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09회 [2부] 30화. 에니그마 (3)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3.31 | 회차평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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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희랍 설화의 괴물들 가운데 아주 유명한 셋이 있다.
히드라, 키메라, 네메아 사자, 이렇게 셋은 형제지간이다.
이 중에서 좀 더 유명한 쪽은 히드라다.
그것은 여러 개의 머리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흉악한 뱀이다.
전승에 따라 그것이 보유한 머리의 개수가 조금씩 다르게 알려지긴 했으나 대체로 아홉 머리를 지닌 왕뱀으로 알려진다.
각 머리는 잘라내어도 다시 재생할 수 있는 권능을 지녔다.
그리고 그 가운데 마지막 머리는 불사의 힘을 지녔기에 누구도 베지 못한다.
네메아의 사자는 그만큼 악명이 높지는 않으나 위험도로는 그에 버금간다.
그 괴물은 코끼리만한 체구에 강철보다 단단한 가죽을 소유한 괴물이다.
마지막으로 키메라는 뱀과 사자의 신체를 모두 지니고 있다.
제로스가 짐작하기론 이 신화 속 괴물들은 모종의 영적 실체에 대한 비유였다.
세상을 호령하는 악령들은 아마 자신들이 발명해낸 어떤 청사진을 과시하기 위해 신화들 속에 의도적으로 하빈저(징조)를 삽입해내었을지도 모른다.
알렉시스가 포착해낸 그 실체는 키메라라고는 표현했으나 정확히 말하면 키메라, 네메아의 사자, 히드라 모두의 합성체였다.
더 엄밀히 말하면 요한계시록의 괴물 기수들과 흡사했다.
“그나저나 이 그림의 이 부분, 좀 남사스럽고 흉측하군.”
에쉬튼은 큰형의 그림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한 부분을 지적했다.
“아홉 개의 꼬리가 뻗어나오는 위치 말이야.”
“그게 어때서?”
“아무래도 좀 애매하고 흉측하잖아. 꼬리뼈라기보다는 마치…….”
“음부(陰部)에 가깝지. 정확히 의도를 잘 집었네. 저건 사실 꼬리라고는 표현했지만 사실은 괴물에게 달린 아홉 개의 생식기에 가깝다고 봐야지.”
“윽.”
제로스가 확인사살을 해주자 에쉬튼은 역겹다는 투로 미간을 찌푸렸다.
“뭐, 거기에도 특별한 의미가 담긴 건가?”
“종교란 건 본래 재생산의 속성을 띤 원동력이지. 가계를 통해, 민족을 통해, 심지어 세계 단위의 포교를 통해 무한정 확산되는 특성을 지녔잖아. 그리고 종교들의 진화 과정에서 사상의 변조가 동반되고 문화의 변질도 이뤄지지.”
“틀린 말은 아니다만, 역시나 거북하네.”
“실질적으로 모든 문화의 뿌리를 조종하는 힘이니까. 역겹다는 데는 동의해.”
하지만 히드라의 여러 머리들이 한 몸이면서도 하나로 합쳐지지는 않듯, 종교들끼리의 융화도 쉬이 이뤄지지 않는다.
기원은 같음에도 오랜 세월 그것들은 어느 정도 분리된 선을 유지한 채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통 분모가 아예 없지는 않다.
“바벨 시티는 말하자면 모든 종교, 정확히는 참된 신앙을 제외한 모든 인간 기원의 종교들의 시작점이었지. 그렇기에 거기서 파생된 것들은 무엇이건간에 공통된 일련의 특성들이 존재해. 희미하게나마 잘 분석해보면 찾아볼 수 있지.”
“네가 말한 그……, 뭐냐, 그, 악령들의 영향력을 말하는 건가?”
“아, 맞아. 사탄적인 기원도 분명 뿌리 성분 가운데 존재하지.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야.”
이성적인 성향인 에쉬튼에게 사실 이런 초자연적인 접근법은 상당히 거북하고 안 맞았다.
도움을 청하러 온 입장이니 최대한 겸손하게 경청해주긴 할 테지만.
“그럼 뭐가 또 있는데?”
