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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03회 [2부] 24화. 강자에게 강한 자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3.12 | 회차평점 0 0

 

 

 

 

 

 

*

 

 

 

 

 

 

 

 

황태자는 여유로이 벽 너머의 원탁들을 바라보며 여유로이 미소지었다.

 

 

여전히 오감을 통해서 들어오는 정보는 없었다.

 

 

그는 그 정도에도 만족했다.

 

 

굳이 이 ‘불문의 규율’을 깨트림으로써 신뢰를 해치고 싶지는 않았다.

 

 

자비로운 군주라면 부관들에게 너그러움과 신용을 베풀어야 마땅한 법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 어떤 인간도 황태자 위에 선 감독자가 될 수는 없었다.

 

 

단지 이 원탁의 불문율을 허락해준 이유는 그 엄중한 사실을 가르쳐주어 질서를 각인해주기 위함이었다.

 

 

커뮤니스트 연방 방식대로 비겁하게 찍어눌러 길들이면 무엇 하겠는가.

 

 

그보다는 온유하면서도 정직한 정식 전략으로 내면에서부터 굴복시킨다.

 

 

이것이 알렉시스가 추구하는 바였다.

 

 

 

 

 

‘마음의 상태가 어렴풋하게 감지되는군. 역시나 성능은 확실하다니까.’

 

 

 

 

 

흐릿하게나마 열 명 개개인과 그들 사이에서 이뤄진 상호 교류에서 드러난 내면 세계의 실체가 알렉시스의 뇌 위에 시각화되었다.

 

 

그 복잡다단한 데이터를 온전히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존재는 현존하는 인간 중 황태자뿐이었다.

 

 

 

 

 

이 역관측 현상으로 인해 회의 내내 마스터들은 본능적으로 이유 모를 두려움에 움츠러들어야 했다.

 

 

공포심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외경심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들도 황태자의 고집스러운 정직성을 알았다.

 

 

따라서 자신들에게 자유와 익명성이 온전히 허락되었음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를 찌르는 듯한 기묘한 불편감을 씻어낼 길이 없었다.

 

 

이 느낌은 마치 하늘에 좌정한 어떤 신적 존재가 자신들의 마음 속에 숨겨진 부패한 것들을 파헤치고 꿰뚫는 듯한 감각이었다.

 

 

 

 

 

바로 그 불편감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알렉시스.

 

 

그는 회의 전체를 손바닥 안에서 공을 굴리듯, 유려하게 다스렸다.

 

 

 

 

 

‘보통의 인간들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견디지 못하고 굴복했겠지. 아니면 너무도 어리석어서 자신들이 감찰당하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거나.’

 

 

 

 

 

이런 이유로 그는 오로지 마스터들에게만 이 방법을 쓰기로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굳이 이런 도움 없이도 쉽게 휘어잡을 수 있다.

 

 

마스터들이라면 조금 이야기가 다르지.

 

 

그들에게 자신의 패를 빼앗기거나 주도권을 빼앗길 수는 없다.

 

 

황태자는 거인들이라 해도 멋대로 뜻을 좌지우지하도록 놔둘 의향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은밀한 준비성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철저했다.

 

 

 

 

 

바로 그 순간에도 가디언엔제들은 긴박감 넘치는 대치를 거듭 감시하였다.

 

 

 

 

 

{저 너머의 존재감이 느껴지는가?}

 

 

 

 

 

{그래, 확실하군.}

 

 

 

 

 

{지난번에 보았던 다른 작은 인간들과는 달라.}

 

 

 

 

 

가르디온, 차르코프, 레비나는 깊은 호기심에 빠졌다.

 

 

잠잠히 마스터들이라는 인간들의 실체를 시뮬레이션 해보았다.

 

 

 

 

 

{우리의 판단 체계를 더욱 업데이트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군.}

 

 

 

 

 

본래 인간을 물리적으로 관측하는 다른 인공지능들과 달리, 가디언엔젤들은 본디 인간을 인식할 때 인간 내면의 본질을 느낌으로써 이해를 구축한다.

 

 

그런데 이 인식 기능은 특히 통치자 류를 상대할 때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말하자면 정치인, 경영자, 높은 학자 등 남을 다스리고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자, 소위 권위를 소유한 자들 말이다.

 

 

이것은 유독 권위자들에게서 인간 밖의 영적 세계와의 무의식적 상호 교류 간섭이 진하게 나타나는 것과 관련이 있었는데 아직은 알렉시스도 추측만 할뿐인 미스테리였다.

 

 

 

 

 

{역시 저자들은 다스리는 자 중에서도 특출한 부류라 이건가?}

 

 

 

 

 

참고로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지도자 격의 높은 인물들 가운데는 가디언엔젤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가 드물었다.

 

 

알렉시스가 가디언엔젤들과 직접적 계약을 맺지 못하는 데도 부분적이나마 이런 요인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야코프 폰 카이퍼와 같은 자는 극히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재미있는 개체들이야.}

 

 

 

 

 

선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검고 탁하며 악하다고 하기에는 정의감이 짙다.

