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109회 뇌전의 소나기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6.04 | 회차평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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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에 어둠이 드리워진 이 시각.
-예상 밖의 능력자로군.-
세나케립과 아브멜레크는 탑 위에서 상황을 관망하였다. 둘은 이번에 발생한 헬게이트 돌발 사태를 배후에서 조종한 당사자였다. 정확히는 범행을 주도한 작자는 세나케립이며 아브멜레크는 북쪽 바벨탑의 권능을 일부 빌려 동료의 작업을 보조하였다. 광활한 시베리아 전체가 이 인간 아닌 두 존재로 인해 신음하는 중이었다. 그들이 이런 독한 행위를 벌인 목적은 그저 인간 하나를 떠 보고 시험하기 위함이었다.
-저런 게 가능하였을 줄이야.-
세나케립의 시야에 한 번도 보고된 바 없던 이상한 실체가 관측되었다.
-헌터의 힘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침투한 헬게이트 권역 안에서만 유효하다. 하지만 저자의 능력은 그 일반성을 무시하는군.-
시베리아 여러 장소가 헬게이트에 침식되긴 했으나 던전 구획 자체는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모든 일대가 하나의 연결된 침식 구획 안에 함몰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개별 헌터의 능력은 자신이 위치한 구획 안에서만 유효하게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정체조차 해석하기 어려운 기괴한 황금빛 불꽃은 권역 간 거리 간격을 무시하고 온 땅으로 전파되는 중이었다.
-라이텔바흐라는 저 인간이 만일 헬게이트 밖에서도 거리 제약을 무시하고 힘을 투사할 수 있다면, 그는 이론상 전 지구의 헬게이트를 실시간으로 해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군.-
-확실히 이전의 행보로 보건대 그에게도 그런 역량은 없다.-
두 존재는 주의를 기울여 탐구하였다. 저 인간은 새로운 힘을 최근에 획득한 것인가, 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세간에 힘을 감춰두었던 것인가. 그가 원격으로 능력을 전달하는 데에는 어떤 제약 조건이 따르는가? 혹은 특별한 조건이 갖춰져야만 그러한 일이 허락되는 것인가. 계측에 한계가 있는고로 궁금증이 해소되지 못했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세나케립?-
아브멜레크가 질문하였다.
-만나봐야겠다.-
-뭐?-
세나케립의 과격한 결론에 아브멜레크가 회의적으로 되물었다.
-상부의 명령을 어길 생각인가?-
-놈과 싸우지 말라는 명령은 없었다.-
-주의하라는 분부가 그 말이나 마찬가지다.-
-우리의 힘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아브멜레크.-
세나케립은 라이텔바흐의 여러 기묘한 재주들을 목격하였음에도 확신이 분명하였다.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상한선은 헬게이트 복합체까지다. 유사-심연과 동종인 유닛은 절대 물리계의 피조물들로서는 맞서지 못한다. 적어도 영적인 완전 괴사가 이뤄진 현 세대의 인류의 상태, 특히 저주받아 모든 상위 권세를 박탈당한 지금의 조건에서라면 말이다.
-놈이 어떻게 나오는지 관찰한 뒤 정보를 충분히 얻겠다. 그 뒤에 놈을 직접 요리하며 놈의 꿍꿍이를 자백게 해보지.-
세나케립의 처지에서도 라이텔바흐가 숨긴 패는 변수다. 그 변수를 남기지 말고 모두 들춰내어 철저히 무력화해야 한다. 그자에게 아직 감춰둔 계획들이 존재한다면 장차 거사를 벌일 때 일이 헌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뒤틀어질 수 있다. 물론 대면할 경우 역으로 이쪽의 계략이 노출될 위험도 있으나, 그렇다고 마냥 보고만 있어서도 안 되니 이쯤에서 개입하는 편이 맞으리라.