“홍수 이후 인류의 조상인 노아는 분명 올바른 신을 올바른 신앙으로 섬기고 있었어. 그가 행하던 관습들이 후손들에게도 전승되었지. 비록 참된 알맹이는 실종된 채, 껍데기만 왜곡된 형태로 전파되긴 했지만, 분명 진실된 것에서 유래되었던 요소들이 이후 파생된 모든 거짓 모작들에도 녹아들었어.”
“으음.”
여전히 에쉬튼에게는 흥미를 유발하는 주제가 아니었다.
다소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할까나.
하지만 일단은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모든 종교는 인간 본연의 양심에 심어진 법에 기반한 명령을 호소하고 있단 말이지. 악행이나 악덕을 장려하는 종교는 극히 드물어.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선한 것’의 모양새를 인정하며 그것을 독려하려고 해. 착하게 사는 것을 강조하며 윤리를 요구하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것은 보편적으로 대중에게 ‘종교’라고 받아들여지기 어려울테니까.”
악덕을 요청하는 종교가 있다면 보통 그것을 ‘종교’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컬트라는 용어가 따로 예비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제로스는 그 둘을 그리 구분하지 않을 듯한 모양새였다.
“그래, 하지만 절대적인 하나님의 윤리와 달리 인간의 윤리란 불완전해. 인간 내면에 신의 형상의 흔적을 담고 있기에 어느 정도 공통 분모는 갖지만, 타락 이후로는 인간은 양심도, 도덕 기준도, 전부 왜곡되어 버렸어. 그래서 종교들에 담긴 윤리도 불완전성을 띠지.”
‘더 큰 문제는 그런 불완전한 도덕 기준을 인간의 헛된 노력으로 지키는 것만으로 구제를 이룰 수 있다고 착각하는 점이지만.’
허나 지금 논하고 싶은 부분은 선행 구원과 은혜 구원의 차이가 아니었다.
그는 소위 ‘바벨 시티의 에니그마’의 숙주가 되어버린, 몇몇 특정 종교들에서 나타나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특수한 특징들을 지적하고 싶었다.
그것을 논하려면 먼저는 보편적인 ‘종교의 한계점’을 논해야 했다.
“어떤 종교건 간에 참된 계시에 기반해 참된 신을 섬기지 않는 한, 근본은 글러먹을 수밖에 없어. 더욱이 근본적인 방향뿐 아니라 부가적인 요소들에도 문제가 산적해 있지.”
“부가적인 요소라면, 윤리 체계 말하는 건가?”
“응, 종교 안에 탑재된 윤리 체계와 가치관은 빗나간 과녁과 같아. 완전한 기준에서 동떨어져 오염된 모양이 되었어. 그 작은 뒤틀림이 거듭 불어난다면 진리에서 더욱 멀어진 모양의 왜곡체로 나아갈 잠재성이 발생한다고 보면 돼.”
“그게 에니그마와는 무슨 관련이지? 에니그마의 숙주인 종교는 몇 개로 제한되었다고 하지 않았나?”
“바벨 시티의 에니그마란 녀석도 바로 그 ‘종교의 본연적 취약성’을 파고 들어가는 벌레거든. 쇠약한 환자들이 반드시 치명적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지만, 감염 당할 위험성은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거듭 말하지만 인간이 발명한 종교, 사상, 철학, 윤리는 전부 불완전하다.
그러므로 변이되고 뒤틀려 기괴한 모습이 될 가능성이 언제든 존재한다.
대체로 선을 추구하고 악을 멀리하려고 노력하는 점에서 보편성을 띤다지만 이 또한 상대적이다.
외부와 내부에서 흘러드는 왜곡력의 영향을 받다 보면, 어느 순간 선악을 정의하는 기준 자체가 기괴하게 뒤바뀔 수 있다.
“이슬람이 아주 적절한 예시야.”
제로스는 사라진 유물을 꺼내 부관참시를 해보았다.
“이슬람도 대체로는 인간의 선한 행동과 절제와 규범을 요구해. 도둑질을 금하고 방탕함을 금지하고 금식과 기도를 강조하지. 천국과 지옥의 존재도 인정하고, 동성애를 죄라고 인식하는 점에서도 옳게 판단하는 부분이 있어.
하지만 신에 대한 왜곡된 상(樣)을 지닌 데다가 인간을 심판자의 자리에 올려두고 말았지. 그 결과 신을 위한다는 명분 하에 사람을 죽이거나 인격체의 존엄성을 짓밟는 일을 공의로움이라고 착각하게 되었어.
