했지만, 개별 생명체의 통행은 허락되었다.

   이에 인터갤럭틱 호는 해당 은하계에서 드물게 우툼의 권세가 약한 어느 영역권에 정박한 채 대기하였고 윤혁 일행을 근방 어느 한 행성에 내려주었다. 행성의 남반구는 인간들만의 땅이었지만, 북반구는 우툼 족이 만든 하위 하청 종족이 서식하는 식민 지대였다. 윤혁과 루디아는 그곳에 거주하는 인간들과 만나 지름길을 안내받은 후, 워프 바이크를 타고 적도 부근으로 이동했다.

   인간과 외계 종족 간에 행성 테라포밍을 두고 경쟁과 알력이 있는 탓인지 이곳 은하 전역에는 거주민들의 신체에 쌓인 환경 부적응 데미지가 상당했다. 하필 알트루즘을 지닌 윤혁의 몸에는 그 데미지가 어김없이 옮겨졌다. 며칠 전까지 회복되었던 윤혁의 건강이 일시적으로 빠르게 악화하였다.

   “내 손을 잡아.”

   루디아가 그를 지탱해 주었다.

   “응.”

   이번에는 주님께서 윤혁더러 루디아의 조력을 받도록 허락해 주셨다. 윤혁은 기꺼이 동료의 도움을 수용하였다. 견딜 힘이 스며들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둘의 행세는 영락없이 시커먼 암흑의 땅을 향해 모험하는 두 명의 지친 순례자의 모습과 같았다. 때마침 그들 앞에는 언제든 배반할 준비가 된 가증한 안내자도 놓여있었다. 헬리웃은 두려움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도 고분고분 윤혁의 지시를 따랐다. 그만큼 카이젤이 주었던 형벌의 냉혹함이 상당했던 모양이다.

   “괜찮겠어? 저 사람 예전 여행 때 널 납치한 범인이었다면서.”

   “형벌을 받는 중이라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 거래. 원한도 이미 잊어버렸어.”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루디아는 조금 염려된다는 듯 귓속말로 말했다.

   “길잡이로 둬도 될까? 나는 조금 걱정돼. 최하위 초인조차도 머리도 좋고 교활하잖아. 속는다면.”

   “음, 그 부분은 나도 고민되지만…….”

   막상 이 문제를 놓고 하나님께 기도로 조언을 여쭤보았지만 특별하게 들려오는 응답은 없었다. 주님은 일상의 모든 문제에 일일이 육성 직통 계시로 간섭하시는 분은 아니었다. 아마 자유 의지에 대한 존중이라고 보아야 하리라. 윤혁은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며 이 상황을 이용한다는 도전을 했다. 설령 최악의 상황이 이르더라도 설마 죽기야 하겠는가. 인류연합부터가 윤혁을 죽이려 하지 않을 테고 루디아도 옆에 있다.

   “게다가 저 골룸도 꽤 유익이 되는 측면이 있는걸.”

   “아니, 어떤 점에서?”

   “으음, 그러니까 말이지……,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런 게 있어.”

   루디아에게 설명하기는 곤란한, 남자들만의 고민이 있었다. 헬리웃의 저 면상을 볼 때마다 전에 당했던 일로 인한 고통스러운 트라우마가 플래시백처럼 재현되는 중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그 덕에 상충하는 두 고통이 상쇄되는 효과가 생겼다. 지난번 이드의 괴롭힘으로 봉인이 해제된 탓에 용솟음치는 혈기가 짓눌려졌다. 덕분에 초인의 리비도, 즉 성욕이 잠잠해졌다. 이런 방법으로도 고난 속에는 선한 목적이 담겨 있구나. 여러모로 교훈이 되었다.

 

 

 

 

 

 

 

 

*

 

 

 

 

 

 

   골룸, 아니 헬리웃은 비굴한 태도를 시종일관 유지하며 두 사람을 인도했다. 그는 우툼 족과 그들의 피조물들을 만나 곤경에 처할 때마다 교묘한 꾀를 내어 일행을 도와주었다. 여기에 여행 시작 전에 레리엔이 루디아에게 선물했던 보물과 데미안이 이번에 윤혁에게 선물한 특수 장비가 도움을 더해주었다. 그것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자 놀라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거대한 괴수들의 장벽을 무사히 통과할 때마다 안도감은 들면서도 의심의 마음은 누룩이 번지듯 커져 갔다. 헬리웃이 순순히 도와주는 게 영 석연찮았다. 하지만 어차피 그의 도움 없이는 GTX를 올바르게 이용할 역량도 없기에 일단 속는 셈 쳐주었다.