*
잠식된 하늘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암흑 카펫이 펼쳐지는 듯했다. 그 위로 암흑 물질의 양탄자를 타고 내려오는 막대한 군세는 실로 흉측한 귀신 떼를 연상시키는 듯한 모양이었다. 온갖 기하학적 형태의 흉한 어비씨언 군대가 홍수처럼 밀려 내려왔다. 게오르그와 아퀼라가 거하던 지역뿐 아니라 시베리아의 침식 지역 모든 곳으로 동시다발적인 공습이 시작되었다.
순식간에 많은 사람이 피살되었다. 그러나 라이텔바흐의 황금빛 압축 섬멸물질로 된 방어막에 에워 둘러싸인 사람들 곁으로는 어비씨언은커녕 흑파나 어비쓰론 입자조차도 닿지 못했다. 이 모든 헬게이트 속의 존재들은 불꽃 곁으로 접근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며 아예 10미터 이상 간격을 두고 떨어졌다.
플레먼의 눈에도 상공 백 미터까지 접근해 온 괴물들의 군대가 보였다. 곁에 있던 사람들은 공포감에 얼어붙어 마비되었다. 헌터가 아닌 일반인은 어비씨언에 물리적 공격이나 방어를 할 수도 없을뿐더러 심리적으로도 면역력이 없다. 아퀼라나 게오르그는 보호받는 중이었으나 이들도 크게 두려움에 빠졌다.
다행히 그 자리를 수호하는 강력한 헌터가 있었다.
“마침 조건이 갖춰졌군.”
일대가 헬게이트 다중 복합체에서 뻗어져 나온 촉수형 권역에 삼켜지자, 힘이 활성화된 재석은 엄청난 반동으로 땅을 박차고 상공으로 점프하였다. 순식간에 수백 미터 위로 오른 그는 수정처럼 빛나는 섬뜩한 뼈의 창으로 괴수들을 관통하였다. 그의 고유 창술로 같은 공간을 수백 번 연달아 찌르며 모든 일격을 겹쳐 공명하게 하자, 공간이 뒤틀리며 파열의 선이 나뭇가지처럼 여러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수천의 어비씨언들이 몸체가 분해되었다.
-크아아아아.
더욱 많은 흉악의 군대가 바다처럼 엄몰 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재석의 창이 마치 생명체처럼 길게 생장하였다. 그의 정보 제어술이 발동되었다. 창에 찔린 어비씨언의 몸체 성분이 창의 뼈대와 더불어 ‘신호전달 교류’를 일으켰다. 그러자 그 반응으로 창의 줄기로부터 새로운 생장점들이 만들어졌고 그 지점에서 새 뼈가 자라듯 또다른 창날들이 자라났다. 창의 잔가지들은 곧 폭발적인 속도로 성장하면서 엄청나게 높은 고도까지 뻗었다. 천 년 묵은 고목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가지에서 다른 가지가 뻗었고, 이내 하늘을 수놓는 거대한 나무가 만들어졌다. 아래로 침투하려던 어비씨언의 군대는 한순간에, 꼬챙이에 꿰뚫린 고기 조각 신세가 되었다.
“무겁지도 않으신 모양이네요.”
플레먼이 경탄하였다.
“그야 저기서 생성된 잔가지들은 질량을 가진 실체가 아니니까요.”
라이텔바흐가 대답했다.
“네? 하지만 그게 가능한가요?”
“가상현실 속의 매질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말하자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생성한 정보형 허상체인 셈이죠. 헬게이트에 침식된 이상, 이 공간은 현실인 동시에 일종의 ‘정보 연산 공간’의 성질도 갖게 되었으니까요.”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현실 역시 그 구성 원소에 있어서 ‘정보’라는 현상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헬게이트들은 그러한 원리를 파고들어 현실을 잠식한, 일종의 전산 바이러스 같은 존재들입니다. 현실을 해킹하는 벌레들이죠.”
그들이 상대하는 전장의 본질은 ‘왜곡된 정보 체계’의 무대이다. 그렇기에 정보 기술에 능통한 서재석 길드장에게는 마음껏 활개 칠 기회가 허락된다. 물론 라이텔바흐에게도 그러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어비씨언들이 더욱 많이 몰려왔으나 역시 땅에 제대로 닿기도 전에 재석의 창술과 정보 제어 기술에 무참히 도륙되었다.
