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컨텐츠는 [유료컨텐츠]로 미결제시 [미리보기]만 제공됩니다.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55회 아벨의 후예 Ch 33. 세미온 (4)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12.17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각성한 이후의 세미온의 삶은 이러하였다.

   그녀는 자각한 그 능력으로 거듭 타인의 자아 흔적을 먹어 치웠다. 그 결과 그녀는 수많은 인간들의 기억과 정보를 얻었다. 그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먼저는 좁은 울타리의 세상 너머의 더 큰 세상, 그리고 더 나아가 과거의 역사에 대해 긴밀히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의 시작, 나아가 그 뿌리인 관리자의 정체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수확이 없지는 않았다. 타인의 자아 흔적을 먹어 치우는 과정에서 그녀의 뇌와 정신에 서서히 개화 작용이 나타났던 것이다. 지식과 역량이 성장했으며 잠재 능력이 발아하여 족쇄를 깨트리고 깨어났다. 그녀는 그녀 본연의 모습인 최상위 초인에 서서히 가까워졌다.

   “더 나아가 나는 나를 묶던 족쇄를 변형해 내는 데도 성공했지.”

   “그게 정말인가요?”

   놀란 루디아와 윤혁이 거의 동시에 외쳤다.

   “아까 말하지 않았느냐. 내게도 카리스마타가 있다고 말이다. 내게는 딱 두 개의 카리스마타가 있지. 부대표 같은 예외가 아니면 아무리 최상위 초인이라 해도 기껏해야 하나를 갖는 게 보통이니 나는 조금 특별한 경우인 셈이지.”

   그녀 소유의 두 개의 카리스마타란 다음과 같았다. 하나는 앞서 말한 자아 흔적의 흡수, 다른 하나가 바로 변형 능력이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변형시키는지는 세미온 자신도 완벽히 다 활용해 보지 못했기에 잘 몰랐다. 다만, 확실한 것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존재하는 실체에 변형을 가할 수 있는 재능임은 분명했다. 그 증거로 그녀가 과거에 족쇄인 표식을 변형시켰던 것, 그리고 최근 QUASAR-II의 천체혼 공명력으로부터 ‘하젠트라’를 생성해 내는 데 성공한 것, 그 두 사례는 두 번째 카리스마타와 관련된 것으로 그 효능을 입증해 준다.

   “참고로 내가 지닌 그 두 고유 재능은 서로 얽혀있었느니라. 그래서 하나를 발동하자 나머지 하나도 그에 딸려 활성화되었던 거지. 마치 양자적 얽힘과 비슷하다고 할까나.”

   “계속 타인의 자아 흔적을 흡수하다 보니 다른 재능인 변형 작용도 불수의적으로 발동된 것이군요. 그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표식까지 변형하였던…….”

   “뭐, 그렇게 된 셈이지.”

   그렇게 유년 시절의 세미온은 비정상적인 성장을 거듭하였다. 그리고 끝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세미온이 족쇄를 완전히 깨부수고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버린 일이 발생했다.

   즉시, 관리자는 이 위험한 이변을 감지하였다. 그는 자신의 예상을 벗어난 이변의 개체가 등장한 사실을 발견하더니 처음에는 크게 격노하였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줄 아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관리자는 세미온을 직접 자신 앞으로 소환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파파를 만났단다.”

   관리자인 카이젤은 자신이 세운 초기 단계 하늘도시 프로젝트의 허점을 깨달았다. 나름대로 그로서는 치밀하게 계산해서 세운 계획이었다. 과거에 인류가 사용했던 사법 용도의 정신 간섭 장비를 개선해서 식민지 주민을 통제하는 나노머신 형태 족쇄로 썼고 그 효능은 확실했다. 그것을 깨트려버릴 만큼 뛰어난 초인이 그 안에서 발생할 줄은 몰랐지만.

   그는 세미온과 더불어 그녀와 동류인 케이스들, 곧 새로 각성한 최상위 초인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는 그들의 속성을 낱낱이 분석했다. 족쇄를 어떻게 자력으로 변형했는지, 그들이 지닌 기이한 고유 재능은 대체 성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언제쯤 초인으로 각성했는지도 낱낱이 연구하여 밝혀내었다.