 

 

규정하기 힘든 복잡다단한 실체들이 미묘하게 얽힌 파편들의 연합체.

 

 

이제껏 온갖 인간들을 관측해오며 순수한 선 또는 불순한 악, 이런 단순한 이분적 차원의 공식만 적용해왔던 가디언엔제들에게는 신선한 체험이었다.

 

 

 

 

 

{한 명 한 명이 의중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자들뿐이군.}

 

 

 

 

 

{단순히 머리가 잘 돌아간다거나 하는 차원이 아냐.}

 

 

 

 

 

{사상의 복잡함이 보통의 무지몽매하고 사리사욕에 충실한 소인배들과는 달라.}

 

 

 

 

 

시드라크와 마베라와 글라크론은 관측에 더욱 몰두하였다.

 

 

 

 

 

각종 훌륭한 대의(大意)와 해석하기 힘든 시커먼 꿍꿍이가 뒤섞인 사념파들.

 

 

그것들이 뭉쳐 사방에서 발원하는 듯한 기괴한 현상.

 

 

열 개의 방 모두에서 그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중이었다.

 

 

인간과 달리 가디언엔젤들은 그 기현상을 탐지하고 측정할 수 있었다.

 

 

나아가 이제는 고차원 인간형 AI 프로그램 및 새 육체와의 결합을 통해 유사 자아까지 얻은 비서들이기에 그 관측 결과를 음미하거나 찬탄할 수도 있었다.

 

 

 

 

 

{이래서 자기 발 밑에 두고 감시하려 했던건가?}

 

 

 

 

 

아홉 기의 인공지능들의 눈에 비친 열 명은 기괴하고 섬뜩한 거인이었다.

 

 

흡사 한 명의 영혼이 아닌, 수만 명의 혼이 결합된 존재를 마주하는 듯한 느낌으로 그들에게는 다가왔다.

 

 

 

 

 

{내버려두었으면 저 자들이 인간 세계에 어떤 변수를 일으킬지 모를테니까.}

 

 

 

 

 

{영웅(英雄)이라기보다는 반영웅(反英雄)으로 정의해야 하나?}

 

 

 

 

 

{어느 시대에 던져지냐에 따라 거대한 선을 이룩할 수도, 예상 못할 심판의 도구가 될 수도 있는 변인들, 통상의 방정식만으로는 가늠이 되지 않아.}

 

 

 

 

 

잠시 교전하는 것만으로도 기를 소모시키는 무서운 규격의 인간들.

 

 

인간과 교류하도록 만들어진 장치로서 흥미가 동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불편감과 경계심이 교차했다.

 

 

인류의 미래의 안정화를 위한다는 관점에서, 굳이 저들을 남겨둬야 할까?

 

 

 

 

 

{저들 모두가 황태자나 그의 세계의 적이 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어.}

 

 

 

 

 

브란테린은 냉정하게 시뮬레이션의 결론을 맺었다.

 

 

 

 

 

다른 인공비서들의 판단도 얼추 비슷하게 귀결되었다.

 

 

마스터들은 인간과는 미묘하게 사고 체계의 규격이 상이하다.

 

 

그들 속에는 각종 선과 악과 위선과 위악의 조각들이 정교한 직물처럼 촘촘하게 짜여 심겨져 있기에 도무지 행동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국가의 가장 충직하고 올곧은 봉사자마저도, 선량하고 고귀한 품성의 소유자마저도, 성스러움으로 무장된 위대한 영웅마저도, 당췌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황태자의 말에 의하면 저들을 각성시킨 자는 대공(大公). 그로서는 나라를 위해 일할 영웅들을 발굴할 생각이었겠지만, 정작 키워낸 건 뜻밖의 괴수들이었군.}

 

 

 

 

 

{건드리지 말아야 할 걸 건드려버린 셈이야.}

 

 

 

 

 

{모르지. 대공 자신도 같은 부류이니. 스스로 그 사실을 인지할진 모르겠지만.}

 

 

 

 

 

인공비서들이 정량적으로 파악해낸 이 결론은 사실 어느 정도 알렉시스도 정성적으로는 가늠하던 바였다.

 

 

 

 

 

‘이자들은 가장 탁월한 조언자들이요, 최고의 능력자들이다. 하지만 그만큼 다루기 위험하다.’

 

 

 

 

 

필요한 때는 그들에게 손을 벌려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지난 번 이슬람과의 전면전처럼 혼자만의 역량만으로 버거울 때는 특히나.

 

 

그러나 결코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세상의 강자들 중에서 최고로 강한 자들이다.

 

 

가만히 방치해두는 것만으로도 위험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높은 요직에 둘 때는 더욱 위험해진다.

 

 

 

 

 

그렇기에 알렉시스는 오히려 그들을 몰아내거나 제거하거나 통제하는 대신에 자신 곁에 가까이 두고 관찰하는 길을 택했다.