한편, 부하에게 귀찮은 싸움을 모두 맡긴 라이텔바흐는 훨씬 더 중요한 연산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였다. 시베리아 전역의 주민들에게 전이시킨 페이즈 2 섬멸물질의 제어. 그는 단순히 사람들을 보호할 목적만으로 이 작업을 진행한 것이 아니었다. 만일 그게 관심사였더라면 어떻게 해서든 한 명에게라도 더 전달할 방책을 치열하게 궁리했으리라.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전략이 떠오르는 중이었다.
“과연.”
금빛 섬멸물질 응축체가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거리를 건너뛰어 저절로 옮겨진 것 같지만, 사실 전이된 경로를 따라 희미한 금빛 줄(Golden Thread)이 공간을 가로질러 연결하고 있음이 감지되었다. 어찌나 옅은지 라이텔바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감지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라이텔바흐는 또다른 사실을 하나 감지하였다. 헬게이트들의 만들어낸 생산물은 물론이고, 그것이 아메바 촉수처럼 뻗어낸 ‘이동형 던전 권역’까지도 황금빛 섬멸물질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정전기에 의해 꼬이는 머리카락처럼, 일종의 반발 작용으로 인해 미세하게 튕기며 밀려났다. 물론 각 사람을 덮은 보호의 불꽃의 양은 적기 때문에 그 권역 자체를 던전의 잠식으로부터 차단할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이미 내려앉은 어둠이 금빛 불꽃의 반발 작용에 의해 괴로워하며 뒤틀리며 꼬였다.
더욱이 이러한 반발 작용은 대지를 가로지르며 연결된 희미한 황금빛 실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 결과, 수천 개 이상의 ‘헬게이트 다발’들이 시베리아 전역에 뻗어낸 유동형 침식 권역들이 처음에 유지하던 반듯한 ‘대오(隊伍)’를 잃어버리며 무질서하게 뒤틀리고 꼬이기 시작했다. 마치 질서정연하게 달려가던 군대가 자기들끼리 발이 꼬이며 오합지졸이 되어 엉키는 듯했다.
이러한 점을 발견한 라이텔바흐는 더욱 적극적으로 황금빛 섬멸물질을 대지 건너편 사람들에게 전이하였다. 황금빛 실은 이에 더 강하게 진동을 일으켰다. 이로써 라이텔바흐가 북부 전체에 쳐놓은 거대한 거미줄이 맹렬히 떨림을 만들며 악기처럼 연주의 도구가 되었다. 목동의 리라와 하프가 악령들을 찬송으로 결박하듯이, 그가 자아내는 음악은 암흑을 관통하는 올무가 되었다. 정전기와 같은 격한 반응이 일어나면서 곧바르던 암흑의 머리카락들은 마구 엉켰다.
곧 시베리아에 뻗은 촉수처럼 생긴 유동형 권역들은 이제 자기들끼리 들러붙으며 꼬여 뒤섞였다. 굵은 다발형으로 수직으로 하강하던 어둠이 잘게 쪼개졌고 반듯함에서 벗어나 이리저리 꼬이며 여러 좌표로 이동하였으며 매듭이 묶이듯 다른 지역의 던전들과 섞여 합쳐졌다.
이로써 사실상 모든 권역은 연속된 하나의 연속 던전으로 섞였다.
“지금이다.”
라이텔바흐의 입술이 작게 중얼거렸다.
“테무친, 라울.”
그는 시선을 위로 올렸다. 플레먼도 의아해하며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들었다. 헬게이트 복합체가 뻗어낸 촉수 형태의 거대 권역의 줄기, 그 내부에 삼켜지지 않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조심스레 상승한 에어크래프트가 헬게이트들의 본체로부터 1km 이내의 거리를 확보했다. 충분히 인간 전투원을 안전하게 쏘아올릴 수 있는 사거리다.