   처음에는 카이젤도 경계하였다. 물론 저렇게 기이한 두 개의 카리스마타를 가진 최상위 초인이 자주 등장하지는 않겠지만, 언제 또다시 폭탄처럼 초인이 각성할지 모르는 마당에 불완전한 하늘도시 프로젝트를 현 상태로 내버려두기는 불안했다. 자칫하면 목줄로 온 우주 인류를 묶으려던 계획이 무산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때 세미온과 두 명의 동지가 왕에게 고백했다. 자신들은 족쇄를 변질케 하여 해방을 얻는 과정에서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되었노라고. 콜로니의 정체가 무엇이며 거기 갇혀있는 사람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아냈음을 털어놓았다.

   자칫하면 이는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도박이었다. 카이젤도 처음에는 너무 많은 진실을 알아버린 그들을 조용히 이승에서 지워버리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목숨을 판돈으로 내놓은 도박에서 당당히 승리했다. 그들 자신의 필요 가치를 입증함으로써 말이다.

   “저희는 그자들의 편도 아니며 공감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종입니다.”

   “우리는 당신을 우리의 영도자이자 아버지, 파파로 섬기겠습니다.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저희를 마음껏 이용해 주세요. 파파께서도 우려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 불온한 자들이 사슬에서 벗어날까 염려하시는 중이잖습니까?”

   “결단코 그런 불상사는 허락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주 인류가 아무리 불어날지라도 그들은 영원히 파파의 통제 아래 노예로 종속되어야 합니다. 당신의 중앙 권력은 절대적으로 모두를 제어해야만 합니다.”

   “저희는 당신이 걱정하는 모든 불확정성의 가능성을 제거해 드리고 우주 인류가 영원한 노예로 남게끔 힘을 보태겠습니다.”

   세미온과 동류들은 카이젤 앞에서 절대복종의 맹세를 했다. 이미 완벽한 위버멘쉬로 각성한 카이젤은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남다른 경지에 달해 있었다. 그는 돌발 변수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그는 그들을 자신의 편에 합류시켰다.

   “너희가 내게 대체 불가능의 유익이 될 이유가 무엇인지 짧게 설명해 봐라.”

   카이젤이 평가를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세미온이 자신의 계략을 발표하였다.

   “우주 인류 가운데 초인이 등장하는 일이 더는 문젯거리가 되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다시 말해 장차 우주 인류 가운데 등장할 모든 초인을 안정적으로 수확하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마련해 그들을 당신을 섬길 종으로 양산하겠습니다.”

   그녀는 나름대로 치밀히 구상한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했다. 카이젤이 느끼기에는 다소 조잡하고 흠이 많은 면도 있었지만, 의외로 독창적인 면이 탁월한 사고방식은 높이 평가할만했다. 제법 흥미진진해진 카이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라면 조금 시시하군.”

   “한 가지 더, 이미 아시게 되었겠지만, 우리에게는 족쇄를 변형하는 데 쓰일 고유 재능이 있습니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을 때는 무익한 잡기(雜技)에 불과하지만, 파파의 위대함이 더해진다면 분명 엄청난 가치로 승화되지 않겠습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우리의 고유 재능을 이용하십시오. 족쇄를 개량하여 절대불변의 지배력으로 개조합시다. 그리하여 제아무리 뛰어난 존재가 등장하더라도 그 존재가 당신을 넘어서지 않는 이상 무조건적으로 충성을 바칠 수밖에 없는 권능으로 만드는 겁니다.”

   이 제안을 던진 건 세미온이 아닌 다른 한 사람이었다. 흥미롭게도 그들 셋은 영적인 세쌍둥이라도 되는 것인지 비슷한 류의 카리스마타를 지니고 있었다. 각기 조금씩 특질은 달랐지만 본질은 하나인 재능이었다. 혈연관계가 전혀 없음에도 마치 셋이서 하나의 세트를 이루기 위해 신에 의해 창조된 것만 같았다.

   카이젤은 이 제안에 이렇게 응답했다. 먼저 그는 예고 없이 ‘학습의 괴물’으로서의 능력을 사용해 그들의 카리스마타를 그대로 복제해 자신의 것으로 취했다. 얼마나 쓸만한 능력인지 확인해 볼 심산이었다. 그저 그런 가치에 불과하다면 적당히 이용한 뒤 버릴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 잠재력을 확인한 직후 그는 매우 놀랐다.