   이틀째에 이르러 일행은 마침내 GTX 네트워크에 탑승하였다. 기본적으로는 기차 회로와 유사한 시설물이었는데 통로 하나의 폭만 해도 거의 달 지름에 육박한다는 차이점은 있었다. 그 통로는 웜홀과는 확연히 속성이 달랐고 물리법칙도 통상공간과는 다르게 적용되었다. 다만 이동법 자체는 기차처럼 가만히 앉아서 편하게 이동한다기보다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과 비슷하게 본인이 움직이는 것이 포함된 개념이었다.

   윤혁과 루디아, 그리고 안내자는 GTX 회로를 타고 열심히 여기저기 이동했다. 도중에 이종족들과도 맞닥트렸다. 그 가운데는 일반 레벨의 이종족도 있었고 우툼이 만들어낸 개조 종족도 있었다. 때로는 갤럭시 클래스 이상인 우툼 족의 일원이 직접 나타나기도 했다.

   우툼 족의 개체는 하나하나가 예전에 마주했던 ‘공중부양하는 촉수 물체’를 왜소하게 보이게끔 하는 위세의 괴수였다. 물리적인 부피야 기껏해야 인간의 두세 배 정도였으나, 몸에 품은 잠재력과 권능은 셀레스티언마저 웃도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놈들은 대단히 지능이 높았다. 웬만한 현대형 인공지능을 웃돌 정도로.

   그것들은 GTX 곳곳의 중간 교차로에 골고루 배치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관문을 엄격하게 지키는 수문장들이었다. 민간인으로서는 자력으로 지나가기란 불가능이었다. 하지만 초인인 헬리웃이 이 문제들을 쉽게 해결해 주었다. 그는 우툼들과도 모종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우툼들은 그와의 대화를 기점으로 태도가 금세 바뀌었다. 그들은 금제를 거두고 수수께끼를 제시하였다. 초인이 아닌 이상 풀 수 없는 어려운 수수께끼였다. 다행히 잔꾀에 능한 헬리웃은 수수께끼를 어찌어찌 풀어내었고 일행은 가까스로 턱걸이 점수로나마 관문들을 통과했다.

   스무날 동안 일행은 은하들을 아우르는 광대한 GTX 회로를 거닐며 관문들과 장벽과 요새를 지나쳤다. 도중에 그들은 다양한 행성들을 거쳤으며 이종족의 둥지도 지났다. 어떤 때는 잘못 길을 들어 항성의 열기가 펄펄 끓는 곳에 떨어질 뻔했다. 루디아는 물리 작용을 상쇄하는 슈트 덕에 무사했으나 연구 참여라는 명목으로 별도의 방어 장구도 없이 옷만 걸쳤던 윤혁은 열기에 탈진하여 쓰러졌다. 알트루즘과 루디아의 조력 덕에 순식간에 회복은 되었으나 이런 패턴이 반복되니 점점 지쳐가는 게 눈에 선했다.

   “난 저 골룸이라는 안내자를 도저히 못 믿겠어.”

   참다못해 루디아가 조심스레 항변했다. 아무리 곱게 봐주려 해도 안내자가 의도적으로 중간중간 위험한 길로 일행을 유인하는 것 같다는 의심이 지워지지 않았다. 실제로 전에 윤혁을 납치한 전과마저 있는 범죄자이니 그녀의 의심은 타당했다.

   하지만 윤혁은 일단 목적지까지는 가보자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루디아는 윤혁이 회복할 때까지 절대 손을 놓지 않고 함께하였다. 걱정해 주는 마음이 짙어질수록 보조 치료 효과가 점점 강해지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따뜻하네.”

   “좀 정신이 들어?”

   “응, 덕분에.”