갑판에서 대기 중이던 두 명의 최상위 헌터가 단거리 이동용 드론의 도움을 받아 헬게이트 권역 내부로 침투했다. 진입하자마자 드론들은 고농도 흑파에 휘말려 분해되었지만, 헌터들은 도리어 날개 돋친 듯 일기당천의 기세를 뽐냈다. 두 사람은 미리 웨폰박스에서 사출한 무기를 최종 형태로 활성화하였다.
‘초입자 진동 가속 레일건’
라울 켄트라일 길드장은 전투 전부터 축적해 두었던 안티-게이팅 에너지를 고도로 갈무리하고 정제하여 무기 안에 압축하였다. 곧 무기는 헬게이트 속에서 나오는 다크포스를 흡수하더니 그것을 자극제로 삼아 안티-게이팅 파워의 활성도를 극도로 증폭하였다. 이후 무기에 새겨진 변환 알고리즘대로 안티-게이팅 파워는 이 변형 공간의 법칙을 뒤틀어 초입자 진동 현상을 유발하였다. 대량의 안티-게이팅 에너지가 극소점에 가까운 작은 소립자 속에 압착되어 담겼다. 일종의 양자 요동이 극대화되더니 확률의 한계를 벗어난 기현상이 발생하였다. 통상 공간에서는 불가능한, 오로지 이곳 헬게이트 권역 안에서만, 그것도 라울 같은 SS급 헌터의 고유 스킬로만 일으킬 수 있는 현상이다.
‘묠니르 Ver 2.0.’
테무친은 이전 SSS 랭크 헬게이트 공략전 때 사용된 것보다 개량된 초질량 발생 병기를 꺼냈다. 철퇴 형태의 질량 병기는 힉스 입자를 흡수하며 헬게이트 내부의 공간을 일그러트렸다.
이윽고 두 사람은 이터널 셀의 연산력을 극도로 높였다. 둘의 고유 스킬이 발동되어 무기에 깃들었다.
헬게이트들의 본체가 사거리에 들어오자, 테무친은 회전하는 묠니르를 투포환처럼 투척하였다. 헬게이트들로 인해 왜곡된 법칙을 역이용하며 포물선의 법칙을 무시하며 그 탄환은 한없이 가속되었다. 본래 그 무기는 헬게이트가 발산하는 힘을 마치 중력으로 인식하며 그것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달려드는 성질을 지닌 아티펙트다.
여기에 라울은 최대 밀도로 0.1cm 반경 안에 압축시킨 초입자 진동 탄을 적의 심장부를 향해 발사하였다. 빔이 묠니르 탄환 위로 중첩되었다. 가열된 탄은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맹렬하게 화염을 피워내며 메테오처럼 헬게이트들이 뭉친 덩어리를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수십 개 이상의 헬게이트들이 소멸하였다. 200개가량의 중급 헬게이트가 합성된 결합체이기에 아직 반가량의 구성 원소가 남기는 했으나 그 권력은 크게 감소하였다.
그 여파로 지상에 거하는 자들에게 잠깐의 자유가 주어졌다. 땅에까지 뻗었던 헬게이트 권역이 연기가 흐드러지듯 약화하며 상공으로 물러났다. 만져질 듯한 어둠에 질식당하던 사람들은 마침내 안심하며 몸을 일으켰다. 짓누르던 무언가가 사라지면서 바깥 공기가 코에 닿았다. 마침내 흐릿하게나마 빛이 눈에 들어오며 주변 경관이 인식되었다.
라이텔바흐가 서 있던 자리로부터도 헬게이트의 권세가 퇴각하였다. 이제 그는 더는 자기 몸을 두르는 고농도 안티-게이팅 파워를 거듭 유지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좀 숨 쉴 틈이 생겼군요.”
라이텔바흐는 플레먼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플레먼은 얼떨결에 끄덕였다. 그도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었다.
“플레먼, 잠시만 내 팔을 잡고 있어주겠습니까?”
“네?”
“가능하겠습니까?”
위기 중이라 상황 인지 속도가 느려진 플레먼은 어리둥절해했다.
“아, 네, 네. 그야 안 될 건 당연히 없지만.”
“좋습니다. 그러면 제 어깨 위에 손을 얹어주시죠. 당신을 잡고 있느라 한 손밖에 쓸 수 없어서요.”