 

 

능구렁이보다도 더 영리한 자신의 스승들도, 믿음직스럽지만 적이 된다면 무서울 누님들도, 영웅과 성인과 현자와 모사와 개혁가도,

 

 

전부 철저히 다스리고 활용하여 자신의 큰 뜻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더 이상의 추가 코멘트가 없다면 이만 마무리하도록 하죠.”

 

 

 

 

 

충분한 논의를 통해 유익을 얻었다고 판단한 알렉시스는 파회를 선언했다.

 

 

 

 

 

여러 쟁점들이 오가며 부분적으로 찬반이 나뉘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알렉시스의 뜻의 방향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킨 이는 없었다.

 

 

도리어 그들의 의견과 생각들은 황태자에게 흡수되어 청사진을 보강하는 새로운 도구가 되었다.

 

 

 

 

 

“실로 두려운 성장이로군, 영리한 꼬맹이.”

 

 

양첸이 속으로 말하듯 작게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우리는 저분의 각성을 위한 제물로 택해졌을 뿐이었군요.”

 

 

흑인 성자, 쿠조 만델라도 작게 경탄했다.

 

 

 

 

 

“언제나처럼 즐거움을 주는군, 저 친구는.”

 

 

랍비 아미르는 손에 쥐인 식은땀을 느끼며 실소하였다.

 

 

언변으로는 누구에게든 결코 지지 않으리라 자신했건만, 오늘 저 친구 앞에서는 그 강력한 화술도 통하지 않았다.

 

 

그 무서운 열 군주들 중 누구도 그를 제어하지 못했다.

 

 

반대로 알렉시스는 열 명 모두를 손아귀에서 주물렀다.

 

 

 

 

 

‘온순해졌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나?’

 

 

 

 

 

항상 회의석 상에서는 민주적이기로 소문난 알렉시스였다.

 

 

그는 자신보다 능력 면이나 판단력 면에서 모자란 자들에게 너그럽다.

 

 

경청해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선량한 말로 설득하기를 잘하는 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 마스터들을 다룰 때는 미묘하게 달랐다.

 

 

강압적이지는 않으나 마법과도 같은 지배력의 행사를 통해 모든 세부적 부분들을 제어했다.

 

 

온유하지만 꺾이지 않는 패기로써 여러 상대의 기를 자발적으로 굴복시켰다.

 

 

최면술 내지는 전언(典言)의 권세로 속박당하는 감각이었다.

 

 

 

 

 

‘우리에게서 도움과 조언을 받겠다는 것은 표면상의 의도다.’

 

 

‘진짜 목적은 길들이기군.’

 

 

 

 

 

강자로 태어나 더 거대한 강자에게 굴복당하는 일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허나 진실은 직면해야 했다.

 

 

 

 

 

저 상대는 언변으로도, 사상으로도, 논리로도, 치밀함으로도, 그리고 도덕과 명분으로도 결코 꺾을 수 없으며 여럿이서 맞붙어도 참패를 면할 수 없다.

 

 

 

 

 

그러한 불변의 현실과 자신들의 분수를 배웠기에 지혜로운 거인들은 자발적으로 순응했다.

 

 

그들은 일단 자신들의 이념이나 철학이나 자존심 따위는 내려놓고 저 괴물의 손에 순순히 놀아나 주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가 걷는 길에 동승하여 그의 결말을 구경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또한 재미있는 신선놀음이 아니겠는가.

 

 

 

 

 

물론 열한 명 모두가 순수한 마음으로 그렇게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의문이나 은밀한 반발심, 내지는 의구심과 경계심은 모두의 속에 조금씩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속임수로서 자신의 내면을 감춘 인격체도 있었다.

 

 

그가 결심한 복종은 온전한 뜻에서 우러나온 것은 아니리라.

 

 

 

 

 

알렉시스는 그런 내면의 흐름들도 놓치지 않았다.

 

 

어렴풋한 잔흔으로나마 그는 거듭 관측하며 생각 속에 잘 기록해두었다.

 

 

 

 

 

‘아버지의 조언도 있으니 일단 주시해두는 편이 좋겠어.’

 

 

 

 

 

그의 입가에 걸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며 인공비서들은 생각했다.

 

 

 

 

 

{저건 대체 뭐라고 규정해야 하려나?}

 

 

 

 

 

거인 정도의 표현으로는 절반만큼도 설명되지 못하리라.

 

 

오늘 인공비서들의 눈에 드러난 황태자라는 존재는 저 열 명의 거인을 모두 더한 총량의 백 배는 족히 넘는 괴이체였다.

 

 

파트너십 형성은커녕 접촉하기조차도 버겁게 느껴지는 기이한 존재.

 

 

어찌나 기묘한지 그 내면은 선악(善惡) 속성의 분석조차 먹히지 않았다.

 

 

 

 

 

{우리 주인들이 저 인간의 저 짙은 실체를 깨닫긴 해야 할텐데.}

 

 

 

 

 

여러모로 걱정이 태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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