   둘은 마음속으로 주님의 보호 하나만을 의지하며 의심과 염려를 떨쳤다. 여전히 하나님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섭리를 베푸셨고 필요한 것을 제때 공급하시는 분이다. 의심스러운 상황들이 눈앞에 펼쳐질 때마다 둘은 이 사실을 굳게 믿으면서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방식을 기대했다.

 

 

   이윽고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한 달째가 되었다. 세 일행은 우툼 종족의 본토이자 그들 권역의 심장부에 당도했다. 한 달이라고는 했으나 실제로 우주 표준 시간으로는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헬리웃은 어떤 위협감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점점 초조해하는 기색을 면상 위로 보였다. 어떻게든 달아나려는 속셈이 얼굴에 선히 드러났다. 윤혁은 그를 꾸준히 감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체 무엇이 저자를 겁에 질리게 했는지 궁금했다. 우툼 족마저 이용할 수 있는 초인을 공포에 질리게 하려면 그 이상의 위상을 소유한 존재일 터. 심상치 않았다.

   우툼 족의 본토는 스무 개 이상의 가스 행성을 물리적으로 융합해서 만든, 일종의 거대한 생체 건물이었다. 물론 기계 재질도 상당히 섞여 있었기에 마냥 생체 시설이라고 분류하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그곳에서는 유기체와 무기물뿐 아니라 각종 신물질 등이 한꺼번에 생성되고 있었다. 물리계에 원래 속하지 않은 물질들까지도. 예전에 윤혁이 하늘도시 내에서 모험할 때 목격했던 ‘종의 기원’인 ‘뿌리’를 떠올렸다. 그런 뿌리를 약 수억 개쯤 합쳐 압축한 초전자 융합체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곧 흉악하게 생긴 외골격 갑주로 둘러싸인 우툼 개체 수천 명이 윤혁 일행을 맞이하였다. 그들은 얌전히 따라오라며 일행에게 강압 조로 지시하였다.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통로 양옆으로 우툼 개체들이 줄줄이 열을 지어 대기하며 감시하였다. 질서 정연한 기강의 군대였다. 수효도 굉장했지만, 하나하나의 개체가 가진 위세도 엄청났다. 윤혁과 루디아는 가까스로 용기를 쥐어짜 내 꿋꿋이 따라갔다.

   깊은 지하의 심장부가 가까워지자, 헬리웃은 거의 이성을 잃고 벌벌 떨었다.

   ‘저 인간이 대체 왜 저러지?’

   마침내 이곳을 다스리는 이의 옥좌 앞에 다다르자, 공간 개조형 게이트가 하나 개방되었다. 이동을 목적으로 하는 통상의 게이트라기보다는 공간 자체의 구조를 변형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중력파나 충격파를 비롯해 어떤 물리적 왜곡 현상도 없이 고요하게 개방되었다.

   “히익.”

   그때 헬리웃은 두려움을 차마 이기지 못한 채 윤혁을 붙잡았다. 그는 옥좌에 앉은 ‘그자’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윤혁을 인질로 삼을 생각이었다. 루디아가 막으려 했으나 영악한 헬리웃은 재빨리 루디아를 밀어 넘어뜨렸다.

   그리고 그 순간, 수만 기의 우툼들이 날아 들어와 헬리웃의 팔다리를 에너지 창으로 찔러 봉인했다. 전세가 역전되어 헬리웃은 꼬챙이에 꽂힌 물고기 신세가 되었다. 이윽고 넘어져 있던 윤혁과 루디아 앞으로 거대한 게이트가 활짝 벌려지더니 웅장한 왕좌의 본체가 나타났다. 처음 보였던 옥좌는 매개물이고 게이트 너머에 있는 것이 진짜였다.

   “어서 오거라, 얘야.”

   왕좌 위에는 조그마한 체구의 소녀 한 명만이 앉아있었다.

   “네가 소문의 그 아이, 파파의 하나뿐인 동생이로구나.”

   윤혁과 루디아는 조용히 높은 곳에 앉아있는 근엄한 소녀를 올려다보았다.

   “반갑구나, 꼬마야. 내 이름은 세미온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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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회 아벨의 후예 Ch 32. 안내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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