아마도 거기에 사로잡혔던 이들은 어떤 극도로 강한 충격을 받지 않는 한 자신들의 일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을거야. 완벽하게 확신 체계에 사로잡혔으니 스스로 풀려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
“그럼 네 말대로라면, 이슬람이라는 시스템을 저런 폭력적인 괴물 종교로 만들어낸 배후의 영향력도 에니그마의 침식력이었다는 말인가?”
“뭐 태생적인 속성도 한 몫은 했겠지. 창시자가 신접(神接)한 거짓 선지자였다는 점도 근본적인 문제였을 테고. 하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그것이 감당하기 힘든 폭력의 힘으로 변질된 데는, 적어도 내 판단에 의하면, 에니그마의 간섭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봐.”
너무도 난감한 이야기인지라 아직 에쉬튼은 반신반의하는 기색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무의미한 공상으로 취급하지는 않았다.
자신도 현실 세계를 조사하면서 여러 ‘수상쩍은 증거’들을 수집해봤으니 일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열린 태도로 점검해보는 게 합리적일 듯했다.
“좋아. 그렇다고 치고, 그럼 히드라의 나머지 여덟 개 머리는?”
“그 부분은 시간이 되면 차차 더 가르쳐줄게. 아직 불확실성은 높은지라 체계적인 근거까지 같이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한도 끝도 없이 소모되거든. 오늘 끝낼 주제는 아닌 것 같아.”
제리의 말에 에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그런데 그런 뒷세계의 일들을 혼자서 알아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누가 가르쳐 준 건가? 아니면 따로 추적 조사라도 해온 건가?”
예리하게 찔러들어오는 질문에 제리는 잠깐의 침묵 이후 대답하였다.
“너와는 다른 방법으로 정보들을 수집해오긴 했지. 나도 사교성이 아주 나쁘지는 않은 편이라서 여기저기 정보원들과 인맥들은 있어. 그리고 그 정보들을 바탕으로 내 나름대로 탐구하긴 했어.”
“흠.”
“물론 결정적인 가르침과 방향 지도는 알렉 형한테서 받긴 했지만.”
제로스의 이실직고에 에쉬튼은 이제야 좀 신뢰하겠다는 투로 끄덕였다.
“하여간. 돈독히 신뢰를 받고 있구먼.”
“신뢰라면 모르겠네.”
제로스는 자조하는 투로 중얼거렸다.
“너도 봐서 알듯이 형이 다른 형제들만큼 나를 좋아하진 않는단 말이지.”
이에 에쉬튼은 코웃음을 쳤다.
“이거 이거, 이 형 참 자기객관화가 잘 안 된단 말이지. 큰형님 말야, 동생이라면 귀여움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주는 중증 팔불출이긴 해도 아무나 신뢰하진 않아. 정말로 신중한 일을 논할 때는 하상 구분의 선을 지어 거리를 둔다고.”
에쉬튼은 핀잔을 주었다.
“그 형님이 고민이 생길 때 자신보다 어린 이의 조언이나 도움을 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조차도. 그럴 일이 있다면 항상 정치적인 이슈는 테디와만, 영적인 이슈를 의논할 때는 너하고만 정보를 공유하지. 나머지는 조금의 도움을 받는 정도고 정말로 심각한 문제를 나누지는 않지.”
그러자 제로스는 난처해하며 얼굴을 붉혔다.
“하고 싶은 말의 요지가 뭔데.”
“쓸데없이 주눅들지 말고 자부심을 좀 가져도 좋다는 뜻이지.”
핀잔을 들은 제리는 난처한 듯 어색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를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여긴다고?’
어쨌건 그 사람의 신용을 받는다는 사실은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것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온 착각이 아닌, 제삼자의 관찰로 인정된 점이 더욱 뿌듯했다.
간만에 더 열심히 노력하고픈 열망과 동기가 내면에서 힘을 얻었다.
*
에쉬튼은 휴일이란 텅 빈 자신의 집무실에 복귀해 홀로 앉았다.
그는 오늘 의붓형제에게서 들은 조언들과 가설들을 차분히 정리했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짙고 근거가 불충분한 탓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단순히 제리의 상상력에서만 나온 이야기가 아님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실체에 대한 올바른 해석에 이르른 것인지는 모른다.