정신이 번쩍 든 플레먼은 허둥지둥 라이텔바흐의 바위처럼 단단한 오른쪽 어깨에 두 손을 올려 붙잡았다. 이에 두 손이 자유로워진 라이텔바흐는 섬멸물질을 운용하던 손을 펼쳤다. 거대한 황금 불꽃이 화려하게 춤을 추었다. 그것은 다시금 라이텔바흐의 손바닥 위에 압축되어 작은 점이 되었다. 이어서 그는 다른 손으로 어떤 조작을 가하였다. 지난번에 강제로 역병형 헬게이트들의 권역을 끌어들일 때와 같은 작용이었다. 그는 위로 퇴각하려는 촉수 형태의 던전을 붙잡아 그 손 위에 강제로 고정했다.
“마침내 마무리군.”
시베리아를 덮는 거미줄을 이루는 황금빛 실들은 이제 라이텔바흐의 펼친 손을 중심점으로 수렴하였다. 그 손으로 인하여 이미 폭탄 맞은 머리카락처럼 엉킨 대륙의 헬게이트 던전들은 모조리 라이텔바흐의 공격 사정권 안에 노출된 상태였다. 헬게이트의 어두운 권역을 물리적으로 쥐고 있던 다른 한쪽 손은 이제 다른 종류의 힘으로 충전되었다.
“이만 끝내죠. 당신 말대로 너무 많은 희생이 생기면 보기 좋지 않으니까.”
권역들을 쥔 손에서 어떤 진동 같은 것이 발생했다. 그것은 소리의 형태도, 빛의 형태도 아닌 특이한 무언가였다. 상공에 있던 라울은 얼마 전 체감했던 그 위화감을 다시금 감지하고는 부르르 떨었다. 다만, 역병형 헬게이트들을 퇴치할 때와 달리 이번에는 힘의 농도에서부터 차원이 다르다. 헬게이트 속 모든 존재들이 일제히 발광하였다. 그들은 그 힘의 이질감으로 공포에 질리는 중이었다.
“저 정도로 위험한 힘이라고? 대륙 이 끝에서 저 끝을 한 번에 덮을 정도로?”
라울은 상식 밖의 위력에 혀를 내둘렀다.
-크아아아악-
-크르르르르-
뒤엉킨 모든 권역들에서 어비씨언의 모든 군대가 광분하며 몰렸다. 그들은 목표물을 바꾸어 라이텔바흐 한 명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개체들의 숫자를 다 합치면 최소 수천만, 많게는 수십억에 달할 판이었다. 여기에 더해 헬게이트 복합체들은 자신의 권능을 마지막으로 쥐어짜 냈다. 복합체 한 덩어리당 하나씩 각자 걸작들을 만들어냈다. 하나하나가 레기온의 천 배 이상의 힘을 지닌 어비씨언이다.
-죽여라.-
세나케립의 배후 조종으로 인해 광폭하게 변한 그것들은 힘의 격차에도 아랑곳 하지 않게 광기의 투신 공격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의미한 노력이었다.
“사라져라.”
뇌전.
번개처럼 생긴 어떤 힘이 동편에서부터 서편까지 아우르며 순식간에 펼쳐졌다. 엄청난 농도의 뇌전이 소낙비가 내리듯 하늘을 덮었다. 그것은 엉겨 붙은 헬게이트 권역들을 타고 순식간에 시베리아 상공에 떠오른 모든 헬게이트들의 본체와 권역을 동시에 강타했다.
“백색파동 고진동 변환 모드.”
극강의 고열에 삽시간에 헬게이트들이 녹아내렸다. 어비씨언들은 아예 접근해볼 기회도 얻지 못한 채 그대로 분해되었다. 일행의 머리 위에 있던 헬게이트 군집은 라울과 테무친의 공격으로 받은 타격을 회복하기도 전에 완전히 소멸하였다. 아울러 다른 지역의 헬게이트들도 99% 이상 분쇄되었고 살아남은 것들도 힘 대부분을 상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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