   ‘활용의 가치가 상당하군.’

   카이젤의 학습 능력은 기본적으로 능력을 베낀 상대의 원본 능력을 넘어서는 경지에 순식간에 이른다. 그러므로 알맹이를 빼낸 이후 세 초인을 굳이 활용할 이유는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 카리스마타는 워낙에 특수했기에 능력을 갖춘 자가 하나인 것보다는 여럿인 편이 곱절 배로 유용했다.

   ‘방금 내가 복제해 둔 능력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원본 재능을 지닌 이 녀석들 자체도 충분히 이용할 가치가 있다. 아무리 내가 동시에 저들 셋의 카리스마타를 소유하더라도 활용자의 머릿수가 하나뿐이면 활용 폭에 제한이 따른다.’

   그는 머릿속에서 어떤 큰 계획을 하나 떠올렸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족쇄를 변질시키는 카리스마타를 품은 세 초인의 역할이 각각 다 요구되었다. 이들 고유 재능의 소유자들은 반드시 실험체로 쓰여야 한다. 카이젤 자신은 실험체로 쓰일 수 없는 노릇이니 그들을 남겨두어 쓰는 편이 합리적이리라는 판단이 섰다.

   “좋아, 너희를 내 수하로 거둬주지. 더 입증해 줄 가치는 없나?”

   “아직 하나 더 있습니다.”

   이미 제안을 꺼냈던 둘을 제외한 나머지 하나가 카이젤에게 제안했다. 오랫동안 그들이 구상해 온 장기적인 거대 규모 프로젝트를 수용해달라고. 우주 인류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아이디어였다. 구체적인 사항 하나하나를 살핀 카이젤은 상당히 감탄했다. 그가 생각해 온 청사진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그가 미처 생각지 못한 방향 전환과 아이디어도 담겨있었다. 흡사 허를 찔린 것 같아 자존심은 상했지만, 미약한 존재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시다시피 우리는 파파에 비해 비천한 존재이지만, 그래도 당신의 조수로써 활용하기에는 효용성이 나쁘지 않습니다.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를 당신의 카드로 이용해 주세요. 쓰다가 버리셔도 상관없습니다. 당신의 복수를 이루기 위해 마음껏 이용하세요. 우리는 우리를 낳아준 족속에게 아무런 애정도 없습니다. 그들은 무가치한 버러지들일 뿐입니다. 그들은 더 위대한 인류를 생성하기 위한 발판이자 소모품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능력과 고유 재능을 모조리 당신에게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카이젤은 그 후로 몇 가지 평가를 거친 후에 결정을 내렸다.

   “좋다. 너희를 받아들이지. 정식으로 내 부관으로 인정해 주겠다. 아울러 인류연합과 U-society의 멤버로 편입해 주마. 너희 능력과 너희 성과에 대한 보상은 후하게 치르겠다. 지금부터 너희는 식민지 주민에서 벗어난 존재다. 그리고 너희는 특수한 역할, 즉 나를 제외한 누구와도 접촉해선 안 된다.”

   그들은 이에 기꺼이 복종하였다.

   “감사드립니다.”

   그날 이후, 세미온과 동료들은 우주 인류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관리를 돕는 카이젤의 조수가 되었다. 사실상 그때부터 새 시대가 개막하였다. 그들이 등장한 후로는 우주 인류 프로젝트의 질적 수준은 급진적으로 변화하였다. 세미온 일행의 출현은 지배받는 우주 인류 입장에서는 속박의 저주였고 카이젤 입장에서는 의외의 호재였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찜하기 첫회 책갈피 목록보기

작가의 말

.
이전회

554회 아벨의 후예 Ch 33. 세미온 (3)
등록일 2025-12-12 | 조회수 9

이전회

이전회가 없습니다

다음회

556회 아벨의 후예 Ch 33. 세미온 (5)
등록일 2025-12-17 | 조회수 3

다음회

다음회가 없습니다

회차평점 (0) 점수와 평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단, 광고및도배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