시간이 답을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볼 필요가 있으리라.
‘아니지, 이쪽에서 먼저 능동적으로 진실을 캐내야 하려나.’
위험한 도박이 될 지도 모른다.
자신이야 황가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는다고 쳐도 애꿎은 부하 요원들은?
그들도 상당한 위험 가운데 노출될 텐데 괜찮을까?
그는 불안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제리의 제언들을 하나씩 노트에 정리했다.
“이슬람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개의 ‘에니그마 숙주’들은 뭔지 아는 건가?”
“몇 개는 알고 나머지는 후보군을 고려하고 있을 뿐이야.”
그때 제리는 자신이 아는 대로 정보들을 인계해주었다.
“에니그마의 숙주가 된 종교들 가운데는 대형 종교가 셋, 중형 규모의 종교가 셋, 그리고 컬트에 가까운 소형 종교가 셋이 있어.”
세 개의 대형 종교에 대해서는 추정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첫 번째는 얼마 전 알렉시스가 소멸시켰던 마호메트의 유산이다.
두 번째는 브리튼 제국이 태동기 때부터 반목하였던 철천지원수, 교황청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바로.
“힌두교에서 뉴에이지 운동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연속체야.”
“이건 의외네.”
“그래. 힌두의 본산지인 인도에서 마하트마의 대대적인 개혁이 있은 이후로도 그 끈질긴 생명력은 꺾이지 않고 살아남았어. 히드라의 머리를 베어도 다시 또다른 머리가 자라나는 것처럼. 에니그마의 생존력과 침식력이 증명된 셈이지.”
쉽게 토벌할 수 있을 줄로 알았던 그 토속 범신론적 종교가 오늘날은 현대인들의 마음을 빼앗는 뉴에이지 운동으로 둔갑하였다.
그 결과 그들의 영향력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우연이 아닌, 에니그마라는 수수께끼의 힘과 결부하여 해석해도 좋은 것일까?
‘이슬람, 교황청, 그리고 뉴에이지…….’
그것들의 공통점은 긴 세월을 거쳐 거듭해온 변신, 진화, 그리고 변성이었다.
그 방점이 포악함에 찍혀 있는지, 은밀함에 찍혀 있는지, 혹은 대중성과 유연함에 찍혀 있는지 차이는 있지만.
한편, 나머지 여섯 후보에 대해서는 제로스도 만족할 만한 답을 주지 못했다.
중형 종교 숙주들에 대해서는 기껏해야 후보군들만 쭉 나열하는 정도였다.
소형 종교 숙주의 경우에는 아예 접근 단계에서부터 난항이 있었다.
“황태자께서는 뭔가 더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딱히 행동을 취할 생각이 없어보여.”
고작 뱀 머리 중 하나를 완전히 멸하는 데도 상당한 고생이 소모되었다.
나머지 머리들을 전부 제거하려면?
시간과 노력도 소진되겠지만, 성군으로서의 명망을 꽤 잃게 되겠지.
그러니 지지부진한 대치 상태는 당분간 길게 이어지게 될 것이다.
알렉시스가 황제에 즉위하기 전까지 해결될 수 있을까?
‘남이사. 인간들이 어떤 종교를 믿건 내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지.’
정작 에쉬가 주목해야 할 키메라의 지체는 아홉 뱀 머리로 된 꼬리가 아니었다.
애초에 그의 상대는 범죄자들과 비밀 조직들이지 종교는 아니다.
제로스도 헤어지기 전, 형제에게 ‘키메라의 몸통’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에니스마의 정확한 존재 양태는 불명이야.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도 모르지. 그 해답을 알아내야 해. 아홉 뱀 머리가 연결되어 있는 염소의 몸통, 그 실체를 해체해야만 정답에 접근할 수 있어.”
그는 분명 ‘몸통’과 ‘꼬리’ 사이에 실제적인 연결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 연결이 어떠한 원리로 이어지는 지는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공권력과 강력한 정보력이 필요한 것이리라.
괴물 몸통을 이루는 구성 성분들을 직접 물리적으로 잡아내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모든 배후의 진실을 캐내야 한다.
이 역할은 중앙정보국의 국장으로서 에쉬튼이 감당해야 한다.
‘뭐, 나쁜 놈들을 모조리 잡아넣어서 심문하다보면 뭔가 